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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떡순 Sep 12. 2024

불행의 시작

서운함의 시작과 공감의 부재

서운함이 시작된다는 건

원래부터 그랬던 사람인 걸 내가 인지하지 못해서인가.?

변한 상대방이 문제일까.?

내 마음도 변한 것일까.?



신랑은 생일을 챙기는 사람이 아니다.

모태신앙이었던 신랑의 종교는 생일을 챙기지 않았다.

연애 때 그런 사실을 알고 어렸을 때 신랑의 모습이 왠지 가여웠다. 다른 친구들끼리 서로 불러주는 생일 노래와 케이크에 초를 꽂고 후 하고 불어 보는 촛불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그래서 나는 죽는 날까지 내가 생일 케이크와 생일 밥을 잘 챙겨줘야겠단 생각을 했고 그렇게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내 만족이었던 것 같다. 신랑은 원하지 않았고 그게 중요하지 않았을 수도..)



4월 초.

5월 부모님 식사 날짜를 정하기 위해 신랑 핸드폰 달력을 보는데 ‘ㅇㅇㅇ생일’이란 글자를 보았다.

친한 이성 직장 동료 이름이었다.


순간 당황해서 별말을 하지 않았다.

생일.? 챙길 수도 있지.

하지만…




나는 음력 생일을 지낸다.


결혼하고 3년 동안 내 생일은 신랑에게 내가 알려줬었다.

30년을 넘는 세월 동안 본인 생일은 물론 부모 형제 친구 생일을 단 한 번도 챙겨 오지 않았던 사람이고 익숙하지 않았을 사람이라 생일을 챙기는게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특별히 신경을 쓰지 못했기에 내가 내 생일을 체크하고 알려주는게 괜찮았다.


물론 서운한 감정이 1%로도 없는 건 아니었다.

달력에 음력 날짜는 나오고 매년 초 날짜 체크만해서 달력에 표시만 하면 되니깐..

하지만 신랑이 못챙기는 사람이라 생각했기에 나는 괜찮았다.


그런데, 다른 이성의 생일을 체크 해둔걸 내 눈으로 직접 보니 괜찮지가 않았다.

매년 달라지는 사랑하는 와이프 생일도 체크 하지 않던 사람이 달력에 그런 걸 체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니..감정이 조금 복잡했다.


그것도 오래된 친구도 아닌 고작 몇 달 친해진 이성 동료의 생일을...


다음날, 출근해서 카톡을 보냈다.

이유라도 알고 싶었고 오해하기 싫었다.


‘자기야.. 나 좀 서운하네.. 내 생일도 안 챙기면서 왜 그 사람 생일을 달력에 표시까지 해둔 거야.?‘


‘그 사람 생일을 챙기려고 적어둔 게 아니고, 내 생일날 동료가 선물을 보냈고 계속 안 받는다고 하니 동료가 그럼 자기 생일날 달라고 해서 안 까먹으려고 적어놓은 거지 안 까먹으려고, 생일을 챙기는 그런 게 아니야 ‘

라고 했다.


신랑과 같이 논문 쓰는 게 있어서 서로 도와주는 일이 많고 이성 동료는 고맙다고 기프티콘을 자주 보냈다고 한다.


지속적인 기프티콘이 부담스럽다고 동료에게 전했다고 했지만 그 후 신랑에게 몇 번을 더 보냈고 신랑 역시 받기도 거절하기도 했다고 한다. 계속 거절하기도 미안했고 또 동료가 자기 생일날 선물을 달라고 했다고 하니 표시 했을뿐이라는데..


그런 작은 선물도 지속이 되면 서로 부담이기도 하고 본인도 그렇게 부담으로 느끼면..서로 하지 말자 말하면 되는데..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이후 우리는 다투는 일이 종종 생겼다.

3년 동안 싸우는 일이 안 생기다가 이성 동료로 인해 몇 번 다투는 일이 벌어졌다.


고마우면 나도 직장 동료들과 선물을 나눈다. 그런 것도 이해 못 하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신랑의 말에 서운함을 느꼈다.


따지고 보면 매년 바뀌는 생일이니 내 생일을 적어둬야 하는것이 당연한데 본인을 배려해서 내가 내 생일은 언제라고 말을 해줬더니, 본인이 내 생일을 안 챙기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서운하냐고 하네..??!!!


그리고 내가 그 동료와 서로 생일을 챙긴다고 말하는 게 기분이 상하고 너무 심한 말이 아니냐며 꼭 자기 둘이 서로 생일 챙기고 하는 사이처럼 몰고 가지마라고 했다. 응?????


그럼 이게 생일을 챙기려고 적어둔 게 아니면.. 선물을 챙기려고 적어둔 것일까.?

약속을 지키려 적어둔 것일까??

어떻게 하는 게 생일을 챙기는 것일까.????

생일을 안챙기는 신랑 기준에서 이정도면 더더더 챙긴다는게 맞지 않나?




내가 신랑에게 원한 건 내 서운함의 공감이었고

부부간의 배려와 존중이었다.

'아..우리 와이프 많이 서운했겠네..'


물론 서로 성격도 기질도 다르고 풀어가는 방법

화법 등 많은 부분이 다르겠지만.


와이프가 서운하다면 서운한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보고 아.. 그럴 수 있겠다의 공감이었다.


!! 네가 왜 그렇게까지 생각을 해 !!

이런 말이 아니라.. 자기가 서운할 수 있겠구나.. 당연히 그랬겠네.

거기까진 생각을 못했다. 내가 우리 부모님 장인 장모님 자기 생일 날짜도 모르는데 그걸 봤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다른 의미는 없으니 오해는 하지 말고 자기 입장에서는 충분히 서운 할 것 같다.


이런 말들이었다.


하지만 신랑은 나를 끝내 이해하지 못했고 내 감정의 골은 깊어져 갔다.


공감을 꽤 잘하는 신랑이었지만 이런 일이 생기니,

내 감정을 배려하고 존중하지는 않았다.


일은 계속 생겼고, 우리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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