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80/100>
1박 2일 부산 여행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루 미리 써보자-하고 앉은 것은 2018년 4월 6일 금요일 밤 10시 47분의 일이었다. 퇴근길에 버스를 기달릴 때마다 싸늘한 바람에 한참 오들오들 떨었던 탓에 여전히 몸 곳곳이 아린데다 멍하다. 금요일 밤 기념으로 언제나처럼 인스턴트 냉면을 끓여 뜨거운 녹차와 함께 먹었다. 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짓이지 하고 생각한 것은 아주 잠시간이었다. 식사를 끝낸 후에는 천천히 하룻밤만큼의 짐을 챙기며 빨래를 걷었다.
제이미가 여행 스타일이 어떻냐고 물었을 때, 예약해둔 차 시간을 놓치는 것을 매우 싫어하고, 그 외에는 대략적인 동선을 훑어놓은 후에 세부적인 건 그날 그날 정하는 편이다-라고 대답했었다. 그런데 말해놓은 것과 다르게 1박 2일이라고 생각하니 영 짧고 촉박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부산이라는 도시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규모있고 넓은데 전철 노선으로 닿는 곳은 한정적이다. 낮은 산이 곳곳에 자리해있어서 언덕진 길도 많고 오래된 도로도 많아 구불구불하거나 복잡한 곳도 많다. 가고 싶은 스팟은 듬성듬성한데다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이 잘 예상되지 않아 대략적인 동선을 짜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니 들여다보면 볼수록 자꾸만 촘촘하게 일정과 루트를 잡게 되어서, 오늘 잠시 제이미를 만나 브리핑 아닌 브리핑을 하면서도 괜히 민망해졌다. 호기롭게 '제 여행 스타일은요-'라고 했던 것과 달리 굴게 되었으니까.
처음 여행 일자를 잡을 때는 급격히 풀리는 날씨 때문에 '우리 가면 반팔 입고 땀 뻘뻘 흘리고 다니는 거 아니에요?' 라고 깔깔깔 웃었는데, 벚꽃이 피자마자 살벌하게 꽃샘추위가 몰려왔다. 인스타그램에 해운대, 광안리 쪽의 오늘자 사진 올라온 것을 찾아보니 낮에는 살구색 얇은 스타킹 신은 다리로도 괜찮아보이는 사진이 몇 장 나왔다. 그리하여 1차 혼란. 부산 출신의 지인에게 패딩각인가요, 코트각인가요 물었더니 가족을 통해 확인해준 바로는 온도보다는 칼바람이 문제라고. 그리하여 2차 혼란. 일단은 얇은 코트, 안에 몇 겹 겹쳐입을 옷 정도로 정리해본다. 여전히 몸에서 가시지 않는 한기는 밤 사이 뜨끈한 장판에서 덜어내기로 하고. 두근두근한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