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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보람 Dec 24. 2022

감정도 정산이 필요해

나의 지난 시간을 안아주세요


  벌써 삼일 째 창문이 꽁꽁 얼어서 열리지 않는다. 5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창문을 열어야 탁한 공기가 나가고 새로운 공기가 들어올 텐데, 이대로면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날까지 기다려야 창문이 열릴 것 같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려나. 묵은 공기가 머물러 있어 그런지 바닥도 끈적거리는 기분이다.


  추운 날씨에 집에만 있다 보니 얼어버린 건 창문만이 아니다. 대화를 나눌 사람도, 메신저로 연락하는 사람도 없는 고립된 혼자의 삶에 감정을 느끼는 센서도 같이 얼어버렸다. 얼어버린 센서를 깨는 자극이라는 망치가 없다. 그래도 감정은 순환되어야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밑바닥엔 무언가 고여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처럼 내외부 환경의 문제로 환기하지 못하고 있다면, 나중에 창문을 열었을 때 한꺼번에 내보낼 수 있도록 묵은 감정을 한 곳에 모아보자. 2022년의 가장 진득한 마음을 모아서.



<2022년 내 마음 연말정산>



  1. 나에게 일어난 사건 정리하기(캘린더, 다이어리 활용)


  먼저 올해 나에게 일어난 사건을 모두 적어보자. 여기서 '사건'은 내가 이룬 성취, 만남, 나의 내적 변화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말이지 특정한 이벤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 많은 일이 있었을 텐데 막상 생각하려고 하면 기억이 안 난다. 일기를 꼬박꼬박 쓰던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캘린더나 다이어리를 참고한다. 캘린더나 다이어리에 몇 시에 누구를 만나고, 어떤 모임에 참석하는지 메모해 두었다면 기억을 되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 나에게 일어난 사건들(이것보다 더 많음)




  2. 각각의 사건에서 느꼈던 나의 감정을 적는다(감정단어장, 감정카드 등 활용)


  한 가지 사건에서 느끼는 감정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어떤 감정을 느꼈던 건지 잘 모르겠다면 인터넷에 감정단어, 감정카드 등을 검색하고 단어를 하나씩 읽어보면서 그때의 나와 가까운 감정 단어를 고른다.




  3. 사건이 아닌 감정에 1~5로 점수를 매긴다


  골라낸 감정단어에 1부터 5까지 점수를 매겨 본다. 1 매우 약함 - 2 약함 - 3 보통 - 4 강함 - 5 매우 강함


감정에 점수 매겨보기

 


 4. 점수가 제일 높은 핵심 감정 단어 3가지를 고른다


  지금부터는 사건과 상관없이 감정 단어만 놓고 생각한다. 각 사건에서 가장 점수가 높은 단어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단어별 합계 점수가 가장 높은 단어 3가지를 골라본다. 계산기나 엑셀을 활용하면 빠른 계산이 가능하다.


핵심 감정 3가지



  5. 그때 그 감정을 느꼈던 나에게 공감하면서 짧은 편지 쓰기



  벌써 크리스마스가 코앞이야. 2022년도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여기까지 오는 것도 정말 쉽지 않았는데. 올해는 너를 두렵고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 많았지? 평생 너를 사랑해 준 가족을 잃고 아직도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네. 아직 애도의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아. 그래도 침잠하지 말고 물 밖에 나와서 시간을 보내자. 또래들은 다들 직급을 달고 사회의 일부분이 되었는데, 너만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불안한 마음을 느끼고 있네. 어릴 땐 서른이면 정말 큰 어른인 줄 알았는데 여전히 어린이 같다. 나이와 상관없이 크고 작은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니까 그 실수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그래도 이룬 게 이렇게나 많잖아. 너의 성취는 다른 사람들이 몰라도 나는 아니까. 주눅 들지 말고 계속 앞으로 가자. 가만히 있으면 뒤로 가게 돼. 내년에는 너를 조금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겨우 6일 남은 2022년, 너무 오래 붙잡지 말고 보내주자.






  여전히 바람이 많이 차다. 밖에 나가서 달을 보며 소원을 빌기엔 잠깐이라도 너무 춥다. 가스비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온기 가득한 방에서 제철 맞은 귤을 까먹으며 조용히 1년을 정리해 본다. 내년엔 다른 사람의 1년도 들어보고 싶다. 따스한 말이 오가는 사람들과 함께 공감을 건네며 마음의 모닥불을 지피고 불멍을 하는 것도 좋겠다.



※ 커버 이미지는 (사)공감인의 '마음카드'를 이용하여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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