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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on Oct 08. 2021

사용자와 관계 맺기, 브랜드 퍼소나

듀오링고로 알아보는 브랜드 퍼소나

브랜딩할 때 '한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퍼소나를 구축해야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아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활발하고 낙천적인 사람과 대화했는데 내일은 갑자기 차갑고 논리적인 사람처럼 대화한다면 한 사람처럼 느껴지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초반에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관된 퍼소나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퍼소나를 설정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캐릭터다. 캐릭터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그 캐릭터의 형태, 어투, 성격을 상상하게 되고, 그 퍼소나가 시각적으로 보이니 빠르게 각인될 수 있다. 당근마켓하면 당연히 귀여운 토끼가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다. 동물 캐릭터의 또다른 장점은 귀엽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생명체고, 동물이 뭔지 모르거나 싫어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귀엽게 표현하기에도 용이하다.


동물을 브랜드의 상징으로 사용하면 실제로 브랜드 퍼소나 형성이 쉬워지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동물 퍼소나를 잘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인 듀오링고를 사용해봤다. 듀오링고는 전세계 3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 학습 플랫폼으로 초록색 부엉이 '듀오'가 마스코트다. 전통적으로 부엉이는 지식과 지혜, 배움을 상징하는데 트립어드바이저처럼 부엉이를 캐릭터로 사용하는 브랜드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출처: https://www.johnsonbanks.co.uk/work/duolingo


동물을 브랜드의 상징으로 삼으면 많은 것이 편해진다. 듀오링고는 부엉이를 넘어 '새'와 관련된 모든 것이 브랜드 자산이 되었다. 깃털의 형태에서 착안해 페더(Feather)라는 브랜드 전용 서체를 만들기도 했다.

이 부엉이는 사용자의 페이스메이커 같은 역할을 한다. 듀오링고를 열심히 쓰면서 느낀 점은 퍼소나도 퍼소나지만 게이미피케이션이 훌륭하다는 점이다. 성인이어도 집중력이 참 짧아졌는데, 퀴즈 5개 풀면 듀오가 나와서 칭찬하고, 10개 풀면 또 나와서 칭찬하고 끝나면 성대하게 축하해준다. 레슨 하나 끝내는데 1~2분 밖에 안 걸린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하루종일 칭찬파티 해주는 앱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듀오는 표정과 동작이 아주 풍부하고, 여러가지 코스튬을 입고 나온다. 우주복, 정장, 트레이닝복 등 부엉이와 전혀 상관없는 컨셉이 많다. 이쯤되면 모양만 부엉이일 뿐 부엉이의 그 어떤 특성도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카오의 라이언이나 춘식이도 본래 그 동물의 특성이 하나도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는 거지 그게 무슨 동물이건 그닥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듀오링고는 푸시 메시지를 다채롭게 보낸다. 모두 캡쳐하지 않았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처음엔 듀오가 직접 "Hi, Duo Here!"이라면서 인사하고 언제든 준비되면 오라고 한다. (그리고 난 가지 않았다...) "Practice Spanish"처럼 건조하게 보내기도 하고, 오늘 배울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그리고 퍼소나가 듀오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성별/국적의 사람들도 있어서 "Hi! It's Zari!"라며 다른 이름으로 푸시를 보내기도 한다.


듀오링고를 일주일만 열심히 사용해도 듀오에게 질리게 되는데, 저 푸시를 보고 질리는 시점까지 잘 알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듀오링고에는 인간과 다른 동물 캐릭터들도 많아서 매 퀴즈마다 다른 캐릭터/목소리/어투를 들려준다. 마치 듀오링고라는 마을에 내가 들어가서 다양한 퍼소나와 관계를 형성한 느낌이다.




듀오링고는 집요한 푸시 메시지로 유명하다. 학습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알림을 보내는데 "Hi! It's Duo" 푸시 메시지가 유명한 밈이 되기도 했다. 가장 평범한 버전을 가져왔지만 밈의 주된 내용은 공부하지 않으면 듀오가 가족을 납치한다는 내용이다.



하도 밈이 확산되니 듀오링고에서는 2019년 만우절에 듀오링고 푸시 영상을 만들었다. 듀오 인형탈을 쓴 사람이 나타나 회사, 헬스장, 퇴근길을 쫓아다니며 독촉하는 내용이다. 이런 독촉성 푸시 메시지를 보내는 가상의 서비스 "듀오링고 푸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만우절 이벤트로 팬들의 밈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 게 훌륭한 팬서비스라고 느껴졌다.

