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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Apr 03. 2018

달 구경

<100일 글쓰기 76/100>


달의 무늬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안지 얼마 되지 않는다. 제대로 달을 살펴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기억 속의 달은 아주 작고, 눈 부시게 하얗다는 느낌만 있었으므로. 작년이었나, 어느날 갑자기 하늘을 봤는데 달에 얼룩덜룩한 무늬가 보였다. 세상에. 달이 저렇게 크단 말이야? 라는 생각을 제일 먼저 했다. 평상시에 밤 하늘에서 찾던 것은 별, 또는 별보다 밝은 인공위성 따위였는데 이제는 달이 어디있을까 제일 먼저 둘러보게 된다.

그 중 붉은 달을 본 것은 3년 전 추석날이었다. 육지에서 섬으로 돌아가기 위해 집 근처 공항으로 가던 길, 해가 저물어 가던 시간이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이었고, 채 떠오르지 못한 달이 지평선 가까이에 떠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아주 크고 새빨간 달이었다. 오, 인류가 멸망할 징조인가-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며 공항에 내렸던 것 같다. 작년에 해운대에 갔을 때도 딱 그만큼 빨간 달을 봤다. 선명하고 빨간 달. 그리고 지난 밤의 달 또한 붉었다. 고도가 높은 종점에 내려서 트인 하늘을 보니 빨간달이 동그마니 보였다. 이제는 왜 달이 붉어보이는지 안다. 그만큼 대기에 먼지가 많고 오염이 심할 때 빛이 산란해서 그리 보인다고 했으니.

본가에 두고 온 짐 중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나온 망원경이 있다. 달과 별자리 관측 용도인데, 주위가 충분히 어둡고 트인 곳에 가져가질 못 해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유성우가 쏟아지는 날 섬의 마방목지나 강원도에 가서 하늘 구경을 잔뜩 하면 참 좋을텐데 싶다. 아쉬운대로 주중에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라도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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