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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너는 너, 나는 나

by pahadi


여태껏 붙어 다니면서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친구가 있다. ‘진짜 이상한’ 때로는 ‘나쁜’ 친구 카테고리로 분류된 그 친구와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온 계기가 있었다. 수업시간에 함께 MBTI 테스트를 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와 나의 MBTI 그래프가 완벽한 대칭을 그리고 있었다. 접점하나 없는 우리가 한 교실에서 만나 친구가 된 게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 친구가 나쁜 게 아니라 서로 다른 것뿐이었다. 그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받아들이고 나니 서운할 것도 속상할 것도 없었다. 지금도 아프다고 말하면 ‘괜찮아?’보다 ‘병원에 가'라고 말하는 그녀와 우리는 여전히 친한 친구다. 그게 나를 걱정하는 방식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MBTI가 절대적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도 MBTI가 도움이 되었다. 나는 슈퍼 스타가 되고 싶었다. 발도 넓고,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나는 밝은 척, 신나는 척, 사교적인 척 노력해 보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이상한 말을 늘어놓아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거나, 애써 꾸몄던 어색한 행동들 때문에 밤새 이불킥을 하거나, 이상과 다른 현실에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실망할 뿐이었다.

MBTI 검사 결과 나는 E(외향형)와 I(내향형) 중에 I(내향형)였다. 그 알파벳 하나가 심플하게 설명해 주었다. 나는 외향형 슈퍼 인기 스타가 될 수 없다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내가 부족하고 못나서 그런 게 아니고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다. 나서는 것보다 대세를 따르는 게 편하고, 낯선 환경보다 익숙한 환경이 편하고, 여러 사람보다 소수의 사람과 깊이 있게 사귀는 걸 좋아하고, 집 밖에서보다 집 안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말하는 것보다 생각하는 게 편한 그런 사람. 이건 잘 나고 못나고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돌들이 각양각색이듯, 세상에 풀잎이 다 다르듯, 당연한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그저 받아들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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