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과일을 찾아먹는데 진심이다. 무엇이든 제철이 맛있지만 복숭아, 금귤, 무화과는 제철이 아니면 찾아보기도 힘드니 적당한 때가 왔을 때 부지런히 챙겨 먹어야 한다. 여기서 적당한 때란 조금 이르게와 조금 늦게까지를 아우른다. 한창 맛들 때가 아니더라도 조금 이르게 찾아 먹고, 살짝 제철이 지난 것 같아도 냉장고에 쟁여 두고 먹어야 내년 이맘때가 올 때까지 그나마 덜 아쉬워하며 버틸 수 있다.
한낮의 더위가 아직 기승을 부리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때가 왔다. 무화과가 제철이다. 기다려서 더 반갑다. 저녁 바람에 조금이라도 가을 냄새가 묻어나면 발 빠르게 무화과를 찾아 나선다.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인터넷 과일가게까지 넘나들며 맛있는 무화과를 포획한다.
무화과는 너그러운 과일이다. 껍질째 먹어도 좋고 껍질을 까서 먹어도 맛있다. 쟁반 가득 무화과를 씻어 두고 껍질이 잘 까지는 것은 알뜰살뜰 까서 먹고, 껍질이 잘 안 까진다 싶으면 그냥 덥석 베어문다. 어떤 선택의 고민도, 망설임도 없는 단순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은은한 단맛은 무화과의 질리지 않는 매력이다. 어찌 보면 특색 없는 맛 덕분에 여기저기 잘 어울린다. 샐러드에서도, 빵 위에서도 조연으로 들어가 단숨에 주연자리를 꿰찬다. 가끔 맛없는 무화과가 걸릴 때도 있는데 이게 또 횡재다. 무화과잼으로 만들면 또 얼마나 맛있는지. 원체 무른 과일이니 쨈으로 만들기도 쉽고 만들어두면 두고두고 즐기기도 좋다.
자주 가는 브런치 가게에서도 이 맘 때가 되면 무화과 팬케이크가 선보인다. 그냥 팬케이크에 리코타 치즈와 무화과를 올린 것뿐인데 특별히 자꾸자꾸 먹고 싶다. 부드러운 팬케이크에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에 부드러운 무화과가 내 마음까지 부드럽게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무화과 팬케이크 포스터가 가게 유리문에 붙었다. 무화과와 무화과 팬케이크는 전혀 다른 음식이니까 두 가지 모두, 다다익선으로 즐겨줘야지.
당장 먹으러 갈까 하다가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먹으러 가기로 한다. 좋아하는 걸 함께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더 좋으니까. 냉장고에 가득 찬 무화과도 있으니 주말까지 잘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을 당장 즐기는 것만큼 좋아하는 것을 기다리는 설렘도 좋다. 무화과 팬케이크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곁들여 먹을까. 아니면 아이스 라테가 좋을까. 주말까지 마음껏 변덕 부리며 고민해야지.
제철에 먹는 무화과처럼 행복이란 사실 별게 아니란 걸 이제는 안다. 냉장고에 무화과를 채우는 정도만 부지런하면 된다. 주말에 무화과 팬케이크를 먹으러 갈 정도만 계획적이면 된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는 순간과 좋아하는 것을 설레며 기다리는 순간을 부지런히 심어 두고 제철마다 즐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