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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VILLAGE Apr 29. 2022

Do the Right Thing...

Do the Right Thing for a Wonderful



 어린 시절, 공책을 찢어서 하늘을 훨훨 나는 종이비행기를 만든 기억, 아마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 비행기는 같은 종이로 접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접냐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지곤 했는데, 빠른 속도를 원한다면 바람의 저항을 최대한 덜 받게끔 날렵한 모습으로, 오랜 체공 시간을 원한다면 날개를 가능한 한 크게 만들어 주위의 바람을 최대한 많이 품게 만들면 되었다.


 비행기를 다 만들고 나면 이제 저 하늘로 던져볼 차례. 잘 날리고 싶다고 해서 힘껏 내지르듯이 던지면 이 비행기는 얼마 못가 땅으로 추락하고 만다. 종이비행기는 말 그대로 종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바람에 굉장히 취약하다. 그렇기에 바람에 정면으로 맞서는 느낌으로 던지는 것이 아닌, 바람을 자유롭게 탄다는 느낌으로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이 비행기가 종이가 아닌 좀 더 탄탄한 소재였더라면 바람에 그리 휘둘리지 않았을 테지만, 그렇게까지 종이비행기에 진심인 사람은 아쉽게도 내 주변에 없었다. 그냥 다들 심심하니까, 주변에 널린 게 종이니까 접기 쉬운 종이비행기를 만들어서 논 것이다.


 그런데 내 주변에는 특정한 목적 없이, 그냥 종이 찢는 게 일상인 아이들이 몇 명 있었다. 그 아이들은 그렇게 찢는 행위를 즐기는 듯했다. 아무 이유 없이 종이를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 그게 그 아이들의 즐거움인 것 같았다. 물론 그 아이들에게 있어서 그러한 행위는 재미있는 놀이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불안할 때 그렇게 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든가(다소 건강한 방법은 아니다) 종이 찢는 소리가 좋아서 거기에 중독된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당시의 내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최대한 이해해 본 결과로는 그것이 ‘재미’였을 뿐이다.


 그렇게 종이를 찢는 아이들 중 몇몇은 찢는 것도 귀찮다는 듯 새 공책 자체를 버리기도 했다. 쓰레기통 속 세상의 빛을 보자마자 운명을 다한 새 공책을 보며 난 생각이 많아졌다. 이 아이들에게는 무엇이 중요했을까? 친구들과의 재미? 스트레스 해소? 새로운 것을 버릴 만큼 심적인 여유가 충분하다는 내적 우월감? 치기 어린 반항심? 어쩌면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친구들의 그러한 모습은 그리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 아이들에게 뭐라 말은 못했다. 그럴 용기가 없기도 했고 굳이 눈치 줘야 하는 중대사항도 아니었으며 누구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냥 내가 보기에 조금 불편했을 뿐이지. (어쩌면 내가 종이비행기를 접으려고 새 종이를 찢는 걸 누군가는 조금 불편해했을지도 모를 일이고.)


https://youtu.be/7dLZj69zE5o


 여기,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실험의 설계자는 우리에게 메소드 연기로 유명한 배우 박정민. 박정민 배우는 4명의 아이들과 각각 한번씩 만남의 자리를 갖는데, 이때 그는 아이들 앞에서 쓰지도 않는 물을 틀어놓고,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지 않으며 한참 남아있는 물티슈 팩을 통째로 버린다. 어떠한 죄책감도 가지지 않고 자신의 행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말이다(물론 연기다).


 그는 거기서 더 나아가 자신과 눈을 마주하고 있는 순진한 눈빛의 아이들을 설득하려 한다. 쓸 수 있는 건 그냥 쓰면 되는 거 아니야? 그거 조금 아낀다고 뭐가 달라져? 굳이 귀찮게 그런 일을 왜 해? 어차피 나 아니어도 누가 쓸 텐데 그걸 내가 쓴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내 얘기 틀려?(다시 한번 말하지만 연기다) 아이들은 그의 행동에 놀란 기색을 보이지만 역시 명배우 아니랄까봐, 그는 뻔뻔스러운 환경 파괴범 역할을 상황이 끝날 때까지 훌륭히 소화해 준다.


