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 면접으로 두드려 맞고, 원하는 일의 본질 찾기
민망하지만, 30살이 지나 첫 모의면접을 했다.
첫 취업 때도, 스터디를 구해 실전 면접에 대비하기보단 집안에서 혼자 대답하고, 리뷰하며 준비한 게 다이다.
그렇다 해서 내가 심각한 부끄럼쟁이는 아니다. 많지는 않지만, 10~20명 내외의 인원 앞에서 프로그램을 리딩하고 진행한 경험이 최소 10회 이상 된다. 발표라는 역할 내게 주어진다면, 난 최선을 다해 임했고 언어 구사력, 전달력, 뚜렷한 발성에 대해서도 종종 칭찬을 들은 바 있다.
그렇다면 왜, 어떤 이유로 모의 면접을 망설였을까?
내 부족함이 들통나는 게 두려워서
한없이 모자란 미완의 상태의 나를 세상에 드러내는데 겁이 났기 때문이다. 자신감 부족인지, 어릴 적 모자란 자신에 대한 온전한 수용의 부재 탓인지 모르겠지만 미숙한 나 자신을 공개하기 버거웠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게 선택했다.
덜 숙성된 반죽처럼 온전한 모습으로 부풀지 않은 나를, 물컹한 나를 드러냈다. 여전히 준비가 덜 된 것 같지만 꼭꼭 가두기만 하면 전진이 없을 것 같단 위기감이 나를 휘감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위기의식을 가지고 모의면접을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고칠 점 투성이었다. 준비된 문항에 대해선 논리 정연하게 말했지만 그 외 준비가 되지 않은 문항은 최종 결론이 너무 뒤늦게 나온 다는 점, 구체화를 통해 답변 내용에 대한 이해가 수월했지만 다소 길게 느껴졌단 점, 원하는 꿈과 해당 직무의 연관성에 의구심이 든다는 점, 의사소통 문제 해결에 대해 매뉴얼 예시가 의문이 든다는 점 등등 다양한 시선에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모의 면접 후 나는 어땠을까? '부족한 나를 전시하는 것에 대한 염려'대로 최악으로 치닫았을까?
아니다. 끝나고 나서 내게 남은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나 용기를 냈구나
말도 절고, 횡설수설 한대다, 자신감을 잃은 순간도 있었으나 이 모든 것을 무릅쓰고 끝내 마침표를 찍은 내가 자랑스러웠다. 더불여 내가 커리어 측면에서 조금 더 깊이 파고들고 고민해야 할 지점을 건드려 주셔서 이에 대해 숙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것이 훗날 실전 면접에서 보다 자신 있고 당당한 나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니 감사하기도 했다. (I proud of myself)
깊은 고민 즉 본질적 해답이 필요한 질문은 2가지였다.
이 글에선 1의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직무를 전환하기로 결심하고 관련 준비를 이어가고 있지만 해당 직무를 제대로 알고 결심한 게 맞는지, 단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지 나조차 의심이 되었다. 그래서 5 whys 기법을 통해 내가 정말 pm/기획일을 하고 싶은지 확인해 보았다. 즉 5번의 why를 던지며 연이어 답변해 가며 표면적인 이유가 아닌 진짜 동기를 찾는 것이 목표였다. 자 그럼 시작해 본다. 참고로 질문 구상은 AI의 도움을 받았다.
내가 했던 일-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환경을 분석해서 최적의 직무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일- 제도가 운용될 수 있는 흐름과 구조를 설계하는 일- 여기서 발생한 페인포인트를 포착해서 솔루션을 구상하고 그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 실제 문제가 개선되게끔 주도하는 일 이것들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일의 형태였다.
아쉬웠던 점- 개별 케어, 면담, 감정 소모가 주가 되어 사람이 더 잘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업무의 파이가 점점 줄어들었다는 점 - 의사결정을 할 때,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데이터를 활용해 근거를 명확히 하고 싶었지만 활용기술이나 지식이 부족해서 논리적 빈틈이 많았다는 것
결론적으로 개개인의 감정과 상태를 돌보는 것보단,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구조와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선호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로 논리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사고 프레임을 활용하는 등 로직을 탄탄히 하고 싶었으나 기존 보유 지식의 한계를 체감했던 것 같다.
