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의 기적_14년 고독이 16초 다정함을 만났을 때

무명 작가를 아마존 1위로 만든 어느 부녀의 기적 같은 역주행 이야기

by 김형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혼자만의 방에서 수년 동안 한 가지 목표에 매달려 본 적 있으신가요. 세상의 박수를 기대하며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꿈은 나만의 비밀이 되고, 어느덧 결과물보다는 과정을 견뎌낸 자신에게 만족하며 꿈을 갈무리하는 순간 말입니다. 미국의 한 평범한 변호사도 그런 시간을 보냈습니다.


로이드 리처즈는 세 아이의 아버지로 성실히 살면서도 가슴 한구석에 소설가라는 불꽃을 품고 있었습니다. 무려 14년 동안 퇴근 후 피로를 무릅쓰고 책상에 앉아 연쇄살인마를 쫓는 스릴러 소설 '스톤 메이든스'를 썼습니다. 마침내 2012년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내심 큰 반향을 기대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책은 서점 구석에서 11년 동안 먼지만 쌓인 채 잊혔습니다.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한 현실을 덤덤히 받아들였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는 못했어도, 14년 만에 내 이름이 박힌 책을 냈으니 충분히 행복하다고 스스로 다독였습니다. 소설가의 꿈은 그렇게 중년 남성의 소박한 취미로 남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고독하고도 성실한 창작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안타까워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딸 마거리트였습니다. 아버지가 14년 동안 얼마나 치열하게 문장과 싸웠는지, 출간 후에도 보상 없이 묵묵히 일상을 견디는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서글픈지 누구보다 잘 알았습니다.


결국 아버지를 위해 작은 용기를 냈습니다. 2023년 어느 날, 틱톡 계정에 짧은 영상 하나를 올렸습니다. 16초짜리 영상에는 서재에 앉은 아버지의 뒷모습과 함께 짧은 자막이 흘렀습니다. 아빠가 14년 동안 정성껏 쓴 책이 출간된 지 11년이 지나도록 거의 팔리지 않았다는 것. 그럼에도 책을 낸 사실만으로 기뻐하신다는 것. 그리고 이 소중한 책이 조금이라도 사랑받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았습니다.


이 영상은 올라오자마자 전 세계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사람들은 소설의 문장력을 확인하기도 전에, 14년이라는 세월과 이를 존중하는 딸의 다정함에 먼저 매료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영상은 조회수 4천만 회를 넘겼고, 11년 동안 멈춰 있던 소설 판매량은 폭발적으로 뛰었습니다. 잊혔던 '스톤 메이든스'는 단숨에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습니다. 수많은 독자가 누리집과 SNS로 몰려와 축하를 건넸습니다. 글을 쓴 14년과 무명 시절 11년을 합친 25년의 세월이, 단 16초의 진심 어린 영상 덕분에 세상에 환히 빛을 발한 것입니다.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게 아닙니다. 오랜 진심이 다정한 시선과 연결될 때 어떤 기적이 일어나는지 보여준 증거입니다.


갑작스러운 성공 이후, 로이드 리처즈는 언론 인터뷰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자신을 믿어준 딸과 독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11년 전에는 상상조차 못 한 '베스트셀러 1위' 타이틀이 책 표지에 당당히 새겨졌고, 꿈에 그리던 전업 작가로서 두 번째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딸이 올린 16초짜리 영상은 2012년에 멈춘 아버지의 시계를 다시 돌렸고, 서재에 쌓여 있던 낡은 소설은 이제 수만 명의 독자 손에 들려 새로운 이야기를 씁니다. 14년의 집필, 11년의 기다림, 그리고 16초의 영상이 빚어낸 이 기록적인 역주행은 지금도 수많은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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