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1메뉴
점심을 먹으러 들른 식당은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 점심시간 피크가 조금 지난 시간임에도 넓은 홀 안엔 빈 테이블이 몇 개 없었다. 장사가 제법 잘되는 식당인 듯했다.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표정도 대부분 밝았는데 주문을 하고 테이블에 잠시 앉아 있으니 왜 그런지 좀 알 듯했다.
사장님은 입구 근처에 서서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빠짐없이 맞이 인사를 했고 직원분들도 주문을 받을 때나 음식을 가져다줄 때 '맛있게 드세요'라는 인사를 빼놓지 않고 했다. 무엇보다 거기 일하시는 모든 분들의 표정이 밝았다. 웃음을 띤다거나 미소를 계속 짓는 게 아니라 움직이는 모습, 말하는 억양과 태도들이 모두 밝았다. 그렇게 모든 직원들이 밝으니 식당의 분위기가 밝아지고 손님들도 밝게 식사를 하는 듯했다.
어느덧 주문한 메뉴가 나오고 밥을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할머니 두 분이 오셔서 자리를 잡고 앉으셨다.
80살 전후 정도로 보이셨는데 두 분 다 보라색 계열의 니트모에 밝은 컬러가 이리저리 짜여 섞인 도톰하고 따뜻한 니트옷을 입으셨었다. 어디 좋은 곳에 마실이라도 다녀오셨는지 아니면 식사를 하고 가실 예정인지 얼굴엔 즐거움과 생기가 보였다.
자리에 앉은 두 분은 메뉴판을 보고 한참을 고민하다 평양냉면을 주문하셨는데 겨울임에도 냉면을 드시려고 하는 걸 보니 냉면이 무척 드시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났다.
그런데 한참 밥을 먹던 중 옆 테이블을 보니 냉면을 두 그릇을 시키신 게 아니라 한 그릇을 시켜 두 분이서 나눠드시고 계셨다. 다른 메뉴는 없었다. 두 분은 테이블의 중간에 냉면 한 그릇을 두고 앞 접시 두 개를 각자 앞에 놓으시곤 사이좋게 한 젓가락씩 맛나게 드시고 계셨다.
의외였다. 1인 1메뉴가 상식인 시대에 한 그릇을 시켜 두 분이서 나눠드시는 걸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것보다 더 의외인 건 사장님과 직원들 모두 그 할머니들을 다른 손님들과 똑같이 친절히 대한다는 것이었다.
그 식당은 특이하게 후식이 나왔는데 후식마저도 메뉴수에 상관없이 두 분에게 똑같이 하나씩 내드렸다.
사장님도 직원분들도 누구 하나 그분들을 이상하게 여기거나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 할머니들이 아는 사람 같지도 않았다.
2인 1메뉴.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고 그렇게 사이좋게 맛있게 나눠먹는것도 참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친절한 마음을 내어준 식당도 오랜만이었다.
할머니들의 식사가 끝나기 전에 내가 먼저 밥을 다 먹었기에 그분들이 식사를 다 마치고 잘 가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밝은 기분으로 밥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