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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 Nov 12. 2020

제주도 한 달 살기 1일 차 & 프롤로그  

 

"그럴 거면 왜 그렇게 서둘러서 결혼했어?!!?!" 

처음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떠난다고 했을 때, 

친정 엄마의 반응은 띠용!이었다. 


하긴..............

결혼한 지 4개월 만에, 한참 깨를 지지고 볶아도 모자랄 판에  

새신랑을 두고 제주도로 떠나는 나도 이상한 년 (?)이고 

그걸 허락하고 보내주는 남편도 이상한 놈(?)이 맞다.


그래도 뭐 어때.

지금 아니면 나 언제 혼자 제주도에 살아봐?! 


그렇게, 나는 뻔뻔하게 떠나왔다. 


< 떠나자 제주로 >


신혼여행을 위해 산 거대 캐리어.

망할 코로나로 인해 신혼여행은 안녕했고......................

너무 커서 방 한편을 차지하던 애물단지였는데

이렇게.. 유용하게 쓰이다니............ 참.....................

선경지명이라고 해야 하나. 


애초의 계획은

제주도에서 차를 렌트를 하려고 하였으나

예상보다 높은 비용에 

렌트 대신 '캐리어 탁송'이란 것을 택했다. 

 

1. 기사님이 집으로 차를 가지러 오셔서 차를 캐리어에 싣는다.  

2. 배로 제주도로 차를 옮겨주신다. (나는 그냥 항공이용)  

3. 내가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제주공항에서 차를 대기시켜 놓기 때문에 

편리할 뿐만 아니라 렌터카 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 같은 운전 초심자는 새로운 차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 필요 없이! 그냥!! 운전하면 된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었다. 

(*초보 운전이지만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지나치게 거침없이 운전하는 여자..)   


비행기 그림자는 언제 봐도 설렌다. 


1시간의 짧은 비행 후, 

제주도에서 차를 인수받아 처음으로 달려간 곳은..

'마노르 블랑'이라는 카페였다.


-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댕댕이가 고개를 내밀고 사람들을 격하게 환영해줬다. 



지난 10월, 

엄마의 환갑 기념으로 제주도에 왔을 때 가려고 하였으나 

가지 못하고 지나쳐 온 곳이었다.


일단 첫날이니까, 아주 가볍게! 어디 찾아볼 필요 없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곳으로 향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나는 사실 핑크 뮬리가 예쁜 걸...............

잘.........모...르..ㄱㅔ..........................

아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



사실, 나는 사진을 잘 못 찍는다. 

그래서 

어차피 인터넷 가면 나보다 잘 찍은 사람들이 올려놓은 사진 많아! 하면서 

사진을 잘 안 찍는 편이다. (대신 셀카를 이천장 찍는다.) 




경주 첨성대 부근 핑크 뮬리 vs 제주도 핑크 뮬리

핑크 뮬리를 보니 

얼마 전 다녀온 경주가 떠올랐다. 

아직 핑크 뮬리 철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색감이 참 예뻤던 것 같은데...  

여기는 그렇게 예쁘진 않네 하면서 쓸쓸해졌다.  


아닌가, 단순히 사진작가 빨인가.

남편 작가님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곳곳에 예쁜 포토스폿이 참 많았다. 

다만 사람도 많아서, 

나 같은 혼족 + 삼각대족은 약간의 창피함과 뻔뻔함을 장착해야지만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나야 뭐 혼자 하는 여행에 내공이 생겨서 감당 가능한 눈초리들이었는데..

결혼하고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다녀보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일이

내 기억만큼 익숙하지 않아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누군가 찍어 준 것처럼 자연스럽게.. 찍은 사진들..!!

혼행객들이여. 용기를 내자!!! 



<정보>

11월 30일까지 핑크 뮬리 축제를 진행한다.

입장권만 구매할 거면 3,500원

음료를 구매하면 입장이 무료다.




내가 한 달간 머물 숙소.


숙소를 구할 때 내 조건은 


1. 바다 뷰가 필수는 아니지만, 멀진 않았으면 좋겠어.

- 그렇다고 너무 사람 많은 관광지도 싫어. 근데 또 너무 관광지들과 먼 것도 싫어.

2. 원룸은 싫어. 평범한 방에서 살아보고 싶진 않아. 

3. 동물이 있었으면 좋겠어. 한 달 동안이나 혼자 머물 건데..

나를 반겨 줄 '무언가가 필요해'. 



1번 조건. 

방충망 때문에.. 사진이 흐리지만, 

방에서 창문을 통해 비양도를 감상할 수 있다. 



2번 조건. 

나 혼자 지내는 2층 건물인 데다가 

센스 있게 계단에 창이 나있어서 오르내릴 때마다 행복해진다. 


3번 조건. 

특히. 내가 이곳을 선택한 결정적인 (?) 이유. 

'누룽지'와 '사탕'이!!!!!!!!!!!!

ㅋㅋㅋㅋㅋㅋ 붙여 읽으면 누룽지 사탕.....!!!!! 

누가 봐도 찐한 색감을 가진 아이가 누룽지 고 흰 아이가 사탕이다. 



사람을 엄청 좋아한다. 보자마자 반갑다고 내 가슴팍을 때렸........... 다.

지금은... 내가 사진을 찍기 위해 옆에 내려놓은 우유에 초 집중 중. 

(우리 주려고 사온 거개?) 



이렇게 모든 것을 충족하는 숙소를 찾았다..........

감동............!!!!!!!!!!!!!!!!!!!!!!!!!!!!!!



제주도에서의  첫 날밤. 

설레어서 인지 

결혼 후 맞이 하는 첫 '혼자 밤' 이여서 그런지

잠을 못 자고  한참을 뒤척였다.

결국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겨우 졸음이 몰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 나는 어떤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될까.

어떤 생각들을 적어 내릴 수 있을까. 

두근 두 근하다. 


반갑다, 제주도.   

한 달간 잘 지내보자.


한 달 동안 제주도에 머물면서 떠오른 생각들,
여행일지들을 기록합니다. 
한 달 살기를 지켜보고 싶으시다면 
구독과 라이킷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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