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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Apr 02. 2018

April Fools

<100일 글쓰기 75/100>


感情所困無心戀愛世.
마음이 피로하여 더는 세상을 사랑할 마음이 없다.



4월 1일. 소위 말하는 만우절인 동시에 내게는 장국영의 기일로도 기억되는 날이다.

아직 어리고 그를 잘 몰랐던 시절에도 내게는 <패왕별희> 속의 그가 너무 짙게 새겨져 있었다. 보고 또 보고 또 한 번 더 보고. 아름다운 외모에 고운 미간, 유약해보이는 둥근 눈매, 작지만 무게감이 느껴지는 입매 같은 게 '데이'라는 캐릭터에 더없이 잘 어울렸으므로. 금붕어가 사는 수조 너머 침상에 누워 흐늘흐늘하게 아편에 취해있던 모습도, 많은 것이 급변하는 어지러운 시절에 스러질 듯, 그러나 유일하게 휩쓸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다 목숨을 끊던 '데이'의 모습도 여전히 머릿속에 둥둥 떠다닌다.

그의 전성기에서 비켜나간 세대임에도 장국영의 명성이나 뒤늦게 접한 작품들은 예상보다 색이 짙어서 홍콩이라는 도시는 사실 '도시'로써의 이미지보다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곳에 가깝게 느껴진다. 홍콩섬에 들어갈 때면 소호까지 막힘없이 이어지는 통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중간에 내려가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앞을 돌아간다. 소호 끄트머리에 있는 프린지 클럽 앞까지 굳이 걸어가기도 한다. 그가 즐겨 찾았었다는 딤섬집 앞을 지나고, 때론 줄을 서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나오기도 한다. 어쩌면 그도 이렇게 걸었겠지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비슷한 감상은 5월 2일에도 떠오른다. X-japan의 베이시스트이자 hide with spread beaver 를 이끌었던 히데가 죽은 날이므로.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과로사다 자살이다 논란이 많았으나, 어쨌든 그를 사랑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를 잃은 날이라는 사실은 변함 없다.


때론 어딘가 아직 살아있지 않을까, 그저 피로해서 자취를 감췄을 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날이 좋고, 해가 따스하며, 꽃이 필 계절이다. 왜 하필-이라는 생각을 말끔하게 떨쳐낼 수가 없다. 본 적 없고 살 부딪힌 일 없던 사람들임에도 애틋한 마음은 그득하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어쩔 수 없이 생각나고 보고싶은 마음이 들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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