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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Apr 05. 2018

기념도 셀프

<100일 글쓰기 78/100>


어제 최언니가 선물용 커스텀 티셔츠 제작한 걸 찍어서 보여줬다. 예상했던 것보다 프린트 퀄리티가 상당히 좋았다. 업체 사이트를 받고 보니 일전에 몇 차례 광고로 접했던 곳이다. 시험삼아 한 장 찍어볼까 싶은 생각이 갑작스레 들었다.

열 한 시 다 되어 집에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화르륵 불타올라서 씻지도 않고 랩톱을 켜고 앉았다. 제본용 표지 만들어둔 걸 요소별로 뜯어서 앞뒤로 배치하고 간단히 작업을 끝냈다. 테스트용으로 다른 소스를 얹어 한 장 더, 어어 무료배송 범위에 들지 않았잖아-하고 내친 김에 폰 케이스까지. 그러다보니 자정을 넘기고 말았다. 졸리다고 느낀지는 벌써 한참 지난 후였다. 눈만 겨우 뜬 채로 간단히 씻고 누웠다. 여운이 덜 가신 건지 피로감은 200프로인데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출근길에 최언니에게 도안을 보내니 갖고 싶다는 말을 해주었다. 흥분해서 표현을 할 때가 많다고 했는데, 어쨌든 언니가 반응하고 좋은 소리를 해주면 진의나 농도와는 별개로 기분이 좋아진다. 100일이 지난 후, 한 권의 기록물과 티셔츠, 폰 케이스까지- 자의식 과잉이거나 자기애 과잉이거나. 아무튼 기분이 꽤 좋을 것 같다. 그러고나면 200일을 향해서도 달릴 수 있지 않을까.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을 구사하고 어제보다 오늘 더 잘 쓰고 싶은 그런 욕구-는 여전히 남아있다. 욕구와 달리 실천에 대한 의지가 엷어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그럼에도 30일 글쓰기 신청해서 일주일 썼다는 티나의 후기를 듣고 나면 조금 으쓱해진다. 스스로를 위해 매일을 꾸준히 기록해두는 습관, 언젠가 더 좋은 글을 농도있게 쓸 때를 위한 잔근육 다지기, 어쨌든 그만큼은 얻고 있는 것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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