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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on Jan 25. 2021

브랜드의 동화적인 상상

틴더, 메일침프, Hinge, 프로토파이의 귀여움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광고는 자극적이거나, 감동적이거나, 중독적이기까지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짧은 시간 내에 사람들의 머릿 속에 남아야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서정적으로 흘러가거나, 산뜻한 심상이 되기 어렵다. 하지만 브랜드의 이야기를 촉촉하게 풀어내는 광고들,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포근하게 다가오는 광고들이 있어 몇가지 소개해본다.





1. Tinder-Invention of Together(2018)

제목부터 아름다운 이 애니메이션은 머나먼 선사시대부터 다른 사람과 함께하고자 하는 욕구를 지녀온 인간을 다룬다. 틴더는 단순한 데이팅 앱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고,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으로 보여지고 싶어했다.


플롯은 아주 단순하다. 선사시대엔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대한 제약이 없었다. 연못에서 물을 마시다가 우연히 만난 사람과 자유롭게 교제하는 상황을 보여준 후, 시간이 흘러 문명사회에서는 다양한 제약이 발생한 상황을 보여준다.


국가 간의 장벽, 정치 역사적인 문제, 전통과 풍습 등 예전에 비하면 너무나 제약이 많아진 것. 그리고 다시 틴더로 인해 누구나 자유롭게 탐색하고 만날 수 있는 현재를 보여주며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에게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말한다.


이를 말하기 위한 장치로 선사시대의 인간과 현대의 인간을 동일한 포즈, 동일한 연출로 보여주고 캐릭터도 동일하게 디자인했다.


스토리 자체는 아주 단순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시작부터 픽사 애니메이션을 방불케 하는 텍스쳐와 풍성한 라이팅으로 한 번에 몰입하게 만든다.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귀엽다는 것이다. 틴더가 왜 애니메이션을 택했는지 잘 알 수 있었던 부분이다. 요즘은 진짜 배우가 등장하는 광고를 더 화려한 방식으로 많이 쓰지만 처음 틴더가 나왔을 땐 온라인으로 데이팅 상대를 만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당연히 있었을테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귀여움을 활용했다는 것이 참 영리하다.




2. Hinge-Designed to Be Deleted(2019)

Hinge 또한 데이팅 앱이다. 완전히 3D 그래픽은 아니지만 애니메이션적 요소가 있어 소개해본다. 앱 아이콘 자체를 캐릭터 인형으로 만들어 "사라지기 위한 앱"이라는 컨셉을 잡았다.


매칭되면 앱 아이콘 캐릭터가 사라지게 되는데, 광고에는 배우가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고 상황만 연출된다. 사라지기 위한 이 아이가 진짜 주인공인 것. 그래서 광고의 내러티브도 Hinge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다양한 방식으로 죽는 Hinge


Hinge 캐릭터는 실제 광고와 오프라인 캠페인에도 사용되었다. 지하철에 뜬금없이 인형이 놓여 있으면 다들 뭔지 궁금해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관심 가졌던 이 귀여운 캠페인은 미국 에이전시 RedAntler에서 기획했다.





3. Protopie-Free Your Idea(2020)

프로토타이핑 툴 프로토파이의 브랜드 광고는 국내에서도 이런 아이디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어 정말 고무적인 결과물이다.


구름으로 대변되는 아이디어는 주인공 주변을 맴돌며 괴롭힌다. 밤이고 낮이고 따라다니고 가끔 자기 혼자 다른 곳에 가있기도 한다.


프로토파이는 뭉글뭉글 머리 위를 떠돌기만 하는 추상적 아이디어를 붙잡고 구체화해줄 수 있는 툴이다. 구름일 땐 그저 붙잡을 수 없는 생각일 뿐이지만 이것이 프로토타입이 되었을 땐 현실이 된다는 메시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광고가 3D이다보니 프로토파이 홈페이지의 3D 그래픽도 일관성있는 맥락으로 느껴진다. 구름이라는 메타포 또한 잘 활용하고 있다.



4. MailChimp-"All in a Day's Work" (2021)

메일침프는 평소에도 엉뚱한 크리에이티브를 자주 활용하는 기업이다. 소상공인을 위한 마케팅 플랫폼을 지향하다보니 다양성과 의외성을 담아, 모두를 포용하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메일침프는 창업가들을 응원하기 위한 컨텐츠를 MailChimp Presents 라는 브랜드 플랫폼을 활용해 소개하고 있다.


작년에 발표한 Momentum 영상을 보면 작은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다양성을 독특한 일러스트로 표현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소 엉성하고 괴짜스러운 이 스타일을 3D 애니메이션에는 어떻게 반영할 수 있었을까?

메일침프는 줄곧 이런 일러스트를 고수해왔다.



최근 It's Nice That과의 협업으로 "All in a Day's Work" 시리즈를 발표했는데, 자영업자 혹은 소상공인들이 겪는 기쁨과 슬픔을 다룬다. 특이한 점은 엉성하고 다양한데 괴짜스러운 기존의 2D 일러스트의 느낌을 3D 애니메이션에도 충실히 반영했다는 점이다. 하나 같이 정상적인 비율로 제작된 캐릭터가 없고, 귀엽긴 하지만 통상적인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다. 캐릭터들은 털실이 풀려있거나, 진득한 찰흙, 깎다만 나무 등 덜 완성된 것처럼 보이는 질감으로 제작되거나, 일부러 아날로그 오브제들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 질감을 정말 사실적으로 살려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인간의 눈은 지극히 단순해서 사실적으로 묘사된 텍스쳐에서 눈을 떼지 못하기 마련.

마냥 귀엽진 않은 캐릭터들


내용적으로도 일반적인 기승전결을 따르지 않는다. 코로나 시대에 바지를 안 입고 화상 회의를 하다가 방이 어질러 진다거나, 낯을 많이 가리는 주인공이 모임에 가서 도망다닌다거나, 재택 근무 하는데 윗집이 너무시끄럽다거나. 모두의 일상에 있을 법한 소소한 고통이지만 이것들이 해결해주면서 끝나는 에피소드는 단 하나도 없다. 메일침프의 브랜드 정체성인 의외성과 다양성을 내용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잘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더 매력적인 점은 이 모든 것이 스톱모션처럼 보이는 3D 그래픽이라는 점이다. 일부러 프레임 수를 줄여 스톱모션처럼 연출했다. 3D 그래픽은 우리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톱모션의 지난함과 어설픔이 주는 매력이 있다. 마치 우리의 일상이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닌 것처럼.

All in a Day's Work 예고편


전체 시리즈는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3D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일반적인 광고보다 돈이 덜 들거나 사람이 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이 들 수도 있다. 메일침프 영상의 경우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BUCK팀의 수많은 사람들이 영화 크레딧만큼 줄줄이 길게 나열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투입 되었고, 상상이 자유로운 매체인 만큼 디자인에 많은 시간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모든 브랜드가 애니메이션과 어울리는 것도 아니다. 그저 유치하게만 느껴질 위험도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 브랜드의 정체성과 맞닿을 수 있다면 그 무엇보다 강력한 표현 도구가 된다. 왜냐하면 애니메이션에는 "귀엽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강아지 고양이 영상을 좋아하는 것처럼, 애니메이션은 언제나 동화스럽고 귀여우며 모두를 포용하고, 다소 엉뚱한 상상까지 허용한다. 그리고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 좋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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