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손 맛이 그리운…
해외에 살다 보면 그리운 것 중 하나가 엄마의 손 맛이다. 기실 이미 여든이 넘은 나이셔서 한국에 방문해도 엄마가 차려주시는 집밥을 먹긴 어렵다. 물론, 엄마는 한시코 해주시려 하지만, 마흔이 훌쩍 넘은 딸이 마냥 앉아서 엄마 밥을 먹는 건 마음 불편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 엄마는 장류부터 당연하게 김장까지, 직접 다 하시는 분이었다. 어릴 때부터 옆에서 도우며 어깨너머로 배우긴 했지만, 여기서 김장을 담근다거나 메주 띄워 장을 담그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우리 집엔 김치 냉장고도 없고, 음식을 쟁여놓고 사는 타입이 아니다 보니 냉장고도 하나라 딱히 보관할 공간도 없다. 무엇보다 함께 할 이웃도 가족도 없다 보니 엄두가 안 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디 보니 근처 한인마트에 장은 당연히 사디 먹고 김치를 담가도 한 포기씩이니 묵은지도 역시 마트에서 공수해야 한다.
엄마가 해주신 요리 중 단연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것이 김치찜이다. 그땐 지진 김치라고 얘기했고, 묵은지에 돼지고기를 넣고 푹 무르게 지진 김치 하나면 밥 한 공기 뚝딱이 었다. 이런 나를 닮아서일까, 딸아이도 김치찜을 좋아한다. 아쉬운 건 엄마의 묵은지를 구할 수 없으니 마트에서 공수한 것으로 대체한다는 거.
엄마의 묵은지는 김치 자체의 맛과 돼지고기에서 나오는 기름으로 충분히 맛이 났지만, 여기선 그게 어려우니 약간의 양념이 필요하다.
일단 돼지고기에 밑간을 먼저 해 둔다. 오늘은 목살로 준비했지만 등갈비를 넣어줘도 맛있다. (목살이 등갈비의 반값이 관계로 인플레를 감안, 목살로 샀다.) 밑간 양념은 다진 마늘, 맛술(또는 청주), 후추 솔솔, 소금 조금으로 한다. 조물조물 버무려 한쪽에 놓아둔다.
단맛을 더할 양파도 채 썰어주고, 청양 고추도 어슷어슷 썰고, 대파도 큼직하게 썰어 준비해 둔다. 전에 사다둔 홍고추가 있어 오늘은 홍고추도 숭덩숭덩.
큰 냄비를 준비해 바닥에 고기를 한쪽으로 넣고, 김치는 썰지 말고 통째로 넣고 위에 준비한 야채들을 올린다. 김치찜에 부어줄 물에 된장 반 스푼, 국간장 조금 넣어 풀어주고, 물은 부은 후에 고춧가루, 설탕을 넣어주면 준비 끝.
센 불에서 뚜껑은. 열어둔 채로 10분 정도 끌이고, 그다음은 약한 불에서 푹 익혀준다. 이제 기다림의 시간. 오래오래 푹 익혀준다.
식사 준비 직전에 두부 한 모를 전자레인지에 1분 정도 데워 따뜻하게 하고, 큰 그릇에 한쪽엔 고기와 두부, 다른 한쪽엔 김치를 담는다.
오늘 저녁엔 다른 반찬 없이 김치찜 하나로 충분!
따뜻한 밥에 푹 무른 김치와 고기 한 점, 한국에 계신 암마가 더 보고 싶은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