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야 할 곳이 생겼다는 것

살면서 한 번은 겪어야 하는 떠돌이 생활

by 해윤

자취를 시작한 지 두 달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여전히 내 공간보다는 남의 공간인 것 같고, 정을 붙이려면 한참이 걸릴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은 나에게도 돌아와야 할 곳이 생겼다는 것.


집.

누군가는 당장이라도 뛰어들어가 폭신한 곳에 누워 종일 뒹굴거리고 싶은 곳이고, 누군가는 따뜻하고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요리를 해 먹는 나만의 식당을 꾸리는 곳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문을 여는 것조차 두려운 공간이기도 하다. 편하면서도 갑갑하고 불편하면서도 문을 열게 되는 집.


내게는 그런 집이 두 개가 됐다.


독립.

대부분의 인류가 살면서 한 번은 겪게 되는 과정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혼란스러움, 그러니까 돌아가고 싶은 집과 돌아와야 하는 집 사이의 간극을, 마음 뉘일 곳과 몸 뉘일 곳이 분리되는 유체이탈 떠돌이 생활을 한 번은 겪는다는 거다.


떠돌이 생활 중에도 물리적으로 내가 돌아와야 할 곳은 분명히 생겼다. 동시에 돌아가고 싶은 곳 역시 분명히 생겼다. 돌아오는 것과 돌아가는 것, 그 간극은 분명하다. 오는 것과 가는 것은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근데 돌아와야 하는 곳과 돌아가고 싶은 곳이 집이라는 공통점으로 맞물려 있는 건 정말이지 사람을 묘하고 심란하게 만든다. 마음 편하고 몸도 편하지만 약간의 페르소나가 필요한 집과 마음 불편하고 몸도 분주하지만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집이 생겼다는 건 정말이지 사람을 심란하고 묘하게 만든다.


오늘은 돌아온 날이다, 본가에서 자취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본가에 뚝뚝 떨어뜨려 두고 온 미련을 곱씹었다. 당장이라도 내 섭한 마음을 웃으면서 달래 줄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내 짐 몇 개 남지 않았어도 맘 편히 몸 뉘이고 뒹굴 수 있는 집으로, 이야기를 나눌 누군가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와중에 내 자아가 물들고 있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전처럼 눈물범벅이지 않다는 게 기특했다.


사실 눈물만 안 흘렸을 뿐 오늘도 엄마를 붙잡고 본가로 돌아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엄마는 그래도 네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씁쓸했다.


돌아와야 할 곳이 생겼다는 것, 외로움과 친해지고 감당해야 할 나만의 감정이 생겼다는 것. 그래도 역시 돌아와야 할 곳과 돌아가고 싶은 곳이 다른 듯 같다는 건 정말이지 묘하고 심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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