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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재 Apr 08. 2020

롯데는 왜 추재현을 영입했을까?

롯데·키움 2대1 트레이드 분석

야구 갈증이 커지는 요즘, 모처럼 스토브리그에 걸맞은 소식이 들려왔다.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가 6일(월) 전병우(내야수)·차재용(투수)과 추재현(외야수)을 바꾸는 2대1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 내·외야 유망주를 교환한 이번 트레이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롯데는 왜 젊은 선수를 두 명이나 내주고 추재현을 데려온 걸까? 그 이유를 살펴보자.


롯데·키움 2대1 트레이드 (6일)

[롯데] 전병우(내야수)·차재용(투수) ↔ [키움] 추재현(외야수)



어떤 선수들인가?

추재현 ⓒ 키움 히어로즈

추재현

외야수/좌투좌타/1999년생/2018년 2차 3R 전체 28번/미필

1군 통산(1시즌) 1경기

19년(퓨처스) 81경기 타율 0.286 OPS 0.721 2홈런 24BB 38SO


방망이 재능이 있는 외야 유망주. 신일고 3학년 때 OPS 1.187 3홈런 맹타를 날려 두각을 나타냈다. 성민규 롯데 단장도 고교 시절 성적을 눈 여겨봤다고. 1루수로 입단했지만, 박병호가 있어 곧 외야수로 전향했다. 프로 와서는 장타력이 다소 떨어진 모습. 그래도 퓨처스리그에서 2년 연속 2할대 후반 타율을 찍어 잠재력을 드러냈다. 선구안도 괜찮아 중장거리형 타자가 될 재목. 허문회 롯데 감독도 “타격 능력을 보고 선택했다”고 말했다. 다만, 외야 경험이 많지 않은 탓에 수비는 좀 불안하다. 발도 빠르진 않은 편. 그래도 고교 시절 투수를 겸업한 덕에 어깨는 강하다. 겨우내 체지방을 빼고 민첩성을 기른 효과가 성장세로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


전병우 ⓒ 롯데 자이언츠

전병우

내야수/우투우타/1992년생/2015년 2차 3R 전체 28번/군필

1군 통산(2시즌) 56경기 타율 0.248 OPS 0.714 3홈런 12BB 46SO 

19년(퓨처스) 39경기 타율 0.258 OPS 0.754 2홈런 18BB 27SO


호타준족 자질을 갖춘 내야 유틸리티. 재작년만 해도 5툴 플레이어로 성장이 기대됐다. 사회복무 후 복귀한 그해, 웨이트로 탄탄해진 몸이 효과를 발휘해 장타력이 꽤 좋아졌다. 27경기 OPS 1.048 3홈런으로 잠재력 과시. 그렇게 내야 핵심 백업이 될 듯했지만, 작년 허리 통증으로 고전하며 타격 성적이 뚝 떨어졌다. 주전 경쟁에서도 한 발 밀려났다. 그래도 위치를 바꿔가며 부단히 수비 연습을 한 덕에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해졌다. 수비 실력도 나쁘지 않다는 평. 결국, 부상에서 얼마나 회복했느냐가 관건이다. 몸 상태만 정상이라면 즉시 전력감. 김치현 키움 단장에 따르면, 일단 지난겨울 질롱에서 뛰는 걸 봤을 땐 괜찮아진 듯했다고.


차재용 ⓒ 롯데 자이언츠

차재용

투수/좌투좌타/1996년생/2015년 2차 2R 전체 19번/면제

1군 통산(4시즌) 16경기 16.0이닝 ERA 5.63 9K 13BB

19년(퓨처스) 15경기 17.0이닝 ERA 3.71 17K 13BB


구위·제구 모두 의문인 좌완. 상위 라운더지만 지명 당시부터 의문부호가 뒤따랐고, 입단하고도 이렇다 할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다. 130km 후반대 속구와 커브를 주로 구사. 변화구 각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제구가 썩 좋지 않다. 아마 시절엔 투구폼이 부드럽고 밸런스가 좋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고질적 약점인 구속이 끝내 오르지 않아 정체 중이다. 구속을 늘리거나 제구를 잡는 게 우선 과제. 군 면제(확실한 오피셜은 아니다)를 받아 그래도 시간이 좀 있다.



왜 바꿨나?


이번 트레이드는 롯데가 먼저 제안했다. 미래를 책임질 외야 유망주가 필요해서다. 국대급 외야수 손아섭과 민병헌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둘 다 30대 중반을 향하고 있고, 무엇보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 혹시 모르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 성민규 단장이 “2022년을 내다본 트레이드”라고 한 이유다. 더구나 롯데 외야 뎁스는 생각보다 얇다. 등록선수 중 외야수 숫자(9명)가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다. 당장 올해 중견수만 해도 풀타임 경험이 없는 강로한·허일·최민재가 경쟁 중. 기대를 모은 외야 최고 유망주 고승민은 최근 애인의 유산(流産)을 외면했다는 당사자 주장이 나와 당분간 보기 힘들어졌다. 외야 보강이 불가피해진 셈.


