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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물꼬기 Sep 18. 2023

반신욕이 주는 3가지 교훈  

일상생각 에세이 연습

주말이면 나는 반신욕을 한다. 몸이 찌부둥하고 생각이 복잡할 때면 시도 때도 없이 욕실에 들어간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물을 제일 많이 쓰는 사람일 것이다. (매주 물고기 어항 물 갈아준다)


나는 반신욕을 하기 위해 많은 준비한다. 커다란 스댄컵 2L의 냉수를 담고, 그 위로 얼음을 채운다. 읽고 싶은 책 2권, 수건 3장, 속옷, 아이패드, 블루투스 키보드, 핸드폰, 타이머를 준비한다. 항상 마치 수행하는 수도승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욕실에 들어선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고, 히노키 나무로 된 나무판을 욕조 가운데로 걸쳐놓는다. 그 위에 수건을 정갈하게 깔고 가져온 물건들을 최적의 위치로 올려둔다. 준비는 끝났다. 옷을 벗고 물 온도를 확인한 후 오른발 끝부터 살며시 물에 담근다.


짜릿하고 뜨거운 느낌이 발가락 끝에서부터 전달된다. 이번에는 왼발 그리고 엉덩이 천천히 몸을

담근다. 현재 물은 아직 배꼽까지 차지 않았지만 물을 받으면서 반신욕을 하는 게 시간도 절약되고

반신욕의 2차 단계 때밀 때 잘 밀린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다리를 뻗고 다리에 떨어지는 물살을 느낀다. 그리고 구글 타이머로 25분을 세팅한다.


가장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여 딱 25분만 읽는다. 다 읽고 나면 약 5분간 잠시 물 밖으로 나와 물을 먹는다. 이쯤 되면 얼굴과 머리 온몸에 땀이 흥건하게 된다. 이때 먹는 물맛은 정말 끝내준다.

이제 다시 들어가 25분간 글을 쓴다. 가장 쓰고 싶은 내용, 주제를 생각나는 대로 쓴다. 이렇게 쓰고 또다시 5분을 쉬고 물을 먹는다. 1시간이 휘리릭 사라진다.


동일한 방식으로 다른 책을 1권 읽고, 다른 주제로 글을 하나 쓴다. 그럼 2시간이 순삭된다. 이쯤 되면 약간 힘이 든다. 이제 떠야 할 때다. 살짝 팔과 다리를 손을 문질러보면 '때' 가 나온다.

" 아 나의 사랑스러운 때여 ~!"


이제 모든 가져온 물건을 치우고 오직 때 미는 행위에 집중한다. 나는 왜 때를 미는 걸까? 이는 일종의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 경건하고 아름다운 행위이다.

때수건으로 때를 밀어 때가 내 몸과 분리되어 욕조에 떨어질 때 나는 "내가 일주일 동안 잘 살았구나! 땀 흘리며 살았구나! 나는 아직 살아있구나!"라는 생동감과 깊은 안도를 느낀다.


반신욕이 주는 3가지 교훈


때를 밀 때 힘을 준다고 잘 밀리는 게 아니었다. 모든 조건들이 잘 맞아야 된다는 걸 알았다.

1. 때를 기다려야 한다. (때를 불리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2. 몸이 열심히 일을 했어야 한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열심히 살아야 때가 생긴다.)

3. 천천히 꾸준히 한 곳을 밀어야 한다. (천천히 계속 한 곳을 공략하면 그곳의 때가 밀린다. 나의 한 곳은 어디인가?)

위 3가지 교훈은 몸으로 체감한 인생 교훈이다.


이처럼 나는 3시간 정도 반신욕을 마치고 나오면 머리가 맑아지고 생각이 또렷해지고 글감이 떠올라 바로 쓴 적이 많다. 과학적으로도 혈액순환이 잘되고 몸이 이완되어 뇌의 활동이 활발해진다고 했다. (이 글도 이렇게 작성된 글이다.)


몸을 닦는 행위는 자세히 보면 나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것이다. 아침에 반신욕을 했지만 나는 지금도 그때가 그립다.


반신욕을 너무 사랑하는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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