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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고성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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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졍희 Dec 13. 2024

전화 사주

2024년 1월

<가위손>에서 제일 안타까웠던 '손'장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게 눈앞에서 스르륵 멀어져 가고 다급하게 잡고 싶은데 닿는 것마다 힘없이 잘려나가던 순간, 불운이 불러온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에드워드처럼 올해 1월, 뭔가 신의 장난 같아서 전화로 신점을 봤다. 

나와 남편에게 일어나는 미묘하게 어긋나는 타이밍과 지독하게 안 잡히는 기회가 계속 일어나서 다급한 마음에 하나님, 부처님, 천지신명님, 조상님, 고양이님까지 누구든 붙잡고 묻고 싶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는지, 괜찮아지는 때가 오긴 오는지. 열심히 산다고 사는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까. 하지만 사주 전화 역시 별 볼일 없이 그냥 네, 네- 어쩔 수 없지, 자포자기의 마음으로 넘겼다. (사주라는 건 상황에 순응하고 포기를 빠르게 만들 뿐 별 효험은 없다) 


그 후 돈 아까운 사주 전화 대신 심란할 때면 일주일에 하루 이틀, 반나절씩 도서관에 간다. 소나무들이 보이는 자리에서 끌리는 책을 읽고, 계획서와 일기를 쓰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 시간이 너무 좋다. 정신없이 지나가서 몰랐는데 3월쯤에 적은 계획서(아주 러프하게 바라는 일과 희망 소득을 적은 목록)의 일들이 5월과 10월에는 조금씩 이뤄졌던 것을 발견하고 나서 뿌듯하고 놀라웠다. 내가 사주팔자에 묻고 싶었던 질문들을 내 노트들이 답을 해주고 있었다. 아마 적어놓지 않았다면, 다시 살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올해 알게 된 '도서관놀이(독서/계획서/일기 쓰고 가끔 다시 읽어보기)'를 다가오는 2025년에는 의식적으로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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