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람지 Dec 04. 2017

세계에서 가장 큰 거울
우유니 소금사막을 걷다(1)

부제: 소금사막에서 점심 먹는 법

 이른 아침 쿠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쿠스코에서 볼리비아 라파스로 가는 페루항공(Peruvian Air)을 타기 위해. 

 참고로 쿠스코 공항에서는 좀 별나다 싶을 정도로 짐 검사를 빡세게 한다. 탑승 체크인을 하자마자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이 내 짐을 사무실로 가지고 가서 가방을 연 후 물건을 하나하나 체크한다. 이래도 되나, 이렇게 꼼꼼히 검사하다가 비행기 놓치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걱정할 것 없었다. 예정된 출발 시간보다 비행기는 1~2시간 더 늦게 출발했기 때문. 

 라파즈 공항은 한 나라의 수도에 위치한 공항 치고 매우 작았지만,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는 듯했다. 간단한 아침식사도 하고,  후안 발데즈 커피도 있길래 느긋하게 커피에 브라우니까지 곁들이며 밀린 일기도 썼다. 

 그렇게 어둑어둑한 저녁이 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우유니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매우 아담한 Boliviana de Aviacion(줄여서 BoA 항공) 비행기. 1시간 가량의 짧은 비행 시간이었지만 나는 그새 잠이 들었다. 내가 쿨쿨 자고 있는 사이 승무원이 살포시 내 무릎 위에 기내 간식을 올려놓은 줄도 모르고.


 저녁에 도착한 우유니의 첫 인상은 역시나 을씨년스러웠다. 공항은 소도시의 버스터미널을 닮았다. 별도의 편의시설은 없었다.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은 모두 같은 곳을 향하는 셈이어서, 한 외국인 커플과 함께 택시를 합석해 타고 우유니 시내에서 내렸다.  

 내 숙소는 Reina de Salar 호텔. 사막의 특성상 밤에 엄청나게 춥지만, 수압이 세지는 않아도 나름대로 따뜻한 샤워를 할 수 있는 곳. 게다가 엄청나게 친절하고 젠틀하신 주인 아저씨가 계신다. 

 체크인을 하고 곧장 투어사를 찾아 다음날 아침에 떠날 우유니 사막 투어를 예약했다. 투어사 청년이 근처의 괜찮은 식당을 추천해줬지만 아마도 저녁을 먹으러 갈 기력이 없었던지, 나는 그냥 아까 승무원이 나눠 준 보아 항공 기내 간식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 와중에 우유니의 밤은 어찌나 춥던지, 입이 돌아가는 줄 알았다.


 다음 날 아침, 투어를 하러 가는 날. 

메인 거리는 온갖 투어 차량으로 북적북적하다. 

이 차가 바로 내가 타고 갈 차량. 직원들이 차에 짐을 싣고 있다.

우리 일행은 나, 일본인 남자, 대만 남자 두 명, 멕시코 남자 한 명, 그리고 페루 여자 두 명.

운전사 아저씨가 가이드 역할도 겸한다. 

그리고 이 날은 매우 황송하게도, 내가 통역(?)을 맡게 됐다. 스페인어만 할 줄 아시는 기사 아저씨께서 내가 약간의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걸 보시고 오늘 하루 통역을 좀 해달라 하셨다. 덕분에 정말 창피한 수준의 스페인어 실력이지만, 스페인어를 할 줄 모르는 일행들을 위해 내가 하루 종일 스페인어-영어 통역을 하게 됐다. 

첫 번째 스탑은 기차들의 무덤, 혹은 기차들의 묘지라 불리는 곳이다.

한 때는 은이나 구리 등의 자원을 싣고 달리던 기차들이었는데, 지금은 더 이상 달리지 않고 버려진 기차들이다. 녹슨 기차 위마다 관광객들이 올라가서 포즈를 잡는다. 

어쩐지 영화 <매드맥스>가 생각나는 기차들의 모습.

8기통! 8기통! 임모탄 님이 나를 보셨어!

세상에. 

지금 봐도 이 날의 내 비주얼은 충격적이다. 

지금 보니 더 예쁘게 하고 갈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오지만 당시에는 사막의 추위를 견디기 위한 최선의 복장이었다.

기차들의 무덤을 떠나 이제 본격적으로 소금사막을 향해 달린다.

소금사막은 대체 얼마나 클까, 항상 궁금했었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근사한 소금사막의 사진들을 보며 대충 그 크기가 집 근처에 있는 기흥저수지만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면적은 1만 2천 제곱킬로미터.


숫자로 말하면 감이 잘 오지 않지만, 그야말로 차를 타고 달리고 또 달려도 끝이 없는, 그리고 사방으로 몸을 돌리고 어느 곳으로 눈을 돌려도 그 끝이 전혀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새하얀 평원이 눈 앞에 나타난다.

지각변동으로 인해 솟아올랐던 바다가 빙하기를 거쳐 녹기 시작하면서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들어졌다고 한다. 

