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 기자의 그런 생각 Jul 05. 2022

대통령은 미래와 경쟁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잇따른 정부의 부실 인사 검증 지적에 "전 정권 지명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며 "도덕성 면에서도 이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가 될 수가 없다고 본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의 말에는 몇 가지 모순점이 있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은 이전 정부에서 지명된 '장관급' 인사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냈다. 그는 검찰총장 지명 당시 검찰총장보다 5기수나 아래였던 데다 고검장도 거치지 않아 문재인 정부 파격 인사의 대명사로 꼽혔다. 윤 대통령이 이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보다 현 정권이 내정한 인사들이 실력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낫다고 얘기하는 것은 소위 말해 '셀프 디스'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소통이 부족했던 이전 정부와는 다르게 매일 아침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는 '도어 스테핑'을 하고 있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과연 현안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복잡한 현안에 대해서 대통령이 얼만큼 숙지를 하고 있고, 대안을 갖고 있는지 점검하는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매일 매일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일단 도어 스테핑이란 형식 측면에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다만 윤 대통령은 말의 중요성을 좀 더 깨달으셨으면 좋겠다. 현재 정치 지형은 여소야대 국면으로 국정 운영의 키를 거대 야당이 쥐고 있다. 각종 민생 법안 하나 통과시키려고 해도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하나도 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매일 '도어 스테핑'을 통해 "민주당 정부 땐 (정치 보복) 안했나"라고 말한다거나 "이전 정부 인사들과 비교해보라"라는 식으로 야당을 자극하면 정국은 더욱 경색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로 대여 공세를 높여가길 원하던 야당에게 미운 아이 뺨 때릴 빌미를 주는 것이다. 경제 하나 만큼은 반드시 살리겠다고 한 정부가 각종 민생법안 하나도 통과 못 시키고 '야당에서 협조를 안해주잖아요'라고 핑계를 댈 셈인가. 야당이 아무리 밉더라도 그들은 국정 파트너다. 얼르고 달래야 한다. 그들에게 협상에 참여할 명분을 만들어 줘야 한다.

또 강조하고 싶은 점은 국가 지도자는 과거 정권을 기준으로 놓고 일하는 게 아니라 미래 정권과 경쟁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권은 과거 정권에 대한 안티테제로 정권을 잡았다. 과거 정권도 이전 정권보다 국민에게 나은 삶을 선사하겠다며 헤게모니를 잡았을 것이다. 만일 국가 지도자가 '우리가 과거보다는 낫잖아. 우리 정부에게는 부패의 DNA가 없다'는 식으로 오만한 태도를 갖게 되면 그 정권은 필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오만함은 반드시 실패로 귀결되는 게 세상의 이치다. 때문에 국가 지도자의 눈높이는 국민과 미래 정권을 향해 있어야 한다. 역사는 발전하고 사회는 진보해야 한다. 우리들도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오늘 하루 열심히 뛰는 것 아니겠는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채 안 된 윤석열 정부의 인사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에 대해 다소 우호적인 스탠스로 평가받는 보수 언론에서조차 사설 등을 통해 인사 난맥상을 경고하고 있다. 검찰 중심 인사,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 등 대통령 주변 인물을 장관으로 기용하는 인사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사는 깜깜이 인사로 지적을 받았다. '수첩 공주'였던 박 전 대통령의 수첩 안에 이름이 올라와 있는 사람만 고위직 인사가 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원래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다. 언론이 비판을 하는 것은 현 정권이 망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관행을 고쳐서 우리 사회가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경고를 하는 것이다. 언론인들이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아닌데 내가 발을 딛고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망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이 있겠는가. 새 정부가 말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으면 좋겠다. 물론 도어 스테핑은 중지하지 말고 계속했으면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그로가 판치는 대한민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