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놀람, 한 번의 공포
오랜만에 들른 본가, 주인과 달리 낯선 환경에 빠르게 적응한 휴대폰이 보호색을 띠는 바람에 나는 전화를 걸어 폰을 찾기 위해 무심코 어머니의 폰을 집어든다.
어머니의 폰으로 내 폰에 전화를 걸려는 순간, 어머니의 전화가 아홉개의 연속된 패턴으로 잠겨 있다는 사실에 첫 번째 놀람.
당연히 어머니의 폰이 잠겨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나 자신에 두 번째 놀람.
휴대폰의 패턴 잠금 힌트가 동백꽃이라는 사실에 세 번째 놀람.
마지막 놀람은, 아홉개의 동그라미를 이어 어떻게 동백꽃을 피울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패턴과 같은 사소한 일상에도 어머니의 감수성이 가득 묻어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던 '나'의 몽매함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찾아온 공포, 그 공포는 언젠가 건망증에 휴대폰의 잠금 패턴을 기억하지 못해, 자신의 감수성을 쥐어 짜 패턴을 찾아내려는 그녀의 모습에 대한 공포이자 내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언젠가 이 순간조차 잊게 될 것이라는 것에 대한 공포이기도 했다.
공포감에 사로 잡힌 나는 휴대폰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방으로 돌아와 이 글을 쓴다. 나의 머리가 아닌 감수성으로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기억은 사라지지만 기록은 남게되고 그 기록은 때로 정보가 아닌 감정을 남기기도 한다. 언젠가 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쓸모 없는 머리 보다 내 마음이 먼저 반응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