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장 교회 다녀요? 미국에 왔으니까 교회 다녀야지."
김교문 부장이 말했다. "네? 다니긴 다녀야하는데 정보가 없어서요" 이승우가 말끝을 흐렸다.
"지금 제가 다니는 데 같이 다녀요. 우리 가족들도 다 같이 다니니까. 우리 애들이 이 차장 애들한테 영어도 가르쳐 줄 수 있고."
"와이프랑 상의해 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승우는 집에서 가족들에게 교회에 나가는 건 어떤지 물었다. "나는 교회다니기 싫어. 그 분위기가 싫어." 큰 딸이 단호하게 말했다.
"미국에서 친구 사귀려면 교회가 제일 빨라. 언니가 영어도 가르쳐 준다잖아."
"싫다고 했잖아...." 울먹이는 큰 아이의 얼굴에 눈물이 맺혔다.
미국 회사에 입사하고 맞는 첫 주말. 이승우 가족은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한인 교회에 갔다. 이승우는 20대 초반까지는 독실한 신자였지만, 한국 교회의 위선적인 모습에 질렸고 신앙을 떠난 상태였다. 기독교에서 보면 탕자와 같았다.
이승우는 설교를 들으면서 20대 때 들었던 종교의 모순점에 대한 반발심이 울컥 울컥 튀어나왔다. 그는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미국에서 적응하려면 교회 커뮤니티가 꼭 필요해. 여기서 그냥 꾹 참고 버텨보자'
1시간의 예배시간이 끝났다. 김 부장은 이승우에게 "예배 어땠어요? 좋았죠? 앞으로 일요일마다 봐요."라고 말했다. 이승우의 아내는 "예배를 들어보니까 완전 극우나 마찬가지야. 한국 정치에 대해 자기들 시각으로 마구 재단하고 판단하고"
몇 주 교회를 갔던 이승우 부부는 결국 교회에 그만 나가기로 결정했다. 종교란 마음의 평안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일요일마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이 싫었다.
김교문 부장은 이승우가 교회에 그만 나가겠다고 한 순간부터 회사에서 태도가 달라졌다. 그전에는 가끔 이승우에게 농담도 건네고 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말수가 부쩍 적어졌다.
알고보니 최미나 사원도 예전에 같은 일을 겪었다고 한다. 최 사원은 "저한테도 교회 다니라고 했다가 제가 몇 주 다니다가 안 나가겠다고 하니까 완전 삐졌다니까요. 김 부장님, 목사님 아들인데 담배, 술, 복권, 도박 다하면서 왜 그렇게 종교적인척 하는지 이해가 안 되요."라고 말했다.
"복권, 도박도 하세요?" "라스베가스랑 페창가 가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자기가 딴 돈 최대 액수가 1,300달러래요." "우와, 엄청 많이 땄네요."
"복권은 조만간 김 부장님이 카카오톡 단톡방에 차장님 초대할겁니다. 일주일에 5달러씩 내야 되요." "그렇구나. 복권이랑 담배 피시러 회사에 오시는 거네요." 성경 대신 담배 보루를 들고, 매일 저녁 술을 마시는 사람이 어떻게 이토록 신앙심을 강요할 수 있을까.
이승우는 최미나 사원에게 "김 부장님 성격이 조금 독특하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최 사원은 "성격이 독특한 게 아니라 무책임한 거예요. 제가 결제를 올리면 사인을 해야 하는데. 사인하면 자기 잘린다고 사인을 거부해요. 결국 인턴이나 새 사원 채용 이런 절차가 줄줄이 스톱돼 있어요."
"대체 왜 그러시는거죠. 사장님이나 전무님은 가만히 있나요?"
"사장님이 새 인력 채용이나 물품 조달 등에 전혀 관심이 없으니 밑에서 알아서 기는거죠. 그런데 김 부장이 비상식적일 정도로 무책임한 거는 맞아요. 한국말로하면 완벽한 월루(월급 루팡의 준말)예요."
이승우는 코로나19 당시 최문식 사장이 칼잡이가 되서 엄청난 인력을 해고하고 월급도 20% 삭감을 했다는 오재남 상무의 귀띔이 떠올랐다. 전무도 부장도 모두 최 사장의 전횡을 위해 존재하는 꼭두각시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서로를 견제하지도, 감시하지도 않았다. 그냥 묵인했고, 방조했고, 그렇게 썩어갔다.