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멀어지는 밤

『와인의 철학』 티에리 타옹 지음

by 이창우

철학이란 무엇일까요. 한자어가 주는 힘은 대부분 무거운 편입니다. 아마도 오랜 세월 한자문화권에서 기득권 중심으로 사용해온 말과 글이기에 더 힘이 실려 있다고 볼 수 있죠.


무거운 마음을 건네는 '철학'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한 문장을 생각합니다.


철학은 묻고 답하기의 과정이다.

굳이 한 문장을 만들지 않아도 일상에서 늘 '생각하기'가 철학 하기인 것이지요.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철학은 내가 나에게 묻고 답을 찾아가면서 얻는 삶의 지혜라 할 수 있죠.


무엇인가를 생각하려면 그 무엇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고 그 관심의 폭과 깊이에 따라 묻고 답을 찾는 것에서 철학은 시작됩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많은 물음과 답에서 내가 무엇을 취할 수 있는가에 따라 '선택'이 되고 그 선택에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삶.


진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철학이라 하기도 해요. 진리란 무엇인가부터 시작되는 철학이라는 문턱 넘기는 괜히 어려워 보일 뿐입니다. 마치 철학자라는 전문가 영역에만 머무를 수 있다는 선입견이 있으니까요.


이 책은 와인에 관해 관심을 갖고 와인을 따라가는 여정의 이야기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글이지요. 와인이 한국사회에서는 일상 모임에 들어와 있지 않았으니 우리에게는 소주의 철학이 가능한 사회일 겁니다.


한국인의 술이 된 소주조차 한 개인의 선택이고 보니 음주문화의 철학은 가능합니다. 소주보다는 맥주에 친근하고 그때 상황마다 달라지는 것이 술 선택이고 보면 요즈음 저는 와인이 주 재료가 되는 '뱅쇼(과일 넣고 끓인 포도주)'를 선호합니다. 뱅쇼에 들어갈 포도주는 한국의 진로 포도주가 제격이고요.


뱅쇼.jpg


이 책의 저자는 와인을 가까이하게 된 순간부터 삶의 전환을 맞기도 했답니다. 술이 건네는 손짓도 개인마다 다양하게 스며들기에 누구나 꺼낼 삶의 이야기가 있겠지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역량이 어쩌면 술 덕분에 겉으로 표출되는 기회는 있으니까요. 와인의 철학은 유럽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일 것 같아요. 언젠가 나도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상으로 나의 철학을 풀어낼 기회를 가져보려 합니다.


어차피 무엇의 철학에서 '무엇'은 개인의 선택입니다. 요즈음 와인 한 잔으로 밤을 맞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을 보면 잠이 멀어지는 밤, 철학하고 싶어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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