 박정민 배우의 행동은 누구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법을 어긴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 친구들이 공책을 마구 찢고 새 공책을 냅다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냥 우리 눈에 불편하게 보이는 것일 뿐이다.


 낯설고 불편한 박정민 배우의 모습에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무 말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킨 아이가 있는 반면, 잘못된 행동에 대해 ‘그건 옳지 않다’라고 이야기 한 아이도 있었다. 최대한 박정민 배우를 이해해보려 노력하는 아이 또한 있었고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게 웃음으로 상황을 넘기려 한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의 행동은 모두 달랐지만, 이 아이들이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는 사실, 박정민 배우의 행동에 의문을 품었다는 사실은 어느 아이 가릴 것 없이 모두 같다. 아이들은 그의 행동에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 불편함을 드러내고 이질감을 느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느꼈던 불편함을 해소할 방안 중 하나가 아닐까? 불편한 감정을 다수가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 말이다.



 상황과 분위기의 힘이란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 다수가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상황에서 그들의 따가운 눈총에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을 보고 쓴소리를 하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어느 때나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별종이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대세의 흐름을 탈 수밖에 없을 테다. 환경 보호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 집단에서는, 함부로 물을 낭비하고 새 공책을 버리고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렵다.


 물론 이런 답을 사람들이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실질적으로 어려워하는 것은 ‘그런 분위기를 어떻게 형성할 것이냐’이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난 작은 것부터 조용히 시작하는 것, 나부터 그런 행동에 동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부터 분리수거를 잘하고 종이를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물을 아껴쓰며 전기를 낭비하지 않는다면, 환경 관련 칼럼을 읽고 안 쓰는 코드는 뽑아둬서 절약을 생활화하고, 지금 내 행동은 환경에 도움이 될까, 안 될까를 오래도 아니고 잠깐 동안만 떠올려 본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린 환경 보호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여기서 더 나아가 내가 하는 활동들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도 꽤 괜찮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100일 챌린지(매일 한 가지씩 지구에 도움되는 활동하기 같은 것들)나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만들기(글쓰기나 영상으로 남겨두기, 캘린더 작성하기 등등)가 있다. 이런 활동들은 ‘내가 지금 이런 활동들을 한다고 해서 정말 지구에 도움이 될까?’하는 걱정들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 작은 것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한눈에 본다면 그것은 결코 작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까지 도달했다면 우린 더 다양한 사람들과 연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행동이 결코 작지 않은 것임을 느낀 사람들이 더 큰 힘을 내고자 여기저기서 모이는 것이다. 이런 활동들이 반복되게 된다면, 어느새 우리 사회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분위기가 확 바뀌어 있을 것이다.


 이전에는 물 낭비에 대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물 낭비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일 테다. 분리수거에 엄격하고 쓸데없는 종이 낭비를 불편하게 여길 것이다. 쓰지 않는 코드를 꼽아두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길 것이고 일회용품 사용에 예민해질 수도 있겠다.(이 정도까지 바라진 않는다. 너무 과하면 오히려 독이 되니. 그냥 인식이 바뀌는 정도만 되면 만족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이건 내 이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세상은 언제나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니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이상은 상상으로만 남을 뿐이니까. 나도 그렇고 내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인간은 그렇게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니까. 나도 물 낭비할 때 많고, 쓸 수 있는 물건을 그냥 버릴 때도 많으며 시간 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분리수거를 귀찮다고 안 할 때도 많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부터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이 세상의 불편함을 다수가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움직이지 않는데 남이 움직이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내가 하지 않는 걸 남이 해주길 바라는 것은 이기심이다. 내가 먼저 해야 남이 움직일 여지라도 준다.


 세상을 바꾼 가장 위대한 힘은 지금 상태를 편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에서 나왔다. 그 위대한 힘을 소수가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힘을 내보일 가능성이 있다. 작은 것부터 조금씩 시작해보자.(오히려 난 빨리 움직이는 것을 경계한다. 너무 쉽게 지쳐 다시 움직일 수 없게끔 하기 때문이다.) 아주 조금씩만 바꾼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움직인 잠깐이 지구의 숨통을 틔워준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옳은 일을 조금씩 실천해보자!







Editor & Contents Director : 김 재훈

About Writer : zxv1236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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