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좀 타면 어때
은이야. 은이는 지금 할 수 있는 표현이 몇 가지만 할 수 있어. 낑낑거리면서 찡찡거리기. 울기. 웃기. 짜증 내기. 새근새근 숨쉬기. 얼굴 빨개지도록 힘주기. 적은 표현으로 은이의 여러 가지 감정을 아빠 엄마한테 알려주는 건 너무 힘든 일이지?
아빠 엄마도 은이가 원하는 것을 바로 알지 못해서 미안해. 아빠도 엄마도 아빠가 처음이고 엄마가 처음이라서 미안해. 더 잘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우리 은이에게 많이 미안해.
은이가 조리원에서 집에 오고 은이가 잠을 자지 못하고, 불편함을 호소할 때 사실 아빠 엄마는 은이를 안아주지 않는 대신 은이의 감정이 가라앉길 기다렸어. '손탄다'라는 말 때문에 그렇게 하기로 했어.
손타는 게 뭐냐 하면, 아기가 울 때 안아주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되는 걸 손탄다고 해. 은이가 손타면 아빠 엄마가 너무 힘들고 아무런 생활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처음엔 손을 못 타게 하려고 했어.
그런데 아빠는 그렇게 생각했어. 지금 아빠가 은이를 더 안아주지 않으면 언제 안아주겠어. 손이 좀 타면 어때. 나중에 내 품에 있었던 은이의 그 체온, 은이의 숨소리를 더 느끼지 못한 걸 후회할 시간이 올 텐데. 지금이라도 은이의 체온을, 은이의 숨소리를 느끼고 죽어서라도 잊지 않으려고, 기억하려고 아빠는 은이를 안을 때마다 애쓰고 또 애써.
지금 아빠가 은이를 안아주지 않으면 지금 몸은 조금 편할지 모르겠지만, 먼 미래에 더 마음 아프고 후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빠가 후회하지 않게, 은이가 서운하지 않게 지금 최선을 다해서 안아줄게.
손이 좀 타면 어때. 내 사랑인데.(202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