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없는 사람을 보았소 꽤나 불쌍하게 느껴졌다만 누가 누굴 딱하게 여기는지 나는 내 자신이 가장 불쌍하오. 함에, 내 앞에서 구걸 해봤자 오히려 내가 돈을 받아야 할 지경이오.
펜을 들면 으레 고민에 빠지길 그 고민은 너무 깊어 빠져나오길 한참이 걸림에 해가 지거나 해가 뜨거나 하오. 달이 해인지 해가 달인지. 그대가 정해주었으면. 함에, 나에게 밤과 낮은 구분이 없소. 눈을 감는 시간이 곧 저녁이고 눈을 뜨는 시간이 곧 낮이오.
바깥의 공기를 마시려 하려거든 주점에 양주를 마시려 하려거든 한낮부터 술에 취해 비틀 거리거든 다리가 없는 사람도 이렇게 멍청히 걷진 않을듯 싶었소 잠이 쏟아지네, 하늘에 별들이 쏟아지듯 나는 술잔에 술을 쏟아붓네.
떨어지는 유성우를 본 적이 있냐 내게 묻거든 따라 가봤자지 무얼 쫓을것이냐 답하고싶음에. 놓쳐버린 그 유성.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 떨어진지도 모른채 끝내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하고 흙밑으로 파묻힐 운명임을 지뢰가 폭발하며 땅으로 가라앉은 내 다리처럼. ..생각해보니 떨어지는 유성우는 나였소.
「플라시보」
의족을 찬 한쪽의 다리에 이것이 진짜 나의 다리다 라고 생각하니 정말 있는것이 아니였는가.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오 헌데, 뛰거나 걷기에는 불편함을 겪기에 금새 현실을 자각하오 망각은 신의 배려라 하지 아니하였는가?
없는 다리에 비가 오는날은 유난히 발목이 쑤심에도 나는 걷거나 장대비를 맞길 좋아하오. 기분좋은 비 냄새를 맡으며 공원의 정자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다보면 발이 간지러워지기도 하오. 다시, 다리가 자라났나 착각하기도 하오. 그런 생각하는 순간 잘려나간 다리가 생각남에 없는 다리가 찢어질듯 아파 눈물이 흘렀소. 내가 불쌍하고 딱해서 그런것인지, 정말 내 다리가 아파서 였는지 따위에 걱정하는 나를 생각하니 다시 한번 눈물이 흘렀소. 참으로, 가엾고 딱한자로다.
그림은 늘 빗물에 잠겨있기에 칠석의 견우와 같은 모습이요. 글은 늘 빗물을 받고있기에 칠석의 직녀와 같은 모습이요.
흐르는 눈물이 은은하게 들어오는 달빛을 머금고선 햇빛이 들어 물이 마를때쯤 정신을 차리고 놓았던 펜을 붙잡고 나의 얼굴을 그려보오. 이 그림을 누가 보게될지는 모르지만 참으로 부러운 사람이요. 다리가 없는이에게 받는 감동은 어떤지 묻고싶소. 느껴지는건 연민이노라. 가엾게 여김이노라. 다리가 없는 재주꾼이니라. 색칠도 못하는 맹인이니라. 재수가 없는 그림이노라. 덩달아 슬픈 그림이노라. 함에, 나의 다리가 없는것은 둘만의 비밀이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