내가 느낀 한계와 감각
- 데이터를 활용하여 상관관계, 패턴, 수치의 의미나 맥락을 잘 이해하고 싶었는데 어떤 기술로 어떤 분석기법을 활용해 적용해야 하는지 몰랐다. 기술을 좀 더 배워서 접목시키고 싶었다.
- 문제 해결을 좋아하지만, 개개인의 단일 이슈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운영 시스템이나 체계를 갖추는 게 좋았다. 하지만 이런 기회는 계속해서 주어지지 않았다. 운영 시스템이나 체계를 갖출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고, 그것이 it라고 생각했다. it 서비스는 시장의 요구사항에 따라 시시각 바뀌고 업데이트도 많이 하고 고객의 목소리도 방대하니까.
- 나는 일에 나 자신을 많이 투영하는 사람이다. 일을 잘 해내면 곧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며 이는 자존과 직결된다. 하지만 장애인 한 명 한 명 면밀하게 보살피고 더 잘 일하게 하도록 면담, 교육으로 지원하는 것보단 그들이 설자리인 일자리 체계, 흐름, 방법, 정책 등을 구축하는 게 훨씬 재미있었고 이런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해당 분야는 계속해서 나아가고, 진출하고, 유능한 인재가 되고 싶은 분야는 아니란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퇴사 후 데이터분석 부트캠프를 신청해 4.5개월간 이행하여 데이터 리터러시, 기술 등의 역량을 길렀다.
일을 잘한다는 것
- 시장조사를 통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
- as-is, to-be의 간극을 데이터 분석, 리서치, 설문 등을 활용해서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는 것
- 원인에 대한 설루션을 제시하고 우선순위를 매겨 기한 내 과업을 완료하는 것
- 이때 동료와 유기적으로 협업하며 현재 진행상황과 어려운 지점을 공유, 서로 보완하는 것
- 중간/결과 피드백을 통해 잘한 점, 부족한 점을 회고하며 다음 스텝에 반영하는 것
- 솔선수범하는 것 , 그래서 동기부여가 되게 하는 것
- 나의 생각에 갇히지 않고 동료의 의견을 묻고, 조율하고, 반영해 함께 만들어 가는 것
자존과 연결된다는 믿음
- 일하는 나 = 최선을 다하는 나
- 멋있다,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마음에 든다, 세상에 당당하게 마주설 수 있다.
-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과 고민으로 어려움을 돌파해나가고 있는지, 실패의 과정에서 어떤 레슨런을 얻어 다음엔 어떻게 발전하려고 하는지 자신 있게 세상에 발표하는 나
일하는 자아를 사랑하고, 그것을 주변에 당당하게 말하는 것, 관련된 공부를 계속 이어하는 것, 그런 나의 모습에 취하면서 내 자존이 채워진다는 믿음이 확고하다. 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곧 나라는 생각에 일하는 멋진 나를 드러내고 싶어 한다.
pm/기획자로서 내가 어떻게 세상에 보이길 원하는가
- 어 저 사람 정말 논리 정연하다.
- 저 사람이 기획하고 꾸려나가는 서비스나 제품은 믿고 구매할 수 있겠다.
- 내가 이런 불편함이 있는데, 그걸 캐치해서 고쳤다니 정말 감사하다.
- 저 사람, 치열하게 고민했고, 적용했구나
- 저 사람, 저런 실패의 연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계속 이어했구나
또 왜 그렇게 그게 중요한가
- 일이 곧 나니까
- 저렇게 살아간다면 삶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높아지고,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될 것 같아서
내가 주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온마음을 다하는 모습,
나는 그런 모습으로 세상에 마주하고 싶다.
