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집 안이 조용할 날이 없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일까. 대부분 동생이 형의 장난감을 뺐거나 형을 괴롭히면서 소란이 시작된다.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형이 자꾸 봐주니까 점점 동생의 장난이 심해지는 것 같아서 오늘은 큰 마음먹고 단호하게 말했다.
“준이야, 동생이 괴롭히면 화내면서 하지 말라고 해. 그리고 때리면 살짝 밀거나 못하게 꽉 잡아."
엄마의 말에 첫째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엄마…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동생인걸요.”
사랑하기 때문에 잘해주고 싶다는 그 당연한 말이 퍽 감동스럽게 다가왔다. 그래. 집안의 서열이나 옳고 그름을 천천히 생각하자. 작은 아이도 언젠가 형의 마음을 알아주겠지. 조금 느려도 천천히 대화로 해결해 보자.
아이의 말을 듣고 나니 아까 엄마의 전화를 퉁명스럽게 받은 게 사뭇 미안해졌다. 밖에서는 착한 척, 예의 바른 척하느라 애쓰면서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은 홀대하기 일쑤였다. 사랑하면 더 아끼고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기본 중의 기본을 잊고 있었다. 늘 곁에 있다는, 편하다는 이유로 서슴없이 했던 말과 행동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을까. 모든 걸 이해해 줄 거라는 믿음과 표현하지 않아도 알 거라는 기대가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이었다는 걸.
내일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야지. 다정하게 사랑한다 말해야지.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랑하는 만큼 사랑을 주어야지. 표현하지 않으면 어떻게 알겠어. 우리가 초능력자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