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결핍을 유희로 소비하는 SNS '가난 챌린지'의 민낯
비행기 일등석의 널찍한 좌석, 그 위에 놓인 것은 소박한 컵라면 하나입니다. 혹은 수억 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슈퍼카의 운전대 옆에 김밥 한 줄이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이 부조화스러운 사진 아래에는 어김없이 ‘지긋지긋한 가난’ 혹은 ‘가난이 죄’라는 해시태그가 달립니다. 얼핏 보면 이해하기 힘든 이 기이한 풍경은 최근 SNS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이른바 ‘가난 챌린지’의 모습입니다. 부유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넘어, 이제는 역설적으로 자신이 얼마나 부유한지를 강조하기 위해 ‘가난’이라는 단어를 유머의 소재로 차용하는 새로운 과시 형태가 등장한 것입니다.
이 챌린지의 문법은 단순하면서도 기만적입니다. 최고급 외제 차의 열쇠를 라면 그릇 옆에 무심하게 툭 던져두거나, 명품 시계가 돋보이도록 운전대를 잡은 손을 찍으며 “기름값 벌러 출근한다”며 너스레를 떱니다. 사진 속의 배경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부의 상징들로 가득 차 있지만, 텍스트는 정반대로 결핍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명백히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비틀어 자랑하는 ‘기만적인 놀이’입니다. 진짜 가난을 겪어본 적 없는 이들에게 ‘지긋지긋한 가난’이라는 문구는 그저 자신의 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자극적인 양념이자, 온라인상의 관심을 끌기 위한 가벼운 밈(Meme)으로 소비될 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행을 단순히 철없는 부자들의 장난으로 넘기기에는 그 안에 담긴 무례함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최근 가수 김동완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러한 세태를 향해 묵직한 일침을 가했습니다. 그는 “타인의 결핍을 소품으로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 가난은 농담으로 쓰기 힘든 감정이다”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이어 “나도 홀어머니랑 반지하 생활을 오래 해서 늘 걸리는 단어”라고 고백하며, “웃기기 위해 할 수 없는 말들이 있고 지양해야 할 연출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누군가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공포이자 지우고 싶은 기억인 가난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좋아요’를 받기 위한 힙(Hip)한 연출 도구로 전락해 버린 것입니다. 웃음을 위한 연출이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음을, 그리고 그 선을 넘는 순간 그것은 유머가 아니라 폭력이 됨을 그는 명확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보고 있자면 한국 문학의 거장 박완서 작가의 소설 《도둑맞은 가난》이 떠오릅니다. 부유한 주인공이 빈민가에 들어와 가난을 체험하고 그것을 낭만화하여 자신의 삶을 장식하려 했던 소설 속 이야기처럼, 2024년의 SNS에서는 실제로 가난마저 도둑맞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진짜 빈곤층에게 라면과 김밥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지만, 챌린지에 참여하는 이들에게는 일등석에서 즐기는 별미이거나 슈퍼카 안에서 맛보는 이색적인 체험일 뿐입니다. 부유층이 가난의 이미지만을 쏙 빼내어 유희의 도구로 삼을 때, 실제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은 박탈감을 넘어 자신의 삶이 부정당하는 듯한 모욕감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이 논란의 핵심은 ‘공감 능력의 부재’에 있습니다. 자신의 풍요로움을 과시하기 위해 타인의 절박함을 액세서리처럼 사용하는 행위는 풍자가 아니라 조롱에 가깝습니다. SNS라는 가상 공간이 아무리 가벼운 소통의 장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 담기는 단어의 무게까지 가벼워져서는 안 됩니다. 결핍을 겪어보지 않은 자들이 함부로 흉내 낸 가난은 그 자체로 천박한 우월감의 표현일 뿐입니다. 진정한 여유는 통장의 잔고가 아니라, 타인의 아픔을 함부로 재단하거나 이용하지 않는 품격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이 철없는 챌린지가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