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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Nov 29. 2023

의미로 가득한 의도적인 집

행복이 가득한 집 12월호 / 1집 _ 싱글하우스

붉은 벽돌의 오래된 빌라 지은지 30년이 넘은 구옥 안엔 건물보다 나이가 많은 고가구가 빼곡히 놓여 있다. 수집가의 취미인 양 줄지어 늘어선 고가구엔 집주인 파랑 - 씨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담겼다. 


글 오송현 기자 | 사진 이기태 기자


문화기획자 파랑~ 1집 주인공의 이름을 가명으로 소개하긴 처음이다. '이연화'라는 그의 고운 본명을 고집할 수 있었지만, 인터뷰 직후 나는 그의 이름을 활동명으로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파랑 뒤에 붙은 수상한 물결 기호에서 이미 눈치챈 사람도 있으리라 그의 이름은 단순히 색을 뜻하기보다 자연의 향상에 가깝다. 어느 날 윤슬의 이미지를 보고는 자신의 삶과일에 대한 방향성을 발견했단다 잔잔한 물건 안에서 작지만 다채롭게 빛나는 윤슬처럼 소소하더라도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일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파랑'을 풀 네임으로 지었다는 것 특수 기호까지 야무지게 붙여서 말이다. 다양한 사람과 연결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파랑~씨는 박물관 콘텐츠를 기반으로 문화 커뮤니티를 기획 및 진행하는 일을 하고 있다. 미대에서 박물관 교육을 전공하고,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아우르는 박물관에서 굵고 짧게 근무하다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프리랜서 문화 기획자가 되었어요. 독서 모임을 하듯 함께 전시 이야기를 나누는 '전시독후감' 지나온 삶을 회고하고 현재와 다가올 멋진 삶을 응원하는 이른바 서른 살의 성년식 반갑잔치, 일상품도 충분히 박물관에 전시할 수 있다는 콘셉트로 내 물건을 남들과 공유하며 나를 다시 살피는 '호장품' 등을 기획했죠. '반갑잔치'와 '호장품'은 이곳에 이사 온 후 집을 거점으로 시작한 일이에요. 누군가에게 집은 온전한 휴식일 수 있지만, 저에겐 저 삶과 일을 가꾸는 베이스캠프라고 생각하거든요. 함께 살던 쌍둥이 동생이 결혼하며 실질적 독립을 이룬 파랑~씨는 사실 그 이전부터 혼자 잘 사는 방법을 강구해왔다. 원하는 대로 집을 꾸밀 수 있는 자유를 얻은 그가 맨 처음 집에 들이기 시작한 건 바로 고가구 책가도 병풍부터 자개장과 상, 수석까지 3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그의 집은 옛 물건으로 가득 채워졌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오래된 물건을 수집하기 때문일까? 대개 중고 거래를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파랑~씨는 가끔은 판매자로부터 이상한 눈초리를 받을 때도 있지만 고미술품 경매에 관한 책을 선물하는 좋은 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꿋꿋이 옻칠한 낡은 목가구를 수집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사실 고가구가 너무 좋아서 모으는 게 아니에요 박물관 유리관 안에 있는 유물과 비슷한 고가구를 직접 품고 살다 보면, 미적 안목을 비롯해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인생을 잘 살아가는 안목이란 게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그리고 저는 본래 리빙 잡지 보는걸 좋아했는데요. 어느 디자이너가 어떤 시대에 어떤 재료로 만든 가구가 전 세계 사람의 미적 취향을 고양시키고... 잡지를 읽다 보면 그런 이야기가 너무 멋있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그런 가구는 대부분 배타고 넘어온, 범접할 수 없는 가격대의 제품이 많잖아요. 문득 내 주변에서도 잡지에 나오는 가구처럼 충분히 멋진 한국형 빈티지 가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저희 집에 있는 자개상도 1970년대쯤만든 거거든요. 제 눈에는 해외 빈티지가구만큼 큰 영감을 주는 물건이었고요. 그래서 저와 가까운 곳에서 해외 가구만큼 충분히 멋진 것을 찾기 시작한 거죠." 


그날 나눈 대화 중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혜곡 최순우 선생의 조선백자 이야기가 아직까지도 기자의 마음에 콕 박혀 있다. 가까운 시대의 유물이라 조선백자를 찬기로 사용할 정도로 그 아름다움을 멀리하고 귀하게 여기지 않던 때에 혜곡 최순우 선생은 백자 달항아리의 미를 상찬해 마지않았다고 한다. 파랑 - 씨는 이 이야기를 풀어내며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진가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실은 촬영 제안을 받았을 때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자신의 을 가득 채운 고가구들이 너무 익숙해서 빛을 못하는 물건'이라고 생각하지만 내심 사람들의 이 걱정됐다는 것. 하지만 그는 해외 빈티지 가구를 아름답다고 여기는 건 우리가 근사하게 꾸민 공간에서 그 가구를 자주 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곧장 마음을 바로잡았단다. 가명으로 일하는 것도 고가구 수집과 전시기획에 갖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겁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파랑~씨. 하지만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그 누구보다 풍성하고 재미난 삶을 살고 있는 그에게 조금 모자란 10%의 용기를 듬뿍 주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원문으로 확인하세요 :)

https://happy.designhouse.co.kr/housing/housing_view/100/8159?call=card&p=1&option=&pick=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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