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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재 Apr 22. 2020

144경기 꼭 강행해야 해?

소탐대실할까 걱정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찐 야구를 마침내 볼 수 있게 됐다. KBO 리그가 어린이날 시작한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감소세를 보이고 정부 방침도 유연해진 덕이다.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기쁜 소식.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되기도 한다. KBO가 144경기를 전제로 한 운영 계획을 밝혀서다. 지금 상황에서 144경기를 다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 결정인지 다소 의문이다.


4월 21일(화) KBO 이사회 주요 결정 사항

- 리그 5월 5일(화) 개막
- 11월 2일 정규시즌 종료 (144경기 체제)
- 11월 4일~28일 포스트시즌 (준PO 3전2선승제)
- 7월 올스타전 취소 (휴식기 없이 진행)
- 우천 취소 시 더블헤더(7·8월 제외) 및 월요일 경기 (연장전 없음)
- 더블헤더 엔트리 1명 추가, 확대 엔트리 2연전 시작부터 적용
- 시즌 중 확진자 발생 시 3주간 리그 중단 (경기 수 단계적 축소)
- 개막 이전 연습경기 팀당 3경기 추가 편성


일단 일정 자체가 예년보다 훨씬 빡빡해졌다. 올스타전 휴식기는 사라졌고, 더블헤더·월요일 경기는 더 많이 해야 한다. 피로 누적으로 경기력이 떨어지고 더 쉽게 다칠 수 있다. 안 그래도 개막이 미뤄지면서 적잖은 선수가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 여느 때와 다른 루틴으로 강행군을 소화하는 건 쉽지 않다. 여기에 KBO 현실에서 144경기를 치르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그동안 꾸준히 있었는데, 올해는 정말 경기 질이 눈에 띄게 낮아지고 전력 양극화가 극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다음을 생각해 경기나 시즌을 일찍 포기하는 사례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근본적으로 야구 자체가 재미없어질 가능성이 있는 셈. 염경엽 SK 감독, 김태형 두산 감독, 류중일 LG 감독 등 현장에서도 144경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KBO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부도 나는 구단도 생길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지금은 리그 산업적 측면에서 큰 위기다. 각 구단 사정이 너무 안 좋다. 지출은 실상 그대로인데 수입은 직격탄을 맞아서다. 개막 연기와 무관중 경기로 입장수익·광고수익·식료품수익·상품수익 등이 제로에 가깝다. 여기에 모기업 사정도 다들 어렵다. 올해는 미리 예산을 받았으니 그나마 버티더라도, 내년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앞으로가 더 걱정인 셈. 이런 상황에서 경기 수마저 줄어든다면 중계권료를 포함한 수입에 더 큰 타격이 생긴다. 구단 경영진이 모인 KBO 이사회로선 경기 수를 건드는 건 곤란할 수밖에. 현장을 필두로 시즌 단축을 요구하는 여론이 적잖음에도 KBO가 144경기를 고수하는 이유다.


하지만 무리하게 144경기를 진행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자칫 소탐대실할 수 있다. 경기 질이 떨어지고 야구가 재미없어지면 흥행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가뜩이나 최근 리그 흥행 저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장기적으로 리그 산업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안 그래도 어떻게 하면 리그를 더 재밌게 진행하고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갈지 조금씩 고민해오던 상황 아닌가. 그간의 노력과 앞으로의 변화에 역행할 수 있다. 또, 높아진 노동강도는 선수들에게도 후유증을 남기고, 팀 전력에도 당연히 마이너스가 된다. 더구나 내년엔 WBC와 올림픽 등 국제대회를 잇달아 치러야 해 선수 체력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대표팀 전력이 약해져 국제대회 성적까지 부진할 경우, KBO 리그에도 결코 득이 되진 않으리라.


결국, 지금보다 합리적 방안이 필요하다. 휴식일을 예년만큼 보장할 정도로 경기 수를 줄이되, 선수 연봉을 그만큼 삭감하는 건 어떨까. 앞서 말한 우려를 어느 정도 덜 수 있고, 경기 수 축소로 생기는 재정적 타격을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다. KBO 리그는 MLB와 달리, 경기 수가 줄어들거나 시즌이 취소되더라도 연봉을 그대로 줘야 한다. 규약과 계약이 그렇게 돼 있다. 초유의 위기 앞에서 어차피 구단과 선수 간 협의가 불가피하다.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건 선수들에게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리그 현실과 여론을 생각하면 연봉 삭감에도 크게 반대하진 않으리라. 등록일수를 보장하되 연봉은 상황에 따라 감액하기로 한 MLB 노사합의처럼, KBO와 선수협도 리그를 안정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손을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야구의 이익’에 기여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 포스트시즌 대신 정규시즌을 줄이고, 야구발전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염경엽 감독 말에 그래서 공감한다. 포스트시즌이 왜 있나? 야구 종목 특성상, 정규시즌과 같은 장기전에서 1위를 하는 게 승자를 가리는 덴 더 정당하다. 그럼에도 포스트시즌을 하는 건, 실상 변수가 많은 단기전에서 우승팀을 가려 팬과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의도다. 어떻게든 흥행을 유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KBO가 준플레이오프를 축소하기로 한 건 다소 의아하다. 굳이 줄여야 한다면 정규시즌을 축소하는 게 맞지 않을까? 또, 리그 산업이 위태롭다면서 약 470억 원에 달하는 야구발전기금 활용에 KBO가 별말이 없는 것도 아쉽다. 돈 풀기를 꺼리는 기획재정부와 다르길 바랄 뿐.


마음 같아서야 144경기를 다 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일단 KBO는 144경기에 꼭 목을 매지 않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KBO도 고민이 많고 아쉬움이 크겠지만, 그럼에도 이젠 144경기 축소 결정을 내렸으면 한다.




144경기 꼭 강행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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