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아에게
수아가 준 첫 용돈을 이모 모니터 앞에 올려두었단다.
매일매일 이 봉투를 보며 수아를 생각할 거야.
수아는 태어날 때도 우리의 기쁨이었고
자라면서도 우리의 보물이었지.
그런 수아가 이렇게 자라
이제 이모에게 용돈도 주고...
이모는 이제 뭐 더 바랄 것도 없는데 말이지.
수아는 참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단다.
수아가 기억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김수아 어린이를 너무나 사랑해주었어.
이모가 그때는 그걸 특별히 고마워할 줄도 몰랐어.
왜냐면, 우리 수아는 정말 엄청나게 예쁘고 어마어마하게 귀엽고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누구라도 예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거든(예뻐하지 않는 게 이상한 거라고 믿었지 ^^).
그런데 이모가 한 해 두 해 살아보니
아, 그건 그분들이 참으로 인자하고 좋으신 분들이었구나 싶어.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을
예쁘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해줄 수 있는 게 꼭 당연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점차 점차 깨달았단다.
우리들은 그런 좋은 태도들을 배워갔으면 해.
배운다는 것은 흉내 내는 걸로 시작되곤 하잖아.
우리가 그림을 그릴 때처럼
자꾸 그림을 그리며 좋은 그림을 베껴보기도 하다 나의 스타일을 찾듯이
좋은 것은, 사물이든 사람이든, 정서든, 배워나가며 살았으면 좋겠구나. 수아야.
이모가 할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수아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어.
(이모는 할아버지를 너무너무 사랑했지만 좋은 딸은 못되었던 것 같아.)
슬프고 외로웠던 이모에게 수아를 마음껏 사랑하게 해 줄 수 있게 해 준
수아의 엄마, 아빠에게 정말 감사하단다.
그런데 이모라는 사람이 참... 모자란 구석이 많아서 이렇게 화를 냈네...
그런데도 수아가 찾아와 줘서 고마워.
게다가 이모가 몰랐던 수아의 속마음을 듣고 보니
이모가 얼마나 미안했던지... (미안해, 수아야.)
수아가 졸업을 하고 뜻밖에 팬데믹으로 이상한 한 해를 보내다가
이렇게 취업을 해서 얼마나 기쁘고 고맙던지.
그렇지만 먼 거리를 통근하는 수아를 보며
엄마랑 이모는 미안한 마음, 안쓰러운 마음이 더해져서 마음이 막 급해졌어.
몸이 힘들면 마음도 힘들어지니까 우리 딸이 얼마나 힘들까 싶어서
마구 마음이 볶아쳤지.
그러다 제풀에 화를 낸 것 같아.
엄마와 이모는 오직 수아의 행복만을 바란단다.
살면서 사회적 성공을 바라게 되기도 하고
물질적 풍요를 갈구하기도 하지만
이모가 요즘에 와서 느끼는 것은
따뜻한 환대와 일상의 작은 사랑을 주고받으며 사는 것이
이모의 바람이구나 알게 되었단다.
물론 이건 이모의 과정이었으니
나중에 나중에 수아의 과정을 듣고 싶구나.
어느새 훌쩍 자라 어른이가 된 우리 김수아.
이모의 사랑이고 자랑이었던 김수아 어린이.
여전히 우리 가족의 사랑둥이고 자랑둥이며 귀한 연꽃 같은 사람.
언제나 수아의 앞길에 다정함과 축복 가득하길 바라며
2021년 2월 13일 밤
이모가 축복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