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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마 Nov 11. 2020

코스모스, 칼 세이건

변화와 소통의 최고 형태, 우주


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 따라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강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그동안 ‘시냇물’을 부를 때면 갇힌 틀을 깨고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는 뜻을 생각했는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나니 인류가 인간으로 진화하기까지 걸었던 길을 되짚어 생명의 근본과 계기를 알고자 하는 바람이 담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이 두 가지 의미는 맥락을 같이 한다. 바다만 해도 무한한 느낌이 드는데, 코스스(우주)로의 여정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빅뱅으로까지 이어진다. 물론 빅뱅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별들을 추적하다 보면 은하 중심의 심연에서 검은 기운이 느껴진다. 강한 인력으로 빛마저 흡수하는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다. 우주의 신비는 빛나는 곳은 물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도 존재한다.

지구를 알아가는 과정은 나를 이해하는 여정과 다르지 않다. 무감어수 감어인(無鑑於水 鑑於人). 나이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나는 주위 사람에 비추어 이해해야 하듯이, 지구에 가까이 있는 행성부터 시작한다. 지구와 환경이 비슷한 행성들의 과거와 현재를 확인하면서 자연처럼 신의 섭리와 같은 우주의 주기성을 확인하는 것으로 우리와 지구의 미래를 예측해 보는 것이다. 물론 머나먼 공간에서 전해오는 다양한 신호와 빛을 통해 우주를 분석할 수 있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지구를 떠나 우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보이저호가 드디어 태양계 너머의 공간으로 넘어갔듯이 한 발 한 발 그렇게.

볼 수 없는 것들은 오히려 우리를 상상하게 한다. 아무리 자유로운 상상이라도 환경과 사회적 여건이라는 현실에 기반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상상하면서도 끊임없이 지구를 닮은 행성을 찾고,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는 물의 존재 여부를 제일 먼저 살핀다. 대기가 있는지, 생명체가 자신들의 문명을 세울 수 있는 단단한 대지가 있는지 궁금해한다. 붉게 빛나는 화성에 도착하면 머리가 반백이 된 광산 채굴꾼이 노새를 끌면서 붉은 노을이 진 모래 언덕 뒤에서 나타나는 장면을 기대한다. 금성과 화성, 화성의 위성인 이오와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물이라는 유기물질이 대기와 지표면에 존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우리가 외계의 생명체와 만나고 싶은 이유는 그들을 통해 지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알고 싶은 것이고, 지구 안에서 숨 쉬고 있는 나를 궁금해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신비로움에 기반한 비이성적인 상상의 결과로 우리는 중세 암흑의 시대를 거쳐야 했다. 마녀사냥부터 근거 없는 천동설까지.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상상하되 끊임없이 자신의 오류를 교정하는 과학의 자세는 우리의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게 해 준다. 인류에게 과학이 중요한 이유다. 이는 지구와 지구인을 우주에서 올바르게 자리매김하는 일이기도 하다.

인간은 수많은 원자의 조합이다. 그런데 생명의 본질은 우리를 만들고 있는 원자들이나 단순한 분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물질들이 결합하는 방식에 있다. 우리가 의식이라고 부르는 격조 높은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자연이 한 일은 천억 개의 뉴런들을 신경망 조직으로 연결해 놓은 것 밖에 없다. 인류는 소통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 냈다. 그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고, 앞으로도 상상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시냇물은 강물로 연결되고, 강물은 바다로 연결된다. 모든 강물을 보듬어 받아들이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 바다 역시 변화와 소통의 공간이라면 우주는 변화 소통의 최고 형태라고 하겠다. 부분이 전체를 대변한다는 소우주 개념을 빌리면 작은 소우주인 우리의 DNA에도 변화와 소통이 숨 쉬고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망원경만큼이나 전자현미경도 필요하다. 우주는 자연과 생명의 어머니이면서 동시에 은하와 별과 문명을 멸망시키는 파괴자이다. 우주는 자비로운 것도 아니고 우리에게 적의를 품은 것도 아니다.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을 뿐 우주는 나름의 의식을 가진 생명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경망으로 우주와 연결되어 소통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날 나타난 그 무엇은 그저 여명의 그림자라는 칼 세이건의 말이 떠오른다. 가을 밤하늘 별이 깊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나는 가을에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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