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_3
영화사에는 수많은 명작들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 울림으로 우리를 사로잡는 걸작들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 「잔느 딜망」은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2022년, 권위 있는 영화 잡지 『사이트 앤 사운드』 선정 역대 최고의 영화 1위에 오른 이 작품은 평범한 주부의 일상을 통해 우리 시대의 진실을 날카롭게 꿰뚫는 걸작입니다.
주인공 잔느의 변함없는 일상을 3시간 반 동안 묵묵히 관찰하는 이 영화는 결코 편안한 감상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잔느는 남편을 여의고 홀로 살아가는 중년 여성으로,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과 육체노동으로 지친 삶을 살아갑니다. 영화는 잔느의 일상을 건조하게 기록하면서도, 그 이면에 감춰진 고독과 욕망의 심연을 예리하게 포착합니다.
잔느의 기계적인 일상 속에서 포착되는 것은 바로 여성의 삶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입니다. 그녀는 가부장제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아에 대한 갈증을 느끼죠. 잔느의 욕망은 미묘한 제스처와 표정, 침묵 속에서 파편적으로 드러납니다. 그것은 자신만의 정체성을 갈망하면서도 주어진 현실에 얽매인 현대 여성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잔느 딜망」이 페미니즘 영화의 정수로 평가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영화는 한 여성의 삶에 천착하면서, 그를 둘러싼 사회적 조건들을 날카롭게 해부합니다. 억압된 욕망, 외로움, 상실감으로 점철된 잔느의 초상은 여성 주체성의 문제를 첨예하게 제기하죠. 영화는 이를 과감한 실험 정신과 미학적 완성도로 그려냅니다.
잔느 딜망에게 찾아온 결정적 사건은 바로 이 억눌린 욕망의 폭발입니다. 기계적인 일상에 균열이 생기고, 변화에 대한 갈망이 솟구치는 과정은 압도적인 몰입감으로 다가옵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한 인간 실존의 고뇌와 번민을 마주하게 됩니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을 때, 우리는 마치 잔느와 함께 그 삶을 살아낸 듯한 강렬한 여운에 휩싸이게 됩니다.
「잔느 딜망」은 무엇보다 영화 자체에 대한, 영화 언어의 가능성에 대한 치열한 모색이었습니다. 아카만 감독은 정교한 미장센과 롱테이크, 사운드의 활용으로 일상의 리듬을 포착하는 동시에 그 이면의 실존을 응시합니다. 그는 '지루함'마저 미학의 도구로 승화시키며 관객을 영화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만듭니다. 이는 상업영화의 문법을 거부하고 예술영화 고유의 형식을 모색하는 거장의 고뇌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2022년 『사이트 앤 사운드』 선정 최고의 영화 1위에 오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간 톱10을 독식하던 「시민 케인」과 「현기증」을 제치고 정상에 오른 것은 영화사의 관점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죠. 백인 남성 감독 중심의 영화사를 다시 쓰고, 여성 감독의 위대한 업적을 조명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는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영화의 역할과 의미를 재고하게 만드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어떤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까요? 「잔느 딜망」은 일상에 천착하는 예술의 힘으로 이 질문에 답합니다. 한 개인의 고뇌에 깃든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영화는 여전히 탁월하게 담아낼 수 있다고 말하죠.
「잔느 딜망」 앞에서 우리는 영화 언어의 무한한 가능성과 예술의 본질적 물음을 되새기게 됩니다. 이 작품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인 동시에, 우리 시대를 새롭게 사유하게 만드는 위대한 예술이기도 합니다. 아카만 감독의 뜨거운 눈물처럼, 잔느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우리 가슴에 뜨거운 울림으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