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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지 Oct 02. 2017

낮예밤예-
낮에도 예쁘고 밤에도 예쁜 쿠스코

어젯밤에만 예쁜 줄 알았더니, 오늘 아침에도 예쁜 페루 쿠스코




Hostal Puriwasi에서의 첫 아침. 쿠스코를 본격적으로 둘러보기에 앞서 꽃단장을 마쳤다.


햇빛이 미쳤어. 

날씨가 미쳤어.

쌀쌀한 밤과는 달리 따뜻하고 햇빛이 강렬한 쿠스코의 낮.

왜 잉카인들이 스스로 태양의 후손들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군!

푸리와시 호스텔에서 Centro Historico 쪽으로 쭉 걸어 내려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꼬리깐차와 산토 도밍고 교회(Iglesia de Santo Domingo)다.

아직은 쿠스코의 분위기를 조금 더 살펴보고 싶어서 들어가지 않고 계속 걸어 내려간다. 

여기가 꼬리깐차. 

다시 산토 도밍고 교회로 되돌아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보았다. 

쿠스코 답게, 잉카 특유의 상징물 (동물, 식물, 음식)과 잉카식 복장을 한 성인들과 예수상을 볼 수 있던 곳.

산토 도밍고 교회에서 나오니 전통 복장을 하고 아이를 업고 아기염소(염소인지 양인지 모르겠다)를 데리고 있는 두어 명의 여인들이 교회 계단에 앉아 있다.

눈을 감고 햇살에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귀여운 요 녀석.

너무 앙증맞아서 그냥 지나치지는 못하겠다. 

조금 더 큰 라마도 함께. 


라마를 데리고 전통 복장을 입고 있는 여인들을 보면 꼭 사진을 찍고 싶었기에, 함께 사진을 찍었다.

물론 이 분들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사진을 함께 찍고 돈을 받는 '직업' 모델들이다. 따라서 함께 사진을 찍고 나면 반드시 1~2솔을 지불해야 한다.

예전에는 나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거나 조악한 기념품을 팔아서 돈을 버는 가난한 현지 사람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현지인들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지나치게 의존하면 좋지 않다/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나쁜 일이다" 라는 의견을 갖고 있고, 나도 그 의미에는 어느 정도 동감하는 편이다.

그러나 내가 이 사진 한 장으로 인해 '호갱님'으로서의 관광객이 되는 것도, '지역경제 말살꾼'으로서의 관광객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나는 진심으로 이 사진이 찍고 싶었고, 그리고 낯선 이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에 응해주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는 것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묻지도 않고 마음대로 현지인의 삶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보다는, 먼저 요청을 하고 값을 지불하고 찍는 사진이 더 낫지 않겠는가. 

아무튼 마음 같아서는 이 귀여운 염소를 번쩍 안아들어서 내 품에 꼬 껴안고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햇살을 평온히 즐기고 있던 녀석을 지나치게 방해하고 싶진 않아서 그냥 내가 염소를 향해 바짝 엎드렸다.

사진 속 나를 엿보는 경찰의 표정이 흥미롭다.

내가 사진을 찍고서 돈을 지불하지 않을까 봐 걱정한 걸까? 아니면 내가 지나치게 많은 돈을 뜯길까 걱정한 걸까?

셀카를 부르는 쨍한 햇빛을 받으며 산토 도밍고 성당 앞에서 사진 한 방 더 찍고, 아르마스 광장으로 발을 옮긴다.

광장에서 또 만났다!

어제처럼 춤과 노래를 열심히 연습하는 태양의 후손들, 쿠스코의 어린이들.

하지만 어젯밤의 그 아이들과는 또 다른 학교, 다른 아이들이겠지? 


낮에 보니까 또 색다른 쿠스코 대성당. 

밤낮으로 춤과 노래를 연습하는 아이들 덕분에

아르마스 광장에는 둥둥 울리는 북소리와 아이들의 함성 소리가 가득하다.

보통 남미의 광장들은 내게 시각적 이미지로 기억되는데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은 유독 소리로 기억된다. 

꼬마 아가씨가 어찌나 야무지게 움직이던지.

서로 친구들을 보면서 코칭까지 한다.

"그렇지! 그렇게 계속해!"

햇살 좋은 날, 쿠스코에서 멋진 사진을 찍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 어디서 찍든 멋진 엽서가 된다. 

아마 이 사진을 찍고 나서는 대성당에 입장해서 대성당을 구경했던 것 같다.

굉장히 규모가 크고, 역사가 깊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성당이니 꼭 방문하시길.

사진에 담고 싶은 게 너무 많았지만 아쉽게도 내부 사진 촬영 금지였다. 

다만 스페인 정복자들이 쿠스코를 정복할 때 종교가 잉카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의 이야기는 굉장히 인상깊었다. 태양을 섬기고, 퓨마를 섬기고, 독수리를 섬기고, 어머니 대지를 섬기는 등 자연물을 신으로 대해온 이들에게 기독교의 개념은 받아들이기 완전히 힘든 것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원래 믿던 종교적 개념과 연관지어서 기독교를 받아들였다. 그래서 성당 내부에는 잉카인에게 토착화된 기독교의 모습이 가득했다. 검은 피부에 잉카인의 전통 의상을 두른 예수, 그리고 '어머니 대지'의 개념이 투영되어 마치 산처럼 삼각형의 옷을 입고 예수보다도 더 중시되는 성모마리아, 최후의 만찬 식탁에 오른 꾸이(기니피그 요리) 등등...


오디오 가이드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거대한 규모의 성당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구름까지 멋지고. 

어떤 건물 2층에서 내려다 본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의 한낮.

아마 몇 시간이고 두고두고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제 잉카 박물관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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