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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렌디피티 Mar 26. 2021

고마운 사람에게 연락해서 감사한 마음 전하기

56년 차 마케팅 전공 아메리칸 P교수

“Count your blessings”라는 구절을 좋아한다. 단어 그대로 “count 세다, your 너의, blessings축복들”을 해석하면 알 수 있듯이

“나의 축복들 혹은 축복받는 환경을 세어보고 감사하게 생각하다”라는 심플한 문장이다.


나는 이따금씩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축복받은 사람인지 되새겨보곤 한다. 되새겨볼 때면 굉장히 평범하지만 그 평범함들이 모여 나와 내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있었고 그 작은 평범함들 덕분에 나는 참 축복받은 사람이었다.


개인적인 것들도 많아 공개적인 포스트에 하나하나 열거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우선 나를 너무나 사랑하며 나밖에 모르는 가족(가끔 부모님의 관심은 간섭이 되는 것은 안 비밀), 바라만 보아도 귀엽고 너무나 예뻐서 물어뜯고 싶은 내 새끼 건배(아 우리 집 충견의 존함입니다), 나의 건강, 내 베프와 내게 좋은 영향을 주는 가까운 사람들,


그리고 가깝진 않지만 크고 작게 내게 도움을 주었던 사람은 누가 있었지 라고 기억을 더듬던 중

미국에서 학부를 다닐 때 마케팅 클래스 강의를 하시던 백발의 교수님이 생각났다. 그 교수님의 라스트 네임은 P로 시작하기 때문에 P 교수라고 지칭을 하겠다.



먼저 내가 그 교수님을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절대 내가 A+를 받아서가 아니고  (B+받은 건 안 비밀), 내게 예쁘다고 칭찬을 해줘서도 아니며, 잘생긴 교수님이여서는 더더욱 아니었음을 밝히고 싶다.


 몇백 명이 듣는 마케팅 수업의 P 교수는 백발의 남교수였다. 나이를 지긋하게 드신 것 같은 외모의 소유자 P 교수님은 80이 훌쩍 넘어 보였지만, 그의 강의력은 이제 막 교수 임용이 된 30대 교수만큼이나 열정적이고 유익했다.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가장 수업을 이해하기 힘들었던 교수는 인도교수의 이도 저도 아닌 악센트가 심한 영어였고 토종 미국인 백인 교수라고 한들 말이 너무 빠르거나 본인 혼자만 웃겨 죽겠는 이상한 농담을 섞는 교수는 유학생으로써 재미도 알맹이도 없는 수업으로 추락하고 만다


그러나 P교수님은 발음도 너무 클리어해서 듣기 편했고 매 수업시간 수업에 대한 열의를 느낄 수 있었으며 재밌었던 수업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클래스에서 배운 내용이나 단어들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을 만큼 유익했다. 또한, Extra credit 활동들을 많이 내주어 시험에서 점수를 많이 깎여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번 주어 시험을 못 본 나로서는 구세주 같은 존재기도 했다.


일차원적으로는 우리 엄마 아빠가 서포트를 해주셨기 때문에 내가 그 클래스를 등록할 수 있었지만, 하필 그런 좋은 교수를 만나 양질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해서 이 마음을 전하고 싶어져 P교수에게 메일을 보내게 됐다. 워낙 바쁜 교수이기 때문에 답장은 기대도 안 했고 메일 보내기 전 혹시 이미 고인이 된 분은 아닐까 걱정도 했지만 P 교수는 돌아가시지도 않았고 답장까지 친절히 보내준 현재 진행형 젠틀맨이다.


첫번째 답장


위의 내용을 종합하여,  당신은 내게 아카데믹한 감동을 주었다, 졸업 후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좋게 기억된다, 내게 좋은 교수, 좋은 학창시절의 기억을 만들어주어 고맙다 라는 메일을 보냈더니 이번 학기가 P 교수의 마지막 학기이며 1965 년부터 일해왔다고 퇴직을 앞두고 뭐를 하면 좋을지 그리고 나에 대해서도 소개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우리 부모님이 60세가 다되어 가시는데 부모님이 살아온 나날만큼 P 교수는 교직생활을 해왔다는 것에 놀랐고 퇴직하면 학교 메일을 잘 확인하지 않을 텐데 메일 쓰는 것을 미루지 않고 보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답장

P교수는 미국인들은 본인이 사는 주(state)를 벗어나는 거 조차 싫어하는데 나처럼 교육을 위해 이역만리를 떠나 타국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을 존경하며 나 같은 학생에게 좋은 영향을 주어 기쁨을 느끼고 연락을 주어 다시 한번 고맙다고 했다.


내게 좋은 영향을 주어 내가 아직도 감사함을 느끼듯이 P교수도 나의 메일을 받고 본인의 마지막 교직생활에 큰 보람과 더 나아가 그 보람보다 더 큰 기쁨을 느꼈으면 한다.


오랜만에 Buckeye spirit을 다시 한번 느낀 것 같아 반갑기도 하고 감사함을 전할 수 있어 뿌듯했다.


늘 내가 가진 것, 누리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그 감사함을 전하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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