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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재 Apr 01. 2020

MLB는 노사합의, KBO와 선수협은?

코로나19 사태, 소통과 합의가 필요하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여파로 야구도 멈췄다. 언제 개막해서 어떻게 진행할지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 초유의 사태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미국 MLB는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올 시즌 운영과 관련한 기본적 노사합의를 마쳤다. 등록일수를 보장하되, 연봉은 상황에 따라 감액하는 게 골자다. 노사는 정규시즌 경기 수, 로스터 증원, 포스트시즌 제도 변경 등을 두고 계속 긴밀히 논의하기로 했다. 선수와 구단이 머리를 맞대야 풀 수 있는 문제라서다.


한국도 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별 논의가 없다.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다루는 KBO 이사회·실행위원회에 선수 대리인이 참석해 의견을 제시한다거나, KBO 코로나19 태스크포스와 같은 거버넌스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관계자가 참여할 법도 한 데, 그런 일도 없다. 사안이 사안인 데다, 구단과 선수 이해관계가 직접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공식적 대화가 없다는 건 의아한 일이다. 서로 얘길 나누는 게 무척 중요할 텐데 말이다.



선수협과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할 KBO


일단 선수협은 KBO 이사회 의사결정이 이뤄지면 본격적으로 소통한다는 입장이다. 선수협 김태현 사무총장과 KBO 류대환 사무총장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대화한다고. 하지만 첨예한 이해관계와 촉박한 일정을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비공식 채널을 통한 소통도 한계가 있다. 당장 작년 FA 제도 개선안을 둘러싼 논의에서도 선수협과 KBO가 밀실 행정 논란으로 갈등하지 않았던가. 서로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신뢰를 쌓아 합리적 합의에 도달하려면 자주 만나 긴밀히 대화하는 게 우선이자 필수다. 이제는 공식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


특히 KBO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올 시즌 운영을 결정할 최종 권한은 KBO에 있기에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려면 선수협과도 만나는 게 당연하다. 정운찬 KBO 총재도 선수와 구단 간 꾸준한 만남과 소통을 강조한 바 있다. 선수협은 KBO 의사결정이 이뤄지면 추후 관련 회의에 함께하고픈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KBO는 일단 추이를 지켜보며 소통하자고 답했다는데, 굳이 미룰 이유가 없다. 되레 KBO가 먼저 대화를 요청하고 공식 의사결정 과정에 선수협을 참여시켜야 마땅하다. 그래야 선수도 동의하는 지혜로운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이해관계 얽힌 연봉과 등록일수 논의


그럼 어떤 걸 논의해야 할까? 화두는 연봉과 등록일수다. MLB와 달리, KBO 리그는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천재지변을 이유로 연봉 지급을 중지하는 규정이 사실상 없다. 야구 규약 제9장 연봉 제72조(연봉의 증액 및 감액)를 보면, 징계나 (경기·훈련과 관계없는) 부상·질병·사고 등으로 참가활동을 하지 못할 때만 연봉을 감액할 수 있다. 규약만 놓고 보면, 코로나19 사태로 리그가 중단되거나 경기 수가 줄어도 구단은 선수 연봉을 전액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더구나 선수들은 구단 훈련과 비공식 경기를 소화하며 참가활동을 하는 중이다. 리그 개막이 미뤄졌음에도 구단이 2월·3월 선수 연봉을 그대로 지급한 이유다. 규약과 계약이 그렇게 돼 있다.


하지만 FA 취득 조건인 등록일수는 영향을 받는다. 당해 정규시즌 1군 등록일수 145일 이상이어야 정규시즌 1년을 뛴 거로 인정하는데, 경기 수가 줄어든다면 등록일수를 채우기도 그만큼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즉, 연봉 규정은 선수에게 유리하지만, 등록일수 규정은 구단에 유리한 셈이다. 결국, 구단과 선수가 만나 이 지점을 조율해야 한다. MLB처럼 등록일수를 인정하되 연봉 지급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는 식으로 합의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선수에게 불리해진 인센티브 계약 조정, 비활동기간 이후 경기·훈련 소화 등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



소통과 합의로 힘 합쳐야 할 야구계


무엇보다 올 시즌 운영과 관련한 전반을 함께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 개막을 언제 할지, 경기는 얼마나 할지, 엔트리를 늘릴지 말지, 포스트시즌 제도를 바꿀지 말지, 중립경기를 할지 말지 등등 KBO 안에서 사장·단장끼리만 논의할 게 아니라 선수협 의견도 공식적으로 들어보면서 결정해야 한다. 거기에 발맞춰 선수협도 “국난 극복이 우선”이란 태도에 머무를 게 아니라 확실한 자기 의견을 내야 한다. MLB는 중대 결정을 내릴 때면 선수노조·심판노조 등과 사전 협의한다. 시간이 좀 걸리고 갈등이 생기더라도 그게 합리적이고 뒤탈이 덜해서다. KBO는 내부 회의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하기 일쑤다. 늘 비판과 불만이 뒤따르는 건 그래서이리라.


지금과 같은 초유의 사태일수록 야구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 긴밀한 소통과 합리적 합의가 필요하다. KBO와 선수협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중지를 모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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