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루틴이 자리 잡히기까지
은퇴 시기가 코로나와 겹치다보니 한 동안은 강제 집콕 생활을 해야했다. 그래도 내가 살고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는 한국에 비하면 방역정책이 허술(?)한 편이어서 코로나 백신 접종 이후엔 피트니스 시설 이용이나 주변 산책이 가능했다.
은퇴 후 깨달은 게 있다면, 성인 비만의 원인이 빈번한 술자리와 야식에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거다. 업무 스트레스가 사라진 건 좋았지만 이전에 비해 두뇌활동 빈도가 적어지고 장시간 회의가 없어지니 칼로리 소비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배 고픔을 느끼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는 거다. 거기에 더해 느긋하게 집에 있다보니 바빠서 끼니를 거르게 되는 일도 없고, 오히려 종일 먹는 것에 대한 생각만 가득했다. 세끼 식사를 포함, 입이 심심하면 주저없이 간식을 집어들었다. 은퇴 1년 만에 10파운드(대략 5kg) 가량 몸무게가 늘었다. 운동복/실내복을 제외한 대부분의 외출복이 작아졌다. 거기에 더해 나잇살이라고 할까,..중력을 이겨내지 못하는 물렁살이 우울함을 더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마음에 운동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다이어트가 목적이다보니, 우선 집근처의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했다. 웨이트는 처음이었고 잘못된 자세로 인한 부상의 위험도 많이 들어서 주 2회, 6개월간 PT를 받기로 했다. 등록 후 나의 근면함(?)을 발휘해 매일 피트니스를 찾았고 PT가 없는 날에도 개인 운동을 꾸준히 했다. 그런데,..이런…오히려 몸무게는 늘어갔다. 근육량이 증가한 거라고 위로해 봤지만, 운동이라는 면제부에 폭발한 식욕이 문제였다. 웨이트와 유산소는 나와의 싸움이라더니, 힘들고 재미도 없었다. 6개월의 PT를 마무리하고 나와는 맞지 않는 운동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거기에 더해,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늘어난 체중은 생활습관의 변화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줄어드는 기초대사량도 원인이란 생각이다. 음식섭취를 줄인다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과체중이나 비만인 것은 아니니 다이어트보다는 건강을 생각하기로 하고 내가 좋아하고 오래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찾아보기로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남부 캘리포니아다. 우기인 겨울에 비가 다소 내리긴 하지만 연중 따뜻한 기온에 대부분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 사계절이 있긴 하나 경계가 애매하고 여름엔 햇빛이 더 뜨겁고 더운 것을 제외하면 일년 내내 바깥 활동에 적합한 날씨다. 이런 날씨 덕에 산책이 즐겁다. 비용이 들거나 힘겹게 몸을 쓰는 운동보다는 꾸준히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일단 산책을 시작했다. 딸아이가 등교하고 나면 간단히 부엌을 정리하고 산책길에 나섰다. 좋아하는 팟케스트나 오디오북을 들으며 한 시간 정도 여유있게 걷는다. 매일 비슷한 날씨와 동네 풍경이 아쉬울 때도 있지만, 길가에 핀 다양한 꽃과 파란 하늘을 여유있게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하며 걸었다. 뜨거운 여름이 오기 전까지.
여전히 걷는 걸 좋아하고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관찰하는 것을 즐기지만 한 여름에 산책은 피하고 있다.
지금은 가장 더운 시기, 요즘 내 생활에 루틴으로 자리잡은 운동은 요가와 골프다. 주 4회 핫 요가 수업에 참여하고 있고, 거의 매일 저녁에 골프 연습장에 나간다. 이동시간을 포함해 하루 4시간 가량을 운동에 쓰고 있으니, 이 정도면 생활 체육인 아닐까?
좀 선선해지는 10월 경이 되면 산책도 다시 시작하게 될 듯하다.
꾸준히, 기분좋게 할 수 있는 운동루틴을 갖는 것은 나를 돌보는 일의 시작이다. 거기에 더해 시간의 여유를 럭셔리하게 즐기는 은퇴생활의 주요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