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로 향하는 길에서
제천을 다녀왔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제천의 붉으실마을을 다녀왔다.
마을 사람들을 만났고,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마을을 진하게 느끼고 왔다.
역시 여행을 기억하게 하는 건 사람과 음식이다.
(1) 붉으실마을로 향하는 길에 만난 제천 사람들
KTX를 타고 제천역에 내렸다. 제천역에서도 붉으실 마을까지는 40분이 걸리는 거리. 제천 토박이인 택시기사는 강원도 사투리와 충정도 사투리가 뒤섞인 말투로 나에게 물었다.
'제천이 처음이세요?'
'네, 처음이에요.'
택시 기사는 제천의 지형과 충주, 단양, 청풍호에 대한 이야기, 기억에 남는 손님에 대한 이야기로 마을로 가는 길을 지루하지 않게 해 주었다. 기사의 말에 나름대로 진심으로 리액션을 해보았지만, 나는 사실 멀미로 속이 좋지 않았다. 제천역부터 시작된 울퉁불퉁한 도로. 택시는 산, 호수, 밭, 과수원을 이어가는 길을 끊임없이 지나고 있었다. 제천여행의 시작을 멀미로 하다니...
얼마나 왔을까.
택시기사가 택시를 멈춘 후, 잠시 내려보라고 했다.
'아으, 살았다.'
푸른 하늘과 그 아래 산.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
아, 이게 제천이구나.
이렇게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에 살면 어떨까. 과연 제천이 약초로 유명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머지않아 제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 다불리에 도착했다.
다불리에 도착하자, 이번 마을여행을 기획한 박영란, 나영미 씨(마을너머여행사) 를 만나 텀블러에 담긴 따뜻한 웰컴티 한잔을 받았다. 이제 숨이 쉬어졌다.
그녀를 따라 소나무 숲을 지나 전망대로 올랐고, 나는 제천의 하늘과 숲을 마음껏 마셨다.
트레킹을 마치고, 가벼운 점심을 먹기 위해 백봉산 주막으로 들어갔다. 도시에서는 상상 못 할 가격. 5000원의 메뉴판. 손두부 5천 원, 막걸리 5천 원, 부침개 5천 원이다. 메뉴판만 봐도 주인장의 성격이 짐작 가능하다. 아무래도 주막 주인이 음식 가격을 정할 때, ' 아 그냥 다 5천 원으로 해' 하지 않았을까 싶다.
주인장의 필살기인 솥가마 손두부가 산초기름을 듬뿍 몸에 덮고 있다. 두툼하게 잘려 튀겨지고 있는 주인장 필살기, 솥가마 손두부. 농사지어 짠 귀한 산초기름과 들기름이 섞여 극강의 향긋 고소함이 코를 찌른다.
대낮에 막걸리는 나에게 고문이다. 맘 놓고 먹지 못하는 막걸리가 야속할 따름이다.
손맛 좋은 주인아주머니와 막걸리 없이 못 사는 주인아저씨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주막이다.
제천여행 오리엔테이션을 끝냈다.
이제 붉으실 마을로 향해보자.
[참고] 백봉산 마루주막
충북 제천시 수산명 지곡로 2안길 168-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