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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ok You Oct 31. 2021

구순 아버지가 삶아주신 돼지수육

상수에서 1년 살기 


상수동 일기①  


인천의 한 사립대에 목요일 마다 강의를 내려갔다. 벌써 7년... 많은 게 바뀌었지만 한편 많은 게 그대로였다. 돈 안되고 시간 잡아먹는(?) 그 강의를 한 이유는 세 가지 였다. 강의준비를 하려면 나도 공부를 해야 된다는 것. 젊은 생각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매주 한번 본가에 들릴 수 있다는 것. 그때마다 두 분이 해주시는 찰진 밥과 소금기 없는 밍밍한 찬을 먹을 때면 콩 볶듯 서울살이에 들볶아진 마음이 슬며시 풀어지곤 했다. 그래서 종강이 싫었다. 방학 두달 간, 엄마 밥이 참 그리울거기 때문이었다. 

이젠 엄마 밥은 먹을 수 없다. 그 빈자리를 구십 가까이 되신 아버지가 혼자 메꾸고 계신다.  시절이 시절이라 집에서 꼼짝 않으시던 아버지가 그날 모처럼 내려온 아들을 위해 마스크를 쓰시고 정육점을 다녀오셨다. 동네마트에서 상추도 3천원어치 사셨다고 했다. 그냥 된장 풀어 삶은 돼지고기 목살을 두툼두툼 썰어 내놓으신 아버지 밥상. 물기 머금은 초록상추에 김이 모락모락 고기 한 점 얹고 직접 만드신 양념장 올려 크게 한 입.  어떻게 삶았는데 이렇게 맛있냐는 내 말에 아버지는 엄마가 할 땐 된장, 커피가루, 

배, 월계수잎 같은 거 많이 넣었는데 당신은 된장만 풀어 삶았다고. 근데 맛있긴 뭘. 쑥스러워 하셨다.  

그런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를 처음 그렸다. 손으로 그린 그림은 아버지를 한참 닮지 못했지만, 마음이 함께 따라간 그림은 아버지에게 조금 다가가 있었다. 


집 밥이 그리운 나를 위한 그림. 아마도 한참이 지나면 정말 그리운 그림이 되겠지. 

조금 슬퍼졌다.



2021.10.31.

C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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