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엄마의 성장기
“아이들은 좋은 말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듣습니다. “
교사 회의 때 매번 빠짐없이 했던 말 중 하나이다. 선생님들은 공감을 하시면서도 바로 다음질문을 하신다,
“좋아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그렇다.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건 사실 한마디의 말로 정의 하긴 매우 어렵다.
하지만 듣고 들어도 또 듣고 싶은 노래가 있고,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운치 있는 카페처럼 무엇이라 선명하게 써내려 갈 순 없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신비한 매력이 우리로 하여금 당기게 한다.
그럼 그 기준은 무엇일까. 친절한 말투? 똑똑한 어휘? 많은 재력에서의 여유? 경험에서 오는 능숙함? 아님 정말 신비와 미지의 영역?
나는 이러한 비슷한 질문을 그전에도 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돼서 어머님의 음식을 먹을 때였다.
“지윤아, 이건 청도에서 온 미나리야. 생으로 먹어도 돼.” “이건 강경에서 온 젓갈이야 많이 먹으렴. “
당시의 나는 주말부부를 하던 남편의 밥상을 좁디좁은 대학원 아파트의 주방에서 차려주곤 했는데, 맛을 내는 게 익숙하지 않던 터라 동전만 한 ‘마법의 육수’를 즐겨 사용하곤 했다.
라면과 스팸을 싫어하는 미식가인 남편은 그저 내가 해준 밥상에 의미를 두고 잘 먹어줬지만 실은 그 조미료의 맛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난 그때 맛을 내는 기술이나 재료를 사려고 무척 애쓰며 결국 코인 육수대신, ‘천연육수’ 가루로 대체하며 스스로 뿌듯해하곤 했다.
그러나 어머님의 밥상은 달랐다.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맛대신 먹으면 어딘가 개운하고 먹고 또 먹고 싶은 맛이었다.
여러 번 어머님의 밥상을 누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미나리는 청도.. 젓갈은 강경.. 등 제철 음식과 지역별 특산물들에 익숙해졌다. 그리곤 어머님의 말씀이 뇌리에 박혔다.
”제철음식은 보양식보다 몸에 좋단다. “
때에 맞는 햇빛과 바람 토양의 영양분과 정성으로 자란 음식의 효능은 심지어 암을 이길 수 있는 힘까지 가지고 있다고 하셨다.
맛을 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 것임을 다시 깨달으며 난 ‘천연 조미료’를 멀리 하기로 했었다.
계속하여 먹고 싶고 어딘가 위안이 되고 소화가 잘되는 어머님의 음식은 나에게도 큰 효능으로 작용했는데, 좋은 재료는 곧 좋은 사람과 같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이처럼 항상 보고 싶고 어떻게든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사람은 맛 내기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겉과 속이 진국인 사람이었다.
그것은 친절하거나 내가 원하는 말로 표현되는 것이 아닌데도, 아니 심지어 조금은 투박스럽고 어쩌면 강한 말인데도 불구하고 나를 꿰뚫는 따뜻함과 완전히 지지하는 것 같은 든든함과 깊은 울림으로 날 휘어잡았다.
그래서 더더욱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말투를 써야 하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냐, 마치 코인육수냐 천연조미료냐와 같은 방법론들은 좋은 사람을 만들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
그럼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냐고?
먼저 스스로 잘 서야 한다. 제때 오는 풍파를 피하지 않고 인내로 잘 견디고, 시기마다 오는 볕을 즐길 줄 알며, 주위에서 오는 영양분에게 감사할 줄 아는 내면의 줄기가 꽉 찬 사람으로 나를 먼저 돌봐야 한다.
그럼 결국, 나의 진심‘이 ’ 본심‘이 되어 누군가의 곁을 지켜주고, 그것을 상대에게 고스란히 자양분 되도록 배려하며 제공해 주고 차려줄 수 있는 자꾸만 그리워지고 찾고 싶어지는 여운 짙은 한 그릇이 될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기보단 오늘 주어진 하루를 완전히 직면하여 향유하는 것 그것이 이미 좋은 사람의 반열에 날 이끌고 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