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속인 인간, 폰 할스바흐

뮌헨 대성당 바닥에 남은 발자국의 전설

by 김형범

뮌헨의 중심부에 우뚝 서 있는 프라우엔키르헤 대성당은 두 개의 거대한 탑으로 도시 어디서든 눈에 띈다. 그러나 이 웅장한 건축물 뒤에는 기묘한 전설이 숨어 있다. 성실한 악마와 교활한 인간의 이야기다.


15세기, 건축가 외르그 폰 할스바흐는 이 대성당의 공사를 맡았다. 하지만 공사는 예상보다 훨씬 느리게 진행되었고, 사람들의 기대는 점점 불만으로 변해 갔다. 할스바흐는 초조함에 사로잡혀 밤마다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앞에 낯선 존재가 나타났다.


“내가 이 성당을 순식간에 완공시켜 주지. 대신 조건이 하나 있다. 성당이 완공되면 가장 먼저 들어오는 영혼을 내게 넘기게.”


할스바흐는 잠시 망설였지만 도시의 명예와 자신의 경력이 걸린 상황에서 결국 악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악마는 말 그대로 성실했다. 그의 손길이 닿자 공사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돌과 돌이 쌓이고, 높은 첨탑이 완성되며 성당은 마침내 위엄 있는 자태를 드러냈다.


완공의 날, 악마는 약속을 지키라며 성당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할스바흐는 이미 계략을 세워두고 있었다. 그는 한 마리 개를 성당 안으로 먼저 들여보냈다.


“이 성당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저 개다. 원한다면 개의 영혼을 데려가도 좋다.”


악마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성실하게 공사를 마친 대가가 고작 개 한 마리의 영혼이라니. 인간의 속임수에 또다시 당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 악마는 절규하며 성당 바닥을 쾅 내리찍었다. 그 순간 생긴 발자국은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다.


사람들은 그 발자국을 “악마의 발자국”이라 부르며 성당을 찾는 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한다. 인간의 재치를 드러내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성실하게 약속을 지킨 악마가 오히려 희생양이 된 듯한 슬픔도 느껴진다. 어쩌면 성당의 입구에 남은 그 발자국은 인간의 교활함보다 악마의 억울함을 기억하라는 표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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