출처 https://push.duolingo.com/ 


듀오링고는 초록 부엉이를 오랜 시간 동안 발전시켜왔다. 2014년의 부엉이도 괜찮지만 가장 최근의 부엉이는 좀 더 큰 눈에 더 귀여워진 모습을 하고 있다. 캐릭터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결국 귀여움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출처: https://www.theverge.com/2018/12/13/18137843/duolingo-owl-redesign-language-learning-app



듀오링고의 브랜드 퍼스널리티를 보면 교육 서비스답게 Inspiring, Inclusive, Can-do, Curious, Quirky를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 영감을 주고 동기부여 해주고, 모두에게 '할 수 있다'고 말하며 호기심 많고 유머있는 성격이다. 실제로 써봤을 때 모든 비주얼과 라이팅에서 이런 성격이 드러났다.

출처: https://design.duolingo.com/writing/brand-narrative#brand-personality


듀오링고에서 듀오의 역할이 지대한 것은 맞지만, 굳이 부엉이가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브랜드 퍼소나를 명확하게 잡고 구석구석 서비스에 녹여낸 것이 듀오링고 팬들을 양산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까지 신경썼다고?"하는 포인트들이 있었는데, 첫번째는 중간에 레슨을 끝내려고 하면 듀오가 울면서 가지말라고 바텀싯이 뜨는 부분이다. 치사하게 여기서 붙잡는다고? 싶긴 하지만 귀여웠다. 두번째는 무료 버전을 쓸 때 중간 광고가 뜨면 "광고는 듀오링고의 미션을 돕는다"고 말한다. 듀오링고의 미션은 누구에게나 학습의 기회를 주는 것인데, 마치 내가 이 짜증나는 광고를 몇 초 보는 게 듀오링고의 미션을 도울 수 있다고 하니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세번째는 레슨 로딩 화면이다. 매번 저 문구가 바뀌는데 공부하는 요령에 대해 말해주기도 하고, "미국에서는 학교에서 영어 배우는 사람보다 듀오링고로 영어 배우는 사람이 더 많다"는 TMI를 말해주기도 한다. 이런 엉뚱하고 귀여운 요소들이 이 서비스를 더 호감으로 느끼게 했다.



그리고 듀오링고는 전형적인 게이미피케이션을 120% 사용했다. 게임에서 주로 사용하는 퀘스트 깨기, 경험치 2배 구간, 마스터 레벨 따기, 보석 모아서 부엉이 옷 사기, 친구들과 경쟁해서 순위 높이기 등 게임 문법이 온갖 곳에 들어있어서 놀랐다. 출석 보상도 있는데 일자별로 화려한 듀오 이미지를 주며 친구에게 공유할 수 있게 만들어두었다.



듀오링고의 퍼스널리티는 교육 자료에서도 드러난다. 여자가 신혼 여행에 간다고 하니 택시 기사가 "남편은 어디있어요?"라고 물었고, 여자는 "남편은 없고 조금 까다로운 아내가 있어요."라고 말한다. 교육 자료에 전형적인 고정관념이 묻어나는 스크립트가 없었고 이걸 세심하게 챙겼다는 것 또한 감동적이었다.



동물 캐릭터가 실제로 브랜드 퍼소나를 구축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가?라고 질문한다면 대답은 "그렇다"이지만 캐릭터로 모든 브랜드 퍼소나를 다 완성한 것이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듀오와 더불어 다양한 캐릭터들이 있어 듀오링고라는 "세계"에 들어간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또한 명확한 브랜드 퍼스널리티가 있고, 이를 서비스 기능과 컨텐츠에 꼼꼼히 녹여냈기 때문에 듀오링고의 퍼소나가 탄탄해진 것이라 생각한다. 서비스를 써보면서 "이거 제대로 쓰면 언어를 못 배우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서비스였고, 듀오링고의 비전 - 기술을 활용하여 누구나 개인 교사의 지도를 받는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응원하게 되었다.






지난 5월에 동물 로고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어 공유해봅니다. 아웃스탠딩 계정이 있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세요!



https://outstanding.kr/animallogos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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