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송이 해바라기

by 천우주


해바라기그림02.jpg
해바라기그림03.jpg
헤바라기그림01.jpg







'해바라기 하나 그려줘'


몇 달 전 지인이 해바라기 그림을 부탁했었다.

흔쾌히 Yes는 하였으나 막상 그리려고 생각해 보니 나는 해바라기는 고사하고 식물은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는 게 아닌가.(다른것도 그리 많이 그려보진 않았지만...)

난감했다.

내가 아는 해바라기라고 해봤자 저 유명한 반고흐의 해바라기뿐이 없는터라 어떻게 그려야 할지 막막했다.

부탁받은 게 겨울이라 어디 가서 직접 해바라기를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조화를 보고 그리자니 왠지 그건 좀 아닌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름철 해바라기 밭이라도 열심히 다니는 건데 하는 후회가 들었지만 어쩌랴.

그래서 인터넷을 뒤졌다.

네이버와 구글에 해바라기를 검색하니 엄청난 양의 사진이 쏟아져 나왔다.

노랗고 커다란 햇님 같은 꽃이란 생각만 했었지 막상 그 많은 해바라기 사진들을 대하고 보니 어쩜 그렇게 저마다 개성들이 가득한지.

사람과 같이 어느 하나 똑같이 생긴 녀석들이 없었다.

꽃잎이 큰 놈, 작은놈, 둥근 놈, 뾰족한 놈, 예쁜 놈, 제멋대로인 놈, 반항적인 놈....

색깔들도 죄다 틀리다.

노란색, 더 노란색, 덜 노란색, 붉은빛이 도는 노란색, 푸른빛이 도는 노란색, 주황 같은 노란색, 노랑 같은 주황색, 노랄지 말지 고민하는 색....

그렇게 수십장의 사진들을 보고 이 꽃 저 꽃 스케치들을 해나가며 나름의 이미지를 잡았다.


나는 파랑도 좋아하지만 노랑도 좋아한다.

그래서 노란 배경에 노란 해바라기를 그리고 싶었다.

밝고 밝게, 집에 걸어놓으면 그림이 아니더라도 색상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해바라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렇게 사진을 보고 스케치를 하며 일주일에 한두 시간씩 조금씩 짬을내 그리다 이틀 전 드디어 일곱 송이 해바라기가 완성이 되었다.


그리고 나니 부족한 게 많이 보인다.

그릴 때는 안보이더니 이렇게 사진으로 올리고 보니 눈에 띄인다.

그래도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이미 완성한 그림이다.

이미 태어났으니 잘 지내길 바랄뿐이다.


해바라기 그림을 그리는 동안 느낀 게 있다.

그건 대상에 대해 '욕심'이 아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욕심은 곧 바닥을 드러내지만 관심은 깊이와 지속성을 가진다.

그리고 '관심'엔 애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툴더라도 그렇게 시작해야 된다는 걸 느꼈다.


정말 오랜만에 그림을 그렸다.

밝은 날에도 흐린 날에도 내가 그린 노란빛이 그들의 집에 행복을 가져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