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외출, Sleep over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여유가 생긴 아이가 친구 집에서 자고 오기로 했다. 미국에선 Sleep over라고 하고 가까운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자고 오는 걸 말한다. 덕분(?)에 식사 준비에 대한 부담도 덜고 나도 나름 휴가를 보낸다.
이혼이란 사건을 겪으며 나란 사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다. 어쩌면 난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고 확장된 가족 관계에서 오는 추가된 인간관계와 그에 따른 불합리한 책임과 의무를 떠맡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거. 거기에 더해 지극히 갱인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이라는 거. 자라면서 받은 가정교육 덕일까, 해야 할 의무는 묵묵히 해내지만 가족 간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고 지나치게 가까운 탓에 서로의 바운더리를 넘는 참견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 부탁은 거절 역시 경우에 두는 것이 가능하나 수락을 종용하는 압박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보니 거부감이 든다. 그런 이유로 부탁을 하는 것에도 인색한 사람이 되었다. 불합리했던 결혼생활을 정리하면서 나에게 남은(?) 건 아이다. 지독한 개인주의자인 내가 아이에게만은 달랐고 그래야만 했다.
아이를 품에 안고 모유수유가 어려워 포기를 결정할 때도, 3개월 산휴가 끝나 언니에게 아이 돌봄을 부탁하고 업무에 복귀할 때도,… 난 모성애가 부족한 걸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혼 직후 아이와 단둘이 미국행을 결정하고 쓸쓸히 떠나올 때, 아이는 고작 4살이었다. 커리어에 집중된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의 생계는 내가 책임져야 했기에, 단 둘 뿐인 우리 생활에서 아이는 독칩적으로 자라야만 했다.
이제 대입을 준비하는 나이가 된 아이. 2년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이 지나면 정말 독립을 하게 될 거다. 아이가 없는 집에서 아이와 나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본다.
아이가 오기 전에 집안일 마무리하고 저녁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