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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영원으로 - 정경화

조금씩, 아주 조금씩

by 천우주
정경화3집.jfif 정경화 3집 - Present


'지상에서 영원으로' 정경화의 3집 앨범 Present에 실린 곡 중 하나이다.


정경화란 가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노래도 '지상에서 영원으로'와 '나에게로의 초대'외에는 아는 게 없다.

간간히 노래방에서 이 노래들을 불렀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인상 깊다.

블루스와 재즈풍의 느낌에 뭔가 거칠게 허스키하며 찢어지는듯한 고음은 한영애를 정경화만의 특유의 개성이 듬뿍 담겨있다.

내가 좋아하는 톤의 목소리이다.

뭔가 애원하듯 절절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바람 같은 목소리이다.

그래서 나는 단 두곡만 알고 있지만 그런 노래를 들려준 정경화를 좋아한다.


얼마 전 들렀던 어느 가게에서 이 노래를 듣게 되었다.

한참을 잊고 있었던 노래였는데 들어보니 또 가사와 리듬들이 기억에 확 떠올랐다.


얼마나 멋진 가사에 멋진 목소리인가!!


'그댈 알았던 내 삶, 나는 축복 받았었다고'


생에 어떤 불행과 고난이 있었더래도 당신을 알았던 오직 그 하나만으로 축복을 받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

비록 함께하지는 못하더라도 잠시라도 나와 함께 머무르고 그 기억을 나에게 선물해줬다는 것.

그것만으로 한 사람의 모든 인생이 '축복'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정말 근사하다.

(나는 이 '근사하다'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래서 잘 쓰지를 않는다.)


어떤 만남과 인연은 정말 우리를 지상에서 영원까지 이르게 해 준다.

영원이란 게 뭐 별게 있을까.

우리 생 마지막에 기억하는 그것이 영원이 되는 것이다.

그 기억을 마지막으로 간직한 채 우리는 흩어지고 흩어지게 된다.

흩어진 우리는 수억, 수조의 조각으로 나뉘어지고 그 기억 역시 수억, 수조개로 나뉘어져 다시 어딘가에서 따로 또 같이 모여 그 기억을 세포와 DNA에 새기고 존재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의 마지막 기억은 세상이 다시 '없음'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영원히 간직되는 것이다.

나 역시 어딘가의 누군가의 무언가의 '영원의 한 조각'인 것이다.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ChwbDeHUV8E


지상에서 영원으로 - 정경화


길 잃은 세상 위에 모든 사람이 눈물 없길 바라며
지금은 비록 우리 멀리에 있지만
언제나 그대 가슴엔 내가
내 가슴엔 그대 하나

소망할 사랑 있어 아직 불행하지 않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 세상에 마지막 밤이 올 때까지라도
용서받지 못한 채로 스쳐가도 난
다시 그대 마주하기를
천국에 푸른 밤이 열리면


만일 내가 그대보다 먼저가 그곳에서 사람들 나를 맞으며
바람처럼 내가 다녀온 세상 어땠냐고 내게 물어온다면
이렇게 말할게 그댈 알았던 내 삶
나는 축복 받았었다고


혹시 그대 나보다 더 먼저가 세월 지나 내 모습 몰라보아도
사랑했던 지상 위에 기억은 아름다운 낙인처럼 남겨져
스치며 지날 때 다시 돌아볼꺼야
먼 기억 속에 나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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