내야는 비교적 자원이 많다. 신본기, 한동희, 김동한, 김민수, 배성근, 신용수, 정도웅 등등. 넘치는 내야수를 효율적으로 기용하기도 벅차다. 그런 점에서 전병우는 뭔가 애매했다. 잠재력은 있으나 그렇다고 당장 주전으로 쓰긴 아쉽고. 중복자원 정리가 필요했다. 마침 키움은 코너 내야수가 필요했다. 장영석이 KIA로 이적해 3루 뎁스가 얇아졌다. 테일러 모터가 어떤 활약을 할지 미지수고, 김웅빈만으로 핫코너를 버티기엔 영 불안하다. 여기에 지명타자로 체력 안배가 필요한 1루수 박병호 백업도 마땅하지 않다. 키움으로선 내야 유틸리티에 타격 잠재력까지 있는 전병우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김치현 단장이 “즉시 전력”이라 한 이유다.


근데 그렇다고 꽤 쓸만한 유망주 추재현을 내준다고? 99년생 외야수를 내주는 게 언뜻 아까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키움은 외야 자원이 포화다. 이정후, 임병욱, 김규민, 박준태, 박정음, 허정협에 베테랑 이택근과 대형 유망주 박주홍까지. 행복한 고민이겠으나, 이들만으로도 교통정리가 영 머리 아프다. 추재현은 이런 틈바구니에서 기회 잡기가 어려울 수밖에. 군대 보낸다고 해결될 거 같지도 않고, 결국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는 게 제격이라 판단했으리라. 우승을 노리는 상황에서 약점을 보강하는 게 더 절실할 수밖에 없고. 합리적 결정을 한 거다.


그렇게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트레이드는 성사됐다. 실상 내야·외야 유망주를 맞바꾼 셈이다. 그럼 차재용은 뭐냐고? 여기서 성민규 단장 체제에서 바뀐 롯데 육성 기조를 엿볼 수 있다. 소위 키울 선수를 선별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 한 놈은 터지리란 심산으로 모든 선수 다 기용해보는 거, 이제 안 하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중복자원을 정리하고자 리그에서 가장 덩치가 큰 선수단 규모(63명/리그 평균 58.8명)를 줄였다. 겨우내 선수 18명 방출했다. 유망주지만 성과를 못 낸 박한길마저 최근 내보냈다. 동시에 집중·맞춤 육성을 펼쳤다. 최하늘·윤성빈·이승현·한승혁 4명을 뽑아 미국 야구 아카데미 ‘드라이브라인’에 보내 피치 디자인을 진행했다.


결국, 차재용을 내보낸 것도 롯데가 바뀐 육성 기조에서 전력 외 선수를 정리하는 차원이다. 안 쓸 선수를 굳이 미련을 두고 잡고 있지 않겠다는 거다. 안 그래도 롯데는 리그에서 투수(34명/리그 평균 29.4명)가 가장 많은 팀 아닌가. 내보낼 선수는 과감히 내보내거나, 적극적인 트레이드로 부족한 포지션을 보강하는 게 조금이라도 낫다는 판단이리라. 롯데는 이번 트레이드로 전력을 끌어올린 동시에 변화한 팀 기조도 새삼 알린 셈이다. 한편, 키움은 중복자원을 정리해 고형욱 스카우트 상무 취향에 딱 맞는 언더사이즈 좌완을 또 수집(?)했다. 김성민과 이영준에 이어 또 한 번 재미를 볼 수 있을지 관심. 김치현 단장은 “손혁 감독을 믿는다”고.



평가는?

성민규의 큰 그림은? ⓒ 롯데 자이언츠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자원을 균형 있게 얻은 트레이드다. 키움은 당장의 전력을, 롯데는 내후년의 전력을 보강한 셈이랄까. 롯데 팬은 전병우가, 키움 팬은 추재현이 아깝겠지만, 대개 트레이드는 다 그런 법이다. 안 아까운 선수가 어디 있겠나. 결국, 내줄 선수는 내줘가면서 필요한 선수를 얻어야 팀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두 팀 행보는 그래서 긍정적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역시 롯데다. 전력 보강과 체질 개선에 적극적이면서 논리와 합리가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성민규 단장 체제를 새삼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롭다. “KBO 리그가 개막을 못 하면서 많은 야구팬들께서 심심해하시지 않나.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는 성 단장. 결과야 어떻든, 이 거침없는 행보에서 느껴지는 자신감이 인상적이다.




롯데는 왜 추재현을 영입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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