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만, 강사님. 석사가 아니셔서 강의비를 많이 못 드리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 지인의 추천으로 꽤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대기업 강의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진행했던 행사여서 강의료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기회를 연결해 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강의가 끝나고 강사료에 대해서 담당자가 매우 안타까워하면서 했던 말이 위의 첫 문장입니다.
내부 규정에 강사료 지급은 학력에 따라 차등화 되서 더 드리고 싶어도 드릴 수 없다면서 무척 아쉬워했습니다. 차라리 그런 말이라도 안 하고 그냥 얼마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학사인게 이런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저에게는 석사와 관련된 아픈(?) 추억이 하나가 더 있습니다. 신입 사원 딱지를 떼고 대리가 되고 나서 학력에 대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부동산 일을 하면서 전공자가 아니기도 하고 주변의 부동산 인맥을 가진 분들 중에 대학원에 가서 그런 네크워크를 쌓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대학에서부터 부동산을 전공한 사람들은 학교 동기나 선후배들과 교류하며 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학력 세탁을 통해 저를 업그레이드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부동산 대학원에 가보자라는 마음으로 나름 이름있는 2곳에 지원을 했습니다. 그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는 국내에서 실력 있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업계에서 인지도가 있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내심 큰 기대를 했지만 그냥 광탈이었습니다.
그렇게 석사는 저와는 큰 인연이 없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오히려 방향을 바꿔 조금 실용적인(?) 방법으로 저의 약점을 메우려고 노력했습니다. 부동산 관련 자격증을 따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쉬운 것부터 하나씩 취득하고 업무와 연관된 것들은 오히려 쉽게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또, 경력이나 회사 소속으로 수료를 해서 자격을 얻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나름대로 부동산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 나갔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책 쓰기 책을 읽고 책을 쓰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관련 책을 한 권 쓰게 되면서 책을 쓰는 것도 나를 알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디어를 하나씩 모아가며 책을 내고 또 출판사의 지인들과 주변 분들의 응원을 받아 몇 권의 책을 더 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강의를 해달라는 사람들도 생기고 인터뷰를 하는 일도 간간이 있었습니다. 첫 책을 낸 지가 벌써 5년 전일인데 처음에는 큰 효과가 없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출간 한 책도 몇 권 늘어나니 예전보다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유명한 경제 잡지에서 원고를 써달라는 요청도 받았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지인의 추천이었지만 이제는 제가 석사인지 박사인지 물어보지는 않습니다. 나름대로 전문성을 인정해 줘서 지인도 저를 추천해 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석사나 박사 학위가 필요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에서 깊이 있는 지식을 배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공유한 것은 큰 자산입니다. 다만, 시간과 여건이 되지 못해 학교를 가지 못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을 여러분도 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전문성을 위해 저처럼 자격증을 취득해도 되고, 블로그나 브런치 등에 글을 쓰면서 자기만의 컨텐츠를 만드는 일도 할 수 있습니다. 또, 책을 꾸준히 읽으면서 자기계발을 하는 것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저는 책을 쓰고 독자들과 이메일을 주고받고 강의를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공부도 하고 저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강의 교안을 만들려면 시간을 내서 공부하고 배워야 합니다. 그렇게 알게 된 분들이 부동산 업계로 들어오기도 해서 나름대로 인맥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저도 한때는 석사라는 타이틀이 있으면 무엇인가 도움이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돌아보면 아마도 열등감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음이 조급하기도 했고 불안한 마음을 채우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부동산 업계에서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그냥 한 가지 전문성을 가지고 꾸준히 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길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이 가는 대로 조금씩 천천히 하다 보면 그에 맞는 결과나 보상도 나온다는 것도 경험을 했습니다.
요즘 저는 해보고 싶은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또, 조금 더 배워보고자 하는 마음도 커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하고 싶지 않았던 공부를 스스로 하는 이상한(?) 경험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석사가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저는 해보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려 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기회를 만들고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더 많이 하면서 더 성장하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여러분들 중에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신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꼭 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자신을 알리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그 기회들도 주변을 찾아보면 정말 많습니다. 다만, 어떤 것을 해야할지 마음 먹기가 어려울 뿐입니다. 마음을 먹은 다음에는 그냥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그게 정석인데 자꾸 빠른 길을 찾으려 하다 보니 이도저도 안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최근 진행하는 일이 하나 있는데 마음이 자꾸 흔들린 경험이 있습니다. 뭔가 빠르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이리저리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꾸준히 하는 게 정답이라는 결론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마음속으로 그냥 계속 한 번 해보자 라고 다짐을 하는 일이 많아 졌습니다.
여러분들도 어떤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냥 꾸준히 했을 때의 결과를 상상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뭔지 모르지만 목표를 정했다면 그냥 하다보면 결과는 분명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처럼 크게 뛰어나지 않은 사람도 나름 좋은 결과물을 얻었습니다. 여러분도 힘을 내셔서 지금의 목표를 달성하는 날을 빨리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갑자기 출근하는 길에 생각이 떠올라서 써 본 글입니다. 혹시라도 석사 여러분들이 기분 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석사는 아니지만 석사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라는 것으로 용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