지금의 난 나를 응원하고 있지만, 나를 자부하진 못하고 있다. 그래서 반쪽짜리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직무전환을 도전하기 위해 사표를 내고 데이터 분석을 공부했지만, 막상 해당 직무에 지원해 보니 단지 지표나 수치를 열심히 보며, 인사이트나 보고서만 발간하는 나의 모습은 내가 진짜 원하는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애당초 난 pm을 하길 원했고, pm으로 가기 위해 데이터 분석 공부를 시작하자라고 다짐했지만 하다 보니까 그것에 매몰된 것이다. 한편으론 pm에 대해 정확히 감이 안 오는데, 허상만을 바라보고 현재 취업을 준비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모호함이 나에 대한 사랑을 가로막는 방해물이라고 보고, 이것을 제거해 앞날을 전진하고 싶다.
그래서 5 whys를 통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언어로 꺼내본 것이다. 막연히 pm/기획이 하고 싶다는 감각이 아니라, 내가 어떤 일의 형태에서 에너지가 생기는지, 그게 왜 중요한지 추적해 본 것이다.
자기 사랑의 전제 조건은 내가 자부할 수 있는 삶이다.
그 자부 할 수 있는 삶이란 현재 기준 pm/기획이 제일 가깝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즉 내가 직무 배치 프로세스를 설계했던 일, 의사결정 기준을 수립했던 일, 제도 운영 시스템을 구축했던 일 모두 문제를 구조로 해결하고 구조가 실제로 잘 작동하게 끔 주도하는 것이었다.
PM 사이클은 훨씬 빠르게, 훨씬 넓은 스케일로, 데이터와 함께 위 과정이 반복되는 직무이다. 다만 현재 시장에서 신입이 바로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애자일 형태, 스프린트 형태로 제품/기능을 개발하고 검토하는 조직에서 운영직무를 수행하며 그 싸이클을 경험하는 방향 또한 맞다.
즉 운영업무를 하며 VOC 패턴을 직접 분류하고 개선 제안서를 써본다던지, 스프린트 회의에 참여해 PM의 의사결정 방식을 가까이서 본다든지, 이러한 과정을 통해 1년 안에 기능 개선 제안이 실제 반영되는 경험을 만든다. (물론 PM 직무에도 계속 지원하고!)
5 WHYS를 통해 원하는 삶의 형태는 다음과 같다.
구조와 흐름을 설계하고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것
데이터와 논리로 문제 원인을 정확히 짚는 것
페인포인트를 포착해 설루션을 만들고 실제 개선을 주도하는 것
그 과정을 세상에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것
그리고 실제 PM이 하는 일도 이와 비슷하다. 카카오 서비스 예시로 PM 업무를 구체화해 보겠다.
(다만 이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기에 정확도측면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결국엔 직접 경험만이 답...)
1. 구조와 흐름 설계 → PM의 핵심 업무
카카오톡 오픈채팅 기능을 예로 들면, PM은 이런 걸 설계했다.
익명 참여자가 많을 때 어떤 권한 구조를 만들 것인가 (방장/부방장/멤버)
신고→처리→결과 알림까지의 운영 흐름
오픈채팅이 1:1 채팅, 단톡과 어떻게 구별되는 UX 구조를 가져야 하는가
2. 데이터 기반 원인 분석 → PM의 일상
카카오톡 선물하기 PM이라면 이런 데이터를 본다.
선물 발송 완료율이 갑자기 3% 떨어졌다 → 어느 단계에서 이탈하는가?
결제 단계인가, 수령인 주소 입력 단계인가, 상품 선택 단계인가?
연령대별, 디바이스별로 패턴이 다른가?
3. 페인포인트 포착 → 설루션 → 개선 목도
카카오맵 길 찾기 개선 사례를 보면, 실제로 PM들이 이런 흐름으로 일한다.
사용자 VOC 분석: "환승 안내가 너무 복잡하다"는 피드백이 반복적으로 올라옴
데이터 확인: 대중교통 길 찾기 결과 화면에서 이탈률이 유독 높음
원인 가설: 환승 횟수/소요시간 정보가 한눈에 안 들어옴
솔루션 설계: 경로 카드 UI 개편, 핵심 정보 우선 노출
배포 후: 이탈률 감소, 재검색률 감소 확인
자 일단 방향은 맞다고 생각하고, 전진하고 가보자고!
방향이 또 아니야? 그럼 재수정하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