소금사막에 도착해서 내리자 발 밑의 웅덩이에서 뭔가 물이 뽀그르르르- 하고 밑에서 솟아나오는 희한한 장면이 보였다. 

투어 차량이 멈춘 곳.

내가 우유니를 방문했을 때는 건기라서 대부분의 소금사막이 물기 없이 바짝 말라 있다. 

언제 봐도 괴상한 (쿠스코에서 산 3000원짜리) 하얀 선글라스 + (역시나 쿠스코에서 산) 새빨간 알파카 스웨터의 조합이지만, 늘 그렇듯 장기 여행을 하다 보면 멋에는 신경을 쓸 수가 없다.

보통은 별을 보거나 해가 뜨는 모습을 지켜보려 선라이즈투어나 선셋투어를 많이들 선호하는 편이다. 나도 일정이 허락했더라면 투어 한 가지를 더 하고 싶긴 했다.

 그래도 나처럼 데이투어를 선택하는 것의 장점이 있다면, 파란 하늘 반 새하얀 소금사막 반의 깨끗하고 청량한 느낌의 소금사막을 볼 수 있다는 것. 

인상적이었던 소금사막의 바닥. 그야말로 진짜 "소금"이다.

신기하게도 벌집처럼 육각형의 타일 무늬를 이루고 있다. 

처음 소금사막을 맞이한 우리 일행들은 제각각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그러다가 기사 아저씨가 점심 먹을 시간이라며 우리를 부른다. 

짜잔!

이게 우유니 사막에서 점심을 먹는 방법이다. 

사실 투어 차량에 가득 싣고 온 짐들은 전부 사막에서의 점심식사를 위한 짐이었던 것. 기사 아저씨가 테이블과 의자 등을 내려놓으면 우리들은 열심히 오찬 테이블을 꾸민다. 

무슨 음식이 차려질까 몹시 기대중. 

기사 아저씨는 트렁크에서 우리에게 줄 음식을 비밀스레 준비중이다. 

짜잔. 드디어 차려진 우유니의 오찬.

비록 새벽같이 준비해서 싸들고 온 음식들이라 다 차갑게 식어버리긴 했지만 나름대로 모든 영양소를 다 갖춘,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사 아저씨의 귀여운 정성이 느껴져서 왠지 특별하게 느껴진다. 샐러드에, 토마토에, 감자튀김에, 치킨까스에, 밥까지.  

사실 나는 페루에 온 이후로는페루의 주요 관광지들이 하나같이 고산지대에 위치한 탓에,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었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 역시 예외는 아니라 먹는 족족 설사를 하기 마련이라 무엇 하나 편히 마음 놓고 먹진 못했다. 위장이 멀쩡했더라면 정말 맛있게 다 먹어줬을 텐데. 

다들 점심식사를 클리어하고 아까 미처 다 담지 못했던 사진들을 찍고 있는데, 기사 아저씨가 우리를 부르신다. 그리고 한 사람씩 핸드폰 카메라를 켜서 자신에게 달라 하신다.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우유니의 단체 포토타임. 

끝없이 펼쳐진 소금사막의 특성 덕에 우유니에서는 원근법을 활용한 재미난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그런 류의 사진을 남겨 가는 것이 많은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이기 때문에 아예 요즘은 투어 기사님들이 온갖 소품들을 챙겨와서 관광객들에게 재미있는 사진을 남겨주는 것이 일종의 투어 프로그램이 된 것이다.


바닥에 빨간 냄비를 놓고서, 원근법을 이용해 마치 우리가 전부 냄비 안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의 사진을 찍어주신다.

물론 친절하게 개인 사진까지 한 명씩 전부 찍어주신다.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팔다리를 번쩍 들어 몸을 v자로 만들면, 저렇게 냄비에 퐁당 빠진 슬로모가 된다. 

국적도 제각각인 사람들이 이렇게 같은 날, 같은 차에 타서 투어를 함께 하게 된 것도 인연이다.

그 다음 행선지는 Isla de Pescado. 끝도 없는 소금사막에 난데없이 바위섬이 불쑥 나타나는데, 이 바위섬이 온통 선인장으로 뒤덮여 있어서 마치 외계 행성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준다. 

재미있는 게, 이 곳은 우유사막 투어 중 유일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이외의 장소에서는 그냥 야생의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섬 입장료를 내야 한단다.

살면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선인장들을 보는 건 처음이다. 

참 특이한 곳이다. 이 섬을 제외하면 사방은 온통 하얀색 뿐인데. 

섬의 크기가 크진 않으므로 2,30분 정도면 섬을 한 바퀴 쭉 둘러볼 수 있다. 

화성에는 선인장이 없겠지만 왠지 화성에 착륙한다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섬에서 내려와 다시 투어 차량으로 모였다. 기사 아저씨가 우리를 재촉하신다. 시간이 오후로 접어들고 다음 일정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추픽추에서는 삶을 찬미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