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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재 Jul 24. 2019

FA 상한제는 답이 아니다

공급을 늘리는 개혁이 우선이다

FA 제도 개혁 논의가 활발하다. 선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대형 스타에게만 유리한 제도란 지적이 꾸준히 나와서다. 문제는 어떻게 개혁할 지다. 당장 화두는 ‘총액 상한제’다. FA 계약 최대를 4년 총액 80억 원으로 제한하자는 주장이다. KBO와 10개 구단 경영진 요구다. 거품이 사그라들려면 강력한 가격 통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프로야구선수협회도 최근 선수 뜻을 반영한 제도 보완을 전제로 수용 의사를 밝혀 총액 상한제 도입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총액 100억 원이 넘는, 입이 떡 벌이지는 역대급 계약은 이제 못 볼지도 모른다.

   

근데 좀 의아하다. 총액 상한제를 도입하는 게 정말 FA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걸까? FA 제도가 이 지경이 된 원인부터 짚어보자. 왜 ‘선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대형 스타에게만 유리한 제도’로 전락했나? 간단하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아서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원하는 구단은 많은데, 애당초 그만한 선수는 FA 시장에 많지 않다. 당연히 소수 특급 선수에게 러브콜이 몰리고, 가격은 껑충껑충 뛸 수밖에 없다. 수요보다 공급이 적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극도로 한정된 시장에서 대형 스타는 치솟는 몸값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그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수요에 맞게 공급을 늘려야 한다. 즉, 선수가 훨씬 자유롭게 이동하도록 FA 시장을 더 개방해야 한다. 지금 FA엔 족쇄가 많다. 보상 규정이 대표적이다. FA 선수를 영입하면 전 소속 구단에 선수나 돈으로 보상해야 한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아쉽고, 경영 실적이 부진한 팀이 대다수인 리그에서 보상 규정은 FA 영입을 망설이게 하는 근본 장치로 기능한다. 어차피 보상해야 할 거, 준척급 선수를 살 바에야 특급 선수 영입전에 뛰어들거나, 보상이 아까워 아예 준척급 선수 영입을 단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상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FA 영입 부담을 줄여 소수 특급 선수에게 몰리는 관심을 준척급 선수로 분산하고, 팀 사정에 맞는 선수를 폭넓게 선택할 길을 열어야 한다. ‘퀄리파잉 오퍼’ 제도를 운용하는 MLB를 참고할 만하다. 여기는 팀 재정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FA 보상을 한다. 주로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이 왔다 갔다 한다. 한국도 신인 지명권을 보상으로 내걸면 어떨까? 보상하는 쪽은 당장 팀 전력에 손실이 없고, 보상받는 쪽은 미래를 준비할 기반을 얻는다는 점에서 서로 합리적이리라. 신인이 날로 중요해지는 특성상 지명권 보상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상을 3라운드 이하 지명권으로 잡거나, 보상받는 팀 전년도 성적과 연동해 상·중·하위 지명권을 차등 보상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더 많은 선수가 더 자주 FA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 서비스 타임 9시즌(4년제 대학 졸업자는 8시즌)을 채워야 FA 자격을 얻는데, 미국(6년)과 일본(고졸 8년/대졸 7년)과 비교하면 길다. 당연히 시장에 공급이 적을 수밖에 없다. 대개 20대 후반 나이에 하락세를 보이는 에이징 커브도 생각해야 한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돼서야 FA 자격을 얻는 특성상 소위 ‘먹튀’를 양산하기 쉽다. 조금이라도 기량이 절정일 때 계약을 맺게 해 리그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옳다. 취득 기준을 완화하는 게 바람직한 이유다. 시장에 공급을 늘리고 먹튀 우려를 줄여 더 활발한 FA 시장을 조성한다면 몸값은 자연히 합리적 가격으로 조정될 것이다.


FA 재취득 조건도 없애자. 한 번 FA 계약을 맺은 선수는 서비스 타임 4시즌을 채워야 FA 자격을 또 얻는다. 가령 KIA 투수 양현종은 2017년을 앞두고 FA 1년 계약을 맺었는데, 이듬해 FA로 풀리지 않고 일반 선수처럼 매해 연봉 계약을 맺고 있다. 서비스 타임 4년을 뛰어야 다시 FA가 되기 때문이다. FA 한 번 하기도 힘든데, 재취득도 이렇게 까다로우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 FA 계약 기간만 채우면 다시 시장에 나오도록 바꾸자. FA 취득 조건 완화와 맞물려 더 많은 선수가 더 자주 시장에 나와 수요와 공급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리라.


선수 자원이 적은데, 일련의 FA 제도 개혁으로 대거 유출이 걱정된다고? 이참에 보류권 제도도 개선하자. 다년계약이 가능토록. 지금은 매년 연봉 계약을 맺다가 서비스 타임을 채우면 FA로 풀어줘야 하지만, 다년계약을 허용한다면 FA가 되기 전에 미리 장기 계약을 맺어 선수를 묶어둘 수 있다. 스타 자질이 있는 유망주를 미리 저렴한 몸값으로 장기 계약해 이득을 보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선택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전문적이고 전략적인 선수 계약과 스카우트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스토브리그를 지켜보는 재미가 훨씬 쏠쏠하리라.


총액 상한제가 필요한 순간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아니다. 일단 가격이 오르니까 제한하자고? 그런 1차원적 해결책이 어딨나. 공급이 부족해서 가격이 오르는 데, 그 가격 상한을 억지로 막아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근본 원인엔 눈을 감고 단순 결과만 통제하려 들면 역효과가 날 게 분명하다. 가뜩이나 선수 권리가 열악한 KBO 리그를 더 후퇴시키는 꼴이다. 총액 상한제는 도입해도 별 효과 없고, 몇 년 지나면 다시 없애잔 말이 나올 게 하다. 관건은, 한정된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총액 상한제는 답이 아니다.



FA 상한제, 이런 1차원적 발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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