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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살인의 추억]

2024년 대한민국 영화 100선 중 2위 작품

by 김형범

2024년 한국영화 100선에서 2위(만드는 사람 기준으로는 1위)를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한국 영화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작품입니다. 2003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이 첫 영화 '플란다스의 개'의 실패 이후 절치부심하며 만든 작품으로, 그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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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좌)_포스터, 봉준호의 두번째 영화 살인의 추억(우)_포스터

'살인의 추억'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연쇄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범죄 스릴러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영화는 '날 보러와요'라는 연극을 각색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영화는 범인을 잡으려는 시골 형사와 서울에서 파견된 형사의 수사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당시 한국 사회가 가진 한계와 무능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송강호와 김상경이 연기한 두 형사의 활약을 중심으로, 영화는 단순한 범죄 수사물을 넘어 1980년대 후반 한국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권위주의적이고 비과학적인 수사 방식, 사회의 구조적 모순, 그리고 그 속에서 희생되는 개인들의 모습을 포착합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와 풍자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관객들에게 숨 쉴 틈을 줍니다.

memoriesofmurder-movie-003-38.jpg 시골 형사 두만(좌에서 두번째)과 서울형사 태윤(좌에서 세번째) 수사를 하면서 계속 갈등을 빚는다

'살인의 추억'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그 결말입니다. 대부분의 범죄 영화가 범인 검거로 끝나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끝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는 열린 결말을 택했습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선택이었으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결말은 단순한 범인 검거를 넘어 사회에 대한 더 깊은 질문을 던지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다운로드 (8).jpg 살인의 추억 마지막 장면

이 영화의 성공은 한국 영화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살인의 추억' 이후 15년 이상 스릴러 장르가 한국 영화의 주요 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고, 사회 문제를 다루는 범죄 스릴러 영화들이 대거 제작되었습니다. 이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여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살인의 추억'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은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대중적인 장르 영화에 성공적으로 녹여냈다는 점, 시대상을 생생하게 재현해낸 점, 그리고 수준 높은 연기와 연출로 한국 영화의 질적 도약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국제적 명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살인의 추억'을 통해 봉준호 감독의 재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이는 후에 그가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길을 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살인의 추억'이 개봉 2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100선 중 2위에 오른 것은, 이 영화가 가진 예술성과 사회적 메시지가 여전히 강력하게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을 담은 영화의 힘을 증명하는 것이며,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연 작품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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