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본 적 있으세요? 직접 본 적은 없어도, 대부분의 사람이 사슴의 생김새를 잘 알고 있습니다.
대개의 이들이 사슴에 대해 기분 좋은 느낌을 받는 것 같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전설의 주인공이 되는 까닭에, 사슴을 두고 경이로운 느낌을 받는 사람도 꽤 있었습니다. 나도 그 경이감을 느끼는 부류 가운데 하나입니다.
북쪽 나라 민족의 전통 풍속에 따르면, 사슴은 죽은 사람 영혼을 다른 세계로 옮겨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죽은 사람 영혼을 다른 세계로 옮겨준다니. 그 전설을 전해 듣고 난 후로, 나는 사슴 꿈을 종종 꿉니다.
꿈속에서 나는 사슴과 나란히 걷습니다. 때로 사슴은 떼 지어 나타나, 내 주변을 둘러쌉니다. 나는 다양한 종류의 사슴을 만나는데, 그들과 내가 꿈속에서 하는 행위는 언제나 하나입니다. 우리는 계속 걷습니다.
어쩌면, 꿈의 시간 속에서, 내 영혼이 어딘가로 운반되고 있었을까요. 자발적으로 사슴과 함께 걷는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내가 사슴의 안내를 받고 있었던 걸까요. 어쨌든, 그런 꿈은 나에게 상당히 평화로운 느낌을 줍니다. 사슴과 같이 가는 곳이 어디인 줄 한 번도 알지 못했으면서, 그 여정은 내내 편안했습니다.
어제도 사슴 꿈을 꾸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난 나는 ‘또 내 영혼이 어디론가 다녀왔나 보다.’ 하는 상상에 잠겼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속의 영혼을 다른 세계로 옮겨주는 건 (북방 민족 전설에 따르자면) 사슴인데, 몸속의 마음을 다른 세계로 옮겨 주는 건 뭘까. 마음은 이 세계 안에서도 자주 옮겨지는 것 같은데, 마음을 운반하는 건 뭘까.
사랑일까.
아무래도 사랑이겠지.
우주에는 길을 잃은 영혼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모든 영혼이 안내자를 만나는 건 아닌 모양입니다. 우주에는 길을 잃은 마음들도 있다고 여겨집니다. 모든 마음이 사랑과 연결되는 건 아닌 까닭에서겠죠.
내가 가진 사랑은 얼마나의 마음을 무사히 이끌어 줄 수 있을까요. 내 안의 사랑이 좀 더 자상한 인상을 가지고, 부드러운 촉감을 가지고, 든든한 신뢰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언젠가 당신의 눈빛이 사슴의 그것과 닮았다고 생각한 적 있습니다. 당신에게 맡기고 싶은 것이 마음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내 영혼은 당신을 잘 따라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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