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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피 Feb 03. 2021

04 힘들겠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

/ 단테의 우울

고전 <신곡>을 지은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년)’는 피렌체의 몰락한 귀족의 가문에서 태어났다. <신곡>이 쓰여진 시기는 중세 시대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르네상스 시대의 시작으로도 볼 수 있다.

피렌체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뇌물과 각종 비리로 재판받아야만 했던 단테는 당시 묵고 있던 로마 등지를 전전하며 죽을 때까지 귀향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는데 그 시기(1308~1321년)에 지은 것이 오늘날 우리가 읽고 있는 <신곡>이다.    


단테는 당시 문화어라 할 수 있었던 라틴어를 알고 있었지만 일상어로만 쓰였던 이탈리아어로 <신곡>을 완성했는데 이는 후대 이탈리아어 성립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되었고 르네상스의 영화를 자랑스러워하는 이탈리아인들은 그를 영웅으로 추앙하고 있다.

그는 스콜라 철학과 아리스토텔레스 연구에 심취하였었다. 그로 인해 <신곡>은 철저히 기독교적 사고관에 따라 지어졌기는 했지만 문학사적으로는 호메로스를 잇는 큰 성취를 이루게 된다.  

    

안내자 베르길리우스를 따라 지옥, 연옥, 천국을 방문한 후 서사시 형태로 쓰여진 <신곡>은 14세기 중세 사회의 사상을 압축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평생 그리워 한 여인 ‘베아트리체’를 성모 마리아의 반열로 추앙하며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문학으로 승화시키고자 하였다.

<베아트리체를 만난 단테>  1883년, 헨리 홀리데이

단테는 『지옥편』을 9단계로 구분하였다. 죄인들은 미노스의 심판에 의해 그들이 처해질 곳이 정해지는데 단계가 올라갈수록 중죄를 범한 이들이고 고통의 세기도 강해진다. 그중 7단계의 지옥은 ‘자살’과 ‘폭력’을 행한 죄인들의 행선지다. ‘자살’을 ‘폭력’과 같은 단계로 여긴 것은 종교적 측면과 무관하지 않다. 인간의 육신은 하나님의 것으로 그 뜻에 반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신성을 모독하는 것으로 여긴 것이다.   

  

중세 시대 자살을 한 이들은 사후 제대로 된 장례조차 치를 수 없었으며 재산은 몰수되었다. 십계명 중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긴 것으로 보았다. 거의 모든 종교에서 자살은 중죄에 해당된다. 불교에서는 자살한 이는 내세에 축생계나 아귀계로 환생한다 하였고 이슬람교 또한 씻을 수 없는 죄로 여기고 있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최근까지 자살 금지법이 명문화돼있었으며 1961년에야 이 법은 폐지되었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5.8명으로 OECD 1위를 나타내었다. OECD 평균인 11.6명보다 두 배 이상 높으며 이웃나라 일본(16.6명) 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정부에서는 2022년까지 17명으로 줄이기 위하여 정책적으로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는 않는 실정이다. 자살 원인으로는 정신질환이나 질병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지만 사회적 불평등에 따른 소외감이 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실이다. 보건복지부의 자살예방 백서에 따르면 자살한 인구 1명은 4억 5000만 원의 미래소득을 상실하게 만든다고 한다. 심화되는 취업 불안·사회 불평등은 젊은이들을 자살의 구렁텅이로 몰고 있으며 삶의 욕구를 감퇴시키고 있다.    

자살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기 전에 개인의 삶의 측면에서도 사유해 보아야 한다. 종교적 관점을 떠나 암울해진 현대 사회의 단편을 되짚어 보아야 한다. 사회적 시선에 다가설 용기가 부족해서 인가, 섞이지 못한 절망에서 오는 포기인가.     


다수의 군중 안에 우리는 늘 혼자였다. 누군가의 배려와 도움도 순간적인 것이고 결국은 스스로가 버텨내야만 한다. 이를 이겨내지 못하는 순간 우울과 죽음의 덫에 옭아 메이게 된다. 수동적 사고는 모든 것에 자신감을 잃게 만든다. 피하려고 할수록 보잘것없는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하나씩만 걷어내 보자. 하루에 하나만 이뤄보자. 우울한 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앉아서 한 숨을 쉴게 아니라 가장 쉬운 일부터 바로 시작해 보라. 내게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인지하여야 한다